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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Aug 17. 2019

왜 우린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걸까.

스미스의 네 번째 생각

작문주제 : 세상에 없는 단어 만들고 활용해 글쓰기 


< 쉬이잉 왕국 >


어린 시절의 나는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나는 어깨에 망토를 두른 채 방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어느 순간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을 날아오를 때면 항상 입으로 ‘쉬이잉’ 하는 소리를 냈다. 내 곁에는 항상 아버지가 함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내 표정을 읽은 뒤 나를 번쩍 안아 빙빙 돌렸다. 아버지와 함께라면 나는 언제든지 쉬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유치원에 모인 친구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듯 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처럼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어떤 친구는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타기도하고, 또 다른 친구는 어른과 태권도 대결을 해도 지지 않는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쉬이잉 왕국’에서는 누구나가 다 주인공이었고, 하고 싶은 일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점차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됐다. 아버지가 내 옆에 자주 안계시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의 몸이 크고 무거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 입에서 쉬이잉 하는 소리를 내는 일도 점차 줄어갔다. 쉬이잉 왕국의 쇠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 듯 했다. 어린 나이에도 구구단을 척척 외던 내 친구는 초등학교 수학시험에서 60점을 받자 교실에서 크게 울어댔다. 이후 그는 성적을 비관하며 수학공부에 흥미를 잃게 됐다. 공부를 좋아하던 또 다른 친구는 높은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다니는 것 대신 기술 배우는 것을 택했다. 나는 가정환경이 열악했던 그가 눈물을 애써 참으며 “괜찮아”라고 말하던 졸업식 장면을 잊지 못한다.   


어느덧 완전히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쉬이잉 왕국은 기억 속에서도 희미한 존재로 남았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친구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입으로 쉬이잉 소리를 내는 방법조차 잊어버렸다. 되려 그들은 나에게 ‘현실의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나는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의미의 리플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쉬이잉...쉬이잉..’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입으로 소리를 내본다. 소리는 가까스로 퍼져나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제는 하늘을 날기는커녕 하늘을 쳐다보는 일도 뜸하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과거를 생각한다. 어린 시절 모두가 영웅이었던 쉬이잉 왕국을 떠올린다. ‘그래도 나는 혼자서라도 이 왕국을 지켜야지.’ 무거운 마음을 가까스로 다잡는다. 어두운 하늘, 창문 밖으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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