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 < 팩트풀니스 > 리뷰
"나는 '가능성 옹호론자'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실제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한때 '필독서'라고까지 불렸던, 팩트풀니스를
최근에서야 꺼내 들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안 났던 것도 있지만
읽기 좋은 소설이나
에세이류가 더 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펼친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쉽고, 재미있는 서술에,
흥미를 유발하는 통계까지
갖춘 책이었다.
흥미로운 한스 로슬링의
생각을 잠시 들어보도록 하자.
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동남아 남성.
한 사람은 하얀 피부를 지닌 백인 남성.
둘 중 누가 더 부자일 것 같은가?
우리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을 한다.
먼저 이성적으로는 당연히 알 수 없다고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감정적으로는 백인 남성 쪽으로
기우는 게 사실이다.
본인이 인종주의적인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단지 우리는 그렇게 인식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은 사람이다.
'왜 우리는 동남아 남성을 가난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그는 '인식의 차이'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은
과거에는 정말로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인류 대부분은 가난한 나라에 살기보다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국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국가나 인종이 정해져 있다는
왜곡된 인식에서
오해는 증폭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제목과도 관련 있는
'사실 충실성'의 강조다.
극단적인 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속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을까?, 더 나아진 점은 없을까?'
이런 물음들이 반복될수록 세계는 점차
발전하고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적인 가설이다.
더 나아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래야만, 다른 국가들을
현실적으로 인지할 수 있고
게으른 민족, 모자란 인종과 같은 가짜 신화를
타파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책에 뒷부분에서는
사실 충실성을 갖추기 위한
방법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저자의 주장은 흥미롭다.
나 역시 세상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그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도 매우 유용하다.
객관적으로 무엇인가를 주장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충실성을 갖추고, 세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는 말도
일견 일리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실'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흔히 사실을 중요시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누군가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해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전달된
사실 자체를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사실 속에
이야기가 있다면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구의역 사고'다.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한 청년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진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그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일에 쫓겨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없었던 그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오자
사람들은 이 사건을 내면화했다.
일반적인 통계의 나열보다,
인문학적 요소가 더 힘을 갖는다는 이야기다.
나는 사실 충실성도 중요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 자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통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죽음을 희화화하거나,
이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대로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낙관하는 것도 좋지만
비극이 세상을 더 극적으로
변화시킬 때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저자와 나의 생각이
이렇듯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실을 어떤 식으로 인식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다는 사실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