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스 Sep 14. 2019

타로점 보고 온 날

스미스의 여섯 번째 생각


타로


서면에는 타로를 봐주는 곳이 많다.


타로카드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쩌다 점성술이 한국에, 그것도 

부산에 정착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는 동서양의 조화까지 일어난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타로와 함께 

사주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귀신을 통한 

소위 ‘신점’까지 더해지면

형이상학적 사고의 완결판이 될 기세다.


그러나 오늘 나는 형이상학적 추론의 

신봉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입사시험에 대한 

어떠한 의견이라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주는 몇 번 본적 있었지만 

타로카드를 제대로 본 적은 없어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를 

한 명 대동한 채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녔다.


안타깝게도 소위 잘 맞는 집에서 

타로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블로그에서 인기있다싶으면 

사람이 가득 차있고, 

그게 아니면 사람이 아예 없었다.


점성술사계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와 함께 찾아간 곳은 조그마한 가게였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세 명이 앉아있으니 

공기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가게 앞에는 20년 경력이라는 

작은 입간판이 세워져있었고

점성술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는 

‘마마’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듯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 

나는 이상한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다.


타로를 보는 가게 안에는 

향냄새가 그윽하고, 짙은 색의 아이라이너로

무섭게 눈을 치장한 험상궂은 

아주머니가 앉아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전기가 흘러나오는

투명한 구슬이 테이블 앞에 

놓여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로브를 입은 모습도 

상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마마는 평범한 옷에 

평범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웃는 상이라는 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순간적으로 그동안 미디어에 노출된 세계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마마와 타로점을 보는 동안 

나는 이것 저것을 마마에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와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지를 물어봤고,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을 들어주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내 타로점은 안하느니만 못했다.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내게 카드를 고르라고 했고,

나 역시 카드를 꽤나 신중히 골랐으나 

결과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내게 한 번은 떨어질 것이라고 했고,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공부가 잘 되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 떨어지는(진) 순간이 

과거인지 미래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 마마의 타로점은 

내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엄마의 말 정도로 여겨졌다.


내가 지불한 만원이라는 값은 짧은 시간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한 

댓가로 치부하기로 했다.


점을 마치고 문을 나오면서 

마마와 상담을 하고 싶은 

환자 몇 몇을 보게 되었다.


20분 뒤 마마는 그 커플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만 원을 벌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에게 우리도 점이나 배워볼까라고 

물으며 걸어 나왔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자발적 ‘호갱’이 되고 

느낀 바가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자신의 고민을 풀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오늘 타로를 보게 된 것도 

그 마음이 컸기 때문일거다.


나에게 '타로 같은걸 왜보냐'고 했던 친구는 

마마의 입담에 사주까지 봤다.

공무원 시험을 앞둔 그의 마음에도 

불안감이 크게 자리잡았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나의 무거운 짐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인 듯하다.

거기다가 좋은 점괘까지 나오면 

얼마나 짐이 가벼워질까.


물론 좋은 점괘를 받아도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붙여달라고 

제출할 수 없다는 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다.


마마와 작별 인사를하고 문을 나서면서

앞으로는 이런거 절대 안 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나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언젠가 내가 그녀를 

다시 찾아갈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마음 속에 새겨두었다.

다음 번에는 유사 상담사말고 

내 이야기를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심리 상담을 청해야겠다.


P.S 

그래도 마마를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도 좋다.

잠깐의 검색으로 알게 된 업계의 동향을 

기꺼이 공유할 의향이 있다.


또한 마마의 카드 펼치는 기술은 

일품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아 그런데, 타로에도 천기누설이라는 게 있나?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과 자존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