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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Oct 06. 2019

홍콩은 중국이 될까, 홍콩이 될까

영화 해석 및 리뷰 <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 2017 >


감독 : 조 피스카텔라



지난 10월 5일 홍콩에서 시위대 일부는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폭력과 탄압을 내세우는 

현 자치 정부하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찌감치 끝난 줄 알았던 홍콩의 우산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홍콩이 어떻게 될지,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이라는 인물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다큐멘터리 하나를 꺼내들었다.


넷플릭스의 '우산 혁명 소년 vs 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는 10대 학생운동가였던 

'조슈아 웡'이 어떻게 홍콩의 유명 인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생(청년)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


                         



조슈아 웡


14세의 한 소년이 거리에 나섰다.

그는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민교육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년이 바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조슈아 웡이다.


조슈아 웡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학민사조(Scholarism)'라는

학생단체를 만들어 뜻있는 

친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학민사조는 학생과 시민이 힘을 합쳐 

중국의 전통 사상을 버리고 

민주, 사상, 언론의 자유를 내세운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어린 나이의 학생이 내세운 

단체치고는 매우 심오한 뜻이다.


이외에도 그는 거리에 나가 연설을 하거나

정부청사 안에 있는 광장을 점거하고,

우산 혁명을 주도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영화 속 장면들은 이러한 조슈아 웡의

지도자적 면모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지도자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어린 나이의 지도자가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4세의 소년에게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그를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소년'으로

치부하기 바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가 정부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로부터

핍박받는 소년이 되고 나서야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모습이다.


이를 도화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도자로서의 조슈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설을 들은 어른들은 그때야

그에게 호응했고, 자진해서 조슈아 웡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 속 이 장면은

우리가 어린 지도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거나

어떤 굵직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은

청년 지도자에게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 

현실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이다.


조슈아 웡과 같이 어린 나이에 

환경운동가가 된 그레타 툰베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비아냥거렸다.


툰베리가 그저 '꿈많은 소녀인 것 같다'라는

트럼프의 말에서 어린 지도자에 대한 조롱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여전히 우리나라 정당들은

청년 지도자를 앞세우지만, 


실제로 청년 지도자들의 행동을 보면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거나

기성정당의 '얼굴마담'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성 정당에서 청년들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소모적이고, 가볍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성해야 할만한 지점이다.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나오지만

시진핑이라는 어마어마한 대륙의 지도자가

한 소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잠재력에 있다.


조슈아 웡과 학민사조로 대표되는

홍콩의 젊은 지도자 층은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이들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것으로

일관한다면, 언젠가 그들의 영향력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홍콩 사태


이 영화를 보면서 홍콩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홍콩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민주화의 열망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었다.


약 80여 일 간 지속된 거리 시위에서

시민들은 숙식을 함께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몰려든 인파는 매우 많았고,

그들은 서로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다독였다.


안타깝게도 시위는 실패로 돌아갔고

조슈아 웡 역시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 내부에는 '저항의 기억'이 

생겼음이 분명하다.


이 경험이란 것은 매우 근본적인 것인데,

최루탄이나, 고무탄으로는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홍콩 행정 장관은 복면 금지법을

도입하면서 과거 우산 혁명 당시 사용했던

공포의 정치를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이번에는

쉽게 이루어지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때보다 더 단단해졌고,

조슈아 웡으로 대표되는

청년 지도자들 역시 한층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힘내라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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