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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읽기
죽음에도 에티켓이 있다
롤란트 슐츠 < 죽음의 에티켓 > 리뷰
by
스미스
Dec 15. 2019
"허세 쩌네"
내가 읽는 책의 제목을 본 친구의 짧은 한 마디.
왜 벌써 죽음을 준비하냐며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말투.
일반적으로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미뤄두기'
그동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뉴스에서는 누군가의 사망 소식이 흘러나온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렇지만 가까우려야 가까울 수도 없는.
<죽음의 에티켓>은 바로 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번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읽었던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처럼
보통 죽음에 관한 서적들이 철학적인 내용이나
종교, 사후세계를 다루는 반면
이 책은 현실적인 죽음의 과정을 담아낸다.
내 몸에 병이 들어 죽어가는 시점부터
남겨진 자들이 나를 잊는 과정까지를 묘사하면서
실제로 사람이 어떻게 죽는가와
어떻게 잊히는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생생한 표현력과 읽기 쉬운 문체는
'사망 공식 가이드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독자들에게 흥미를 주는 요소다.
죽음
우리는 흔히 죽음을 도외시한다.
평생 삶을 살 수 있을 것처럼 살아가고,
우연히 목격한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이건 본능이거나, 학습된 태도일지 모른다.
살아가면서 죽음이라고 하는 불확실성을
항상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 수립 같은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죽음은 우리와 근접해있다.
꼭 인간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기르던 고양이나
햄스터의 죽음 따위가 그것을 이따금씩 알려준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남자 아이돌로 바뀐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가 진정으로 세상을 떠나셨음을 깨닫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선택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연명치료를 거부할 것인지,
장례식은 어떻게 치를 것인지 등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 남겨질 이들에게
이 모든 선택을 맡기는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죽음의 에티켓에서 저자는 죽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상세하게 나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장례전문 업체를 미리 찾아가 필요한 사항들을 요구하고,
그전에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구비해놓으라는 것.
책을 읽다 보면 죽음에 앞서 생각보다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
결국 책이 의도하는 바는
죽음 역시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장례식은 나를 애도하는,
남겨진 이들이 벌이는 하나의 세리머니다.
흔히 나의 인생의 행사를 나만의 것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날. 나의 경험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교 졸업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나는,
집에도 이 사실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만의 소소한 졸업식을 끝내고 난 뒤
나는 엄마와 몇몇 친구들이 서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의 행사라고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님을 그때 깨달았다.
졸업이 이러할 진대, 죽음은 더욱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내가 정하겠지만,
나만의 행사라며 다른 사람들을 부르지 않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태어남이 온전히 나의 선택이 아니듯.
죽음도 온전히 나만의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모든 행사를 죽음의 당사자가 세세하게
다 정해놓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큰 틀에서 죽음을 맞는 방식을 정하되,
애도하는 자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라는 이야기다.
장례식이라는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남겨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고민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많은 고민이 남는다.
미래에 의학이 많이 발달해서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까.
선택한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쉽게 정할 수 없는 문제다.
죽고 싶은 나이가 언제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죽음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나의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나에게 죽음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허세라고 말했다.
그 친구에게는 죽음이 아직 매우 먼 미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 때는
죽음이 먼 미래일 때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길고,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친구는 아직 알지 못하는 듯하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건 굉장히 시간 아까운 일이다.
저자는 죽음에도 에티켓이 있다고 한다.
남겨진 이들에게 많은 짐을 부여하지 않기 위해,
내 스스로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저자는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준비하지는 않더라도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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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돈보단 꿈을 모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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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수집가/글쟁이를 꿈꾸는 청년. 영화/에세이/책/이슈에 관하여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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