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같아보여도 종이에 구멍 하나 뚫으면 다른 하루가 된다.
내가 계속해서 미뤄두고 있던 일들을 했다. 꺼내놓고 틀지는 못했던 선풍기를 청소하고 책상에서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던 스톱워치의 시간을 제대로 맞췄다. 키우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고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다르게 배치했다. 메모장에 있던 글들도 브런치로 옮긴다. 블로그에 쌓여있던 임시저장글을 정리해서 올렸다. 하고 나면 너무 쉬운 일들을 미루고 미뤘다.
요즘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같아 보였다. 방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는 일을 반복한다. 며칠 전에는 종이 하나에 구멍을 뚫었다. 그날 이후로 종이는 계속 그 상태로 있다. 같아 보여도 달라진 것이 있음에 위로받았다. 일상은 반복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미세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종종 변화란 거창한 사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작은 틈새에서 시작된다. 구멍 난 종이는 이미 존재했으나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춘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우리는 그 작은 구멍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