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벚꽃나무들은 온갖 갖가지 색으로 어우러졌다가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많은 나무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있다. 그 나무 아래서 사랑하는 연인들의 애교 섞인 코웃음과 퇴근하고 옛날 양념치킨을 사가는 아버지의 행복한 미소도 있을 것이고, 눈발이 매섭게 내리던 날 집에서는 차마 울지 못해 눈물을 훔치는 어떤 청년의 비애까지 안고 있을 것이다. 아기들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옛날 옛적 노래 곡조도 나무줄기, 뿌리, 잎사귀, 꽃봉오리, 가지, 고목 껍질 안에 깊이 스며들어 양분이 되었다.
나는 우리 집으로 들어서는 공원 초입의 벚꽃나무를 지켜보고 있다. 변함없이 때가 되어 꽃을 피워내지만 나는 이 꽃의 추억을 모른다. 나도 변함없이 주저하고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더 이상 날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난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절벽 끝에 서있다. 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초입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넓게 뚫린 도로 위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걸 볼 수 있다. 새파랬던 하늘은 아래의 선홍빛 노을과 살짝 어우러져 코발트 색으로 변하고 있다. 이 하늘을 이 나무와 함께 바라보면 어릴 때 외할머니가 해주셨던 달콤한 갈비찜이 떠오른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나는 받기만 했는데, 갚을 새도 없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이다. 끊임없이…
어떤 글이든 이제 잘 다루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생은 한번뿐으로 어떤 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정답을 알려주는 이도 없고, 충고랍시고 하는 사람들은 날 책임지지 않는다.
배운 적이 없는데 책임질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몸으로 부딪혀 배워야만 한다.
우리 아버지의 백발과 작아진 등을 보는데, 더 초라해진 건 나 자신이다.
어떻게 30년의 세월을 가족을 위해 감당해 온 것인지, 지금의 나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위대함이 그 모습에 서려있다.
어머니의 기도는 항상 나를 향한 걱정이었고, 아직 그것이 기대로 변하지는 않았다.
영원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 영원도 동기부여가 있어야 이루어진다. 이런 고뇌가 계속되는 영원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내 꿈의 가치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난 이제 변해야 한다.
나의 계절도 온기를 머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