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어릴 적 모습들이 SNS에 올라온다.
방울토마토가 주제인
단편소설집을 읽다가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깨달아버렸다.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면 전혀 나 같지 않다.
매우 해맑고, 때묻지 않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우스갯소리로 너무 다르게 커버렸다는 말을
나도 가족도 해왔다. 정말 다르게 컸다.
인스타그램을 본다.
연인들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장난치는 사진을 찍어 올린다.
몇몇은 멋있는 자세, 웃긴 표정, 시니컬한 표정, 심심한 표정, 궁금한 표정을 마음껏 올린다. 연예인은 아니어도 본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게 멋있다.
티 없이 자연스러운 표정이 한가득 올라온다.
친구들과 놀러 가서 즐겁게 사진 찍는다.
친구들이 모여 한껏 분위기 잡힌 설정도 만들어 보고 서로를 찍는 구도로도 찍는다. 일상 사진을 한껏 연출해 가장 예쁜 시간을 기록해놓는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언제고 다시 꺼내보고 기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고 마냥 예쁜 모습보다 자연스럽게 행복한 모습을 담아주려고 애쓴다.
시간이 지나도 행복해 보이게 노력해서 찍어준다.
어떤 사진을 보내줘야 할지 고르다가
이내 곧 참을 수없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떨어진 촛농처럼 성가시다.
그것은 어렵게 찾은 맛집에서 맛있게 먹다가
숟가락에 앉아버린 파리처럼 불쾌하다.
성가셨고 불쾌해서 없어지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왜 자꾸 노이즈처럼 생기는 걸까.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외치고 곱씹었더니 사라졌다.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나의 어린이는 사라졌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었다.
단편소설집을 읽다가 발견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사라지길 바랐던 모습들이
마음 한가운데에서 썩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어릴 적 나의
자존감이 낮아진 게
내가 한 짓인가? 내가 없애버린 건가?
내가 그랬구나.
내가 사라지라고 했더니
사라져버렸다. 다시 돌아오면 잘해줄 텐데
이쁘게 사진 찍어줄 텐데.
못나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 못살게 굴어서
사라진 거구나
너무 많이 비교해서 미안해.
너무 많이 무시해서 미안해.
다시 돌아와 준다면
나의 어린이에게 잘 해줄 텐데
내가 너무 어렸어서 미안해
내가 너무 심했다.
미안해.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마지막 어린이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