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솔 Mar 04. 2018

일주일을 기록한 그림 일기

2월 25일 ~ 3월 3일


2월 25일


파리에서 만난 친구와의 대화 - 파리지앵이 된 A가 곧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뭘 할까. 하는 물음에 파리 이야기로 책을 만들거나 블로거가 되는건 어떠냐고 그리고 여행 작가가 되서 또 다른 나라로 가자고 했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돈이 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살아보지 못한 파리지앵의 삶은 너무 값져보였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던 A의 대답은

“넌 하고 싶은거 많아서 좋겠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친구를 만나면 이거 할까? 저거 해볼까? 항상 떠든다. 하지만 그 중 내가 해내는 건 손에 꼽힌다. 10개 중 2개 정도.


생각 하는 것, 꿈 꾸는 것은 쉽다. 돈을 내는 것도 아닌데 마음껏 해봐도 좋지 않을까.


2월 26일


B는 고민이 있다며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처음보는 심각한 얼굴에 그래서 대체 고민이 뭐냐고 물었다.


“이건 고민이 아냐. 고민은 해결 될 여지가 있어야 고민이라 하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해서 다른 결과물들이 나와야 고민 할 여지가 있지.”


B는 정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중이구나.


2월 27일


운동 해야지 - (인생 최고 몸무게)


2월 28일


최근 자신의 가게 문을 연 C는 그 공간에 있을 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너무 행복하지만 티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한다. 누군가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테니까. C의 감정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숨기지마! 난 C의 얘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

“맞아. 열등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C의 친구는 아닐거야”


나도 생각해보면 “나 너무 행복해” 보다 “나 너무 힘들어”의 대화가 쉬운 느낌이다. 가까운 이와의 대화에서도 행복을 이야기하는 장벽이 더 높다. 이유가 뭘까.


D가 말했다.

“다들 눈치 보며 살지 말자”


그래, 우리 너무 남의 눈치를 보고 있어.


3월 1일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으니 10분 뒤에 온다는 740번 버스도 기다릴 자신이 없다.


“1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이어폰을 꺼내며) 노래 2곡이면 오는거네”


사람의 관점에 따라 시간도 움직이는 느낌이다. 아니 노래 덕분인가.


3월 3일


으으 오글거려. 이 단어의 힘이 너무 강하다. 진지한 이야기를 더 진행 시킬 수 없게 만들고 진지한 사람은 말 한마디에 오글거리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작가의 이전글 런던과 파리는 뭐가 다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