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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빛 May 30. 2019

니체 철학을 삶에 적용하기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서평


“사는 게 힘들지? 나도 그래.”


술자리에서 친한 친구가 위로를 건네면서 해줄 법한 말이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도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조언의 내용과 깊이가 범상치 않다. 마냥 기대고 싶은 마음에 위로 좀 해달라는 심정으로 듣기 시작한 건데, 듣다보면 그냥 위안으로 삼고 흘려버릴만한 말들이 아니다. 가볍게 펴들었지만, 마냥 가볍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차라리 위로보다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답을 제시해주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라든지,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등의 말이 더 도움이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니체의 삶과 철학에서 자그마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철학도 삶과 무관하게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면 공허한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나서, 나중에 한참 뒤에라도 ‘아, 이런 상황에서 니체라면 어떻게 했을까?’만을 떠올려도 이 책을 읽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질문을 던지고 니체 철학에 기반해 답을 하는 형식이다

니체의 철학을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니체사상에 기반 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질문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국면들을 조망하는 각 장들은 결국 하나의 핵심주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험난한 운명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했던 강건한 그리스 로마의 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행복X,운명O(니체 철학 키워드1)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행복이란 것도 웃긴 것이다. 우리는 안락하고, 고통이 없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며, 그러한 상태를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얼마가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을 바꿔야 한다. 험난하게 사는 것을 애써 피하지 않는 것이다. 험난한 운명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그것을 긍정하라는 것이다. 

                                             

#힘의 고양, 저항(니체 철학 키워드2)

                              

일단 안락만을 추구하는 삶이 불가능할뿐더러, 우리가 진실로 원하고 있는 것은 ‘현대인의 행복’과는 다른 것이다. 니체는 인간을 짧게 그리고 험난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힘, 다시 말해 자신의 생명력이 고양되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본다.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장수와 안락한 삶이 아니라 힘의 고양과 증대라는 것이다. 


우리가 힘이 증대되었다고 느끼려면 어떤 저항이 있어야 한다. 그 저항을 극복하는 것에 의해서만 우리의 힘이 강해졌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항에는 가난, 전쟁터에서의 적, 또는 예술가 자신의 앞에 두고 있는 소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이러한 것들과 싸우고 그것들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힘이 증대되고 고양되었다고 느낀다. 


니체는 바로 이렇게 힘이 증대되었다는 느낌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말한다. 니체는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의 힘을 고양시키고 강화하고 싶어 하는 충동이 있다고 보면서 그것을 ‘힘에의 의지’라고 불렀다. 이렇게 니체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힘에의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 타인과 힘을 겨루고자 한다. 호승심이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 승부욕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것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할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협동과 협조는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경쟁은 부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니체는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고 자신을 뛰어난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니체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본성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행복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고, 그 결과 운명을 긍정하지 못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욕망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함으로서 퇴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중세 1000년 동안 그리스도교의 지배를 받게 된 탓이 크다. 그때 사람들이 잘못된 도덕관념을 갖고, 나약해졌다고 니체는 여러 문헌과 분석들을 통해 주장에 근거를 제시한다. 반면 그리스 로마의 정신은 이와 반대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압하지 않았음이 인간적인 그리스 로마의 신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고, 올림픽 경기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힘을 겨루는 것을 긍정하였다.


누군가는 서로가 서로의 힘을 겨룬다는 것, 힘에의 의지 같은 게 어디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힘에의 의지가 우리를 근저에서 추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폴레옹 같은 사람을 보고 경탄할 수 있는 것이고, 미켈란젤로나 괴테 같은 사람을 보며 자신도 위대한 성취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극복(니체 철학 키워드3)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무언가 위대한 것을 성취하면서 자신이 고양되었다고 느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과 싸우면서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안일함을 추구하려는 자기의 성향과 투쟁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이렇게 자기를 극복하려 하는 인간은 이 세상에서 부딫히는 모든 곤경을 오히려 그것과의 대결을 통해서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면서 환영한다.

니체의 화두

니체는 투쟁, 운명, 극복과 같은 단어들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 이러한 철학을 펼치게 된 것은 자신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니체는 일생동안 병고에 시달리며 험난한 인생을 살았고,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체념한 것이 아니라 운명을 긍정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같은 삶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기꺼이 살아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명은 자기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중에서도 자신이 순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철학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철학이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확실히 삶에 철학을 적용하고, 사회에 철학을 관철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니체부터가 호승심과 경쟁을 강조하며 ‘고귀한 사람은 적을 만든다.’고 하는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회에서 배척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원래 철학이라는 건 사회의 통념이나 대다수의 생각을 따라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 철학이기도 하다. 철학은 어떤 명제에 대해 남들의 말이나 생각보다는 이성이라고 하는 도구상자를 통해서 그 명제의 참/거짓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준거점은 나의 이성에 있어야 하는 것이지, 나보다 나은 점을 별로 찾아볼 수 없는 타인들의 집합에 있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성은 통념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고, 좀 더 굳건한 삶의 지침을 제시해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철학을 학문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 철학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지식으로만 접근했던 사람들, 실천과 앎이 분리되어있었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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