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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빛 Jul 06. 2019

글쓰기는 힘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리뷰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힘이다.’ 항상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메이저 신문사 기자 시험을 통과하고, 지금은 출판사 대표로 있는 아버지는 항상 글과 함께 살았던 사람이다. 아버지의 이 말을 그냥 흘러듣기에는 당신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덧붙였다. 좋은 글의 원칙은 ‘they say, I say.'라고.    


유시민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they say.'는 요약이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다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약을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아는 게 많을수록 텍스트를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읽기와 쓰기는 따로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유시민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I say.'는 주장이다.

남의 말을 잘 들었으면,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생긴 셈이다. 내 생각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그는 세 가지 단계로 제시한다.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고, 주제에 반드시 집중하라.’는 것이다.      

“논증의 미학이 살아 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사실은 이게 다이다. 그 뒤로는 무수한 연습뿐이다. 사실 유시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책의 맨 앞 100페이지까지에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너무 일반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논리적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으로 독자층을 너무 폭넓게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다 알겠는데, 좋은 글을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지? 왜 유시민은 굳이 글쓰기로 특강까지 한 것이며, 아버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힘이라고 했을까?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은 힘 또는 무기 그 자체이다. 어떤 글에 설득력이 있다면, 찬성파과 반대파가 생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쓴다고 해도 그 글에 반대하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다. 나의 주장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은 글에는 반대가 더 극성스럽다. 글에 위압감을 느끼기 때문이므로 적들은 우회적으로 내 글의 설득력을 인정하는 셈이다. 물론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고, 적절한 논리와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면 동조자 또한 있다. 자칫 파벌이 형성되어 분쟁으로 격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논리와 이성으로 투쟁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글쓰기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고 상당히 정치적인 행위이다.    


물론 글로써 남을 짓밟고, 남을 분리배척해서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의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소통을 통해 타인과의 공감대를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럴 때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힘을 겨뤄본다면 어떨까. 그러면 서로의 진가를 알게 되고, 어설픈 합의가 아니라 진정한 존중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글쓰기의 특성을 제일 잘 활용한 사람은 유시민이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항소이유서>를 통해 많은 지지자를 얻었고, 그들의 힘으로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지금도 방송인으로 활동하기는 하지만 유시민 파워의 많은 부분은 그가 쓴 글에 기반 한다. 이런 점에서 유시민은 내가 존경하는 조지 오웰을 닮아 있다. 조지 오웰 또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글을 씀으로서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에서 기인한다.”(<나는 왜 쓰는가>)    


<표현의 기술>에서, 유시민은 스스로를 ‘정치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예술적 글쓰기와는 달리, ‘정치적 글쓰기’는 남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글을 통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절감한다고 한다. 유시민도 이런데, 하물며 우리는 어떨까! 정말 피 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씽큐베이션 <잘 팔리는 글쓰기> 1회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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