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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빛 Aug 03. 2019

[컨테이져스:전략적입소문]씽큐베이션의 위기

씽큐베이션의 설계도

한때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었던 적이 있다. ‘석호필’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형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등 뒤에 ‘감옥 설계도’를 새기고 자진해서 감옥에 들어가는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는 참신한 소재와 전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십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씽큐베이션이라는 곳에서 예전에 봤던 ‘석호필’을 보는 듯 한 기시감을 느꼈다. 씽큐베이션은 '체인지 그라운드'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트레바리와 비슷한) 독서모임 커뮤니티이다. 시스템의 작동원리와 설계도를 몸 안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싱큐베이션은 ‘석호필’과 비슷하다. 어떤 점에서 그러할까? 낱낱이 파헤쳐보자.    


싱큐베이션에서 <컨테이져스>는 <습관의 힘>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다. <습관의 힘>은 독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꾸준한 독서습관을 길어야한다는 당위적인 원칙을 강조하면서 ‘빡독(다 같이 모여 책 한권을 읽어내자는 프로젝트)’과 ‘졸꾸(졸려도 꾸준하게)’라는 이 커뮤니티의 슬로건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와는 다르게, <컨테이져스:전략적 입소문>은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전략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 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행동지침을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싱큐베이션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콘텐츠 파워를 가진 글을 주제로 하는 독서모임 ‘잘팔리는 글쓰기’에서는 이 책을 읽는다. 또한 ‘씽큐베이터로 성장하기’라는 독서모임에서도 <컨테이져스>를 읽는다. 마치 ‘씽큐베이션의 멤버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해’라고 말하는 듯 해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긴다.     

어떤 공동체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전체적인 방향이나 가치를 천명하는 텍스트가 먼저 있어야 하며, 이를 보완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따라줘야 한다. 미국도 독립선언문이 있고, 수정헌법이 존재한다. 기독교에도 십계명이 있고, 성경이 있다. 마르크스도 공산당 선언을 쓰고 난 뒤, 자본론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씽큐베이션이 미국이나 기독교나 마르크스와 같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컨테이져스>의 내용을 살펴보고, 씽큐베이션에서 책의 어떠한 내용을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왜 싱큐베이션이 호응을 받는가?


(1)소셜 화폐

소셜 화폐는 우리의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의미한다. 지인에게 어떤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이야기가 자신의 가치나 이미지를 재고시켜줄만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소셜 화폐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소셜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면 입소문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내적 비범성’을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인사이더’라는 소속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게임 메커닉스를 잘 활용하여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도록 가시적인 표식을 어떻게 얻거나 생성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소셜 화폐의 첫 번째 조건은 ‘내적 비범성’이다. 모든 제품이나 아이디어에는 비범성이 있다. 다른 것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남다를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모든 것을 갈아버릴 수 있다는 믹서기를 홍보하기 위해 정말로 모든 것(구슬에서부터 아이폰까지)을 넣어 갈아보는 실험영상을 유튜브로 찍어 올린 것은 비범하다. 독서모임을 위해 필요한 제반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모임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주지만 그것에 대한 어떠한 돈도 받지 않는 것은 확실히 다른 모임과는 차별점을 갖는 부분이다.    


단순히 사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서모임에 참여할 경우, 체계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임에 드는 비용을 자신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고, 모임을 위한 장소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활동하게 될 경우, 대개 소통이 잘 안될뿐더러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익명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커뮤니티 내의 인간관계가 현실의 인적 네트워크로 이어지지 않아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트레바리’와 같이 돈을 받고 기업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커뮤니티가 등장했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비싸고, 상업성에 치중한 나머지 깊이를 놓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싱큐베이션’은 인터넷 공간과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시키면서 돈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한 것처럼 보인다.    


소셜 화폐의 두 번째 조건은 ‘게임 메커닉스의 활용’이다. 게임 메커닉스란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등을 구성하는 요소, 쉽게 말하자면 게임에 흥미를 더하고 나아가 중독성을 유발하는 규칙이나 피드백 등을 뜻한다. 이러한 규칙들(게임 메커닉스)는 사람들을 성취욕을 자극함으로서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식으로 작동된다. 성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카드게임에서 난관을 해결하거나 스도쿠 게임에서 레벨이 상승하는 것은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로 만족감을 준다.    

이러한 것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콘테스트이다. 버버리는 ‘아트 오브 더 트렌치’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버버리 제품과 이를 착용한 사람의 사진을 게시하도록 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것도 일부 있지만 누구나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다. 버버리는 이중 몇몇 사진을 골라 특별히 게시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패션을 뽐낼 기회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다. 버버리는 자신의 사진이 선택받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소망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허영심 등을 자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버버리코트를 입고 사진을 찍는데, 덕분에 버버리 코트의 매출액은 50퍼센트 이상 늘었다고 한다.    


싱큐베이션도 서평경연을 벌여 멤버의 자격을 부여하는 콘테스트의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 1기와 2기 모두 각각 소수의 멤버만 뽑는다는 ‘규칙’(=게임 메커닉스)을 만들었다. 평가 기준은 서평의 질이었다. 책에 따르면, 입소문은 콘테스트 투표 과정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남보다 상대적으로 앞서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콘테스트에 응모해 글의 가치를 시험받고 싶어 한다. 아니나 다를까, 1기와 2기 모두 1100명가량의 지원자가 자신의 서평을 응모했다. 그 과정에서 각 응모자는 콘테스트를 후원한 체인지그라운드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체인지그라운드가 직접 홍보하는 대신 콘테스트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직접 홍보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체인지그라운드가 얼마나 많은 홍보 효과를 달성했는지는 검색창에 ‘싱큐베이션’만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다. (콘테스트에 대한) ‘결과 문자’라는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싱큐베이션에 선정된다는 것은 상을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선정된 사람은 누구나 주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할 것이다. 자신의 글(또는 콘텐츠)가 얼마나 좋은지 알리기 위해서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상을 수여한 기업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 체인지그라운드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우수 서평이 당선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여기에 선정되면 자신의 글이 공유수가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알리고 싶어한다.(이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에게 싱큐베이션에 대해 말하게 되고, 이는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https://youtu.be/3OvUfykD82M

"10대 1의 경쟁률을 뚫는 합격 서평 쓰는 방법"


8대1의 경쟁을 거쳐(?) 선정된 멤버 이외에는 어떤 멤버도 받지 않고, 커뮤니티에 가입된 멤버들끼리만 교류한다는 것은 이 커뮤니티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기게 된다. 멤버들에게 ‘인사이더’라는 소속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때의 ‘인사이더’는 ‘아웃사이더’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고, 커뮤니티에 배타성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은 순간, 자신을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처럼 느낀다. 그래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더 큰 애착을 보이는 것은 물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자랑 할 때 자신만이 특별한 기회를 잡았다는 만족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셜 화폐이다. 최신식 전자제품이 출시되는 날 매장 밖에서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하면서 이를 손에 넣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와 비슷하다.     

싱큐베이션에서 만든 “대교X체인지그라운드”로고는 마치 포스퀘어에서 (고객에서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뱃지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아니면 은행에서 우수 고객에게 제공하는 골드카드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에게 어떠한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지도 않는 것 또한 싱큐베이션의 특징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는 순간 그들의 내적 동기는 연기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싱큐베이션에서 읽는 책)이나 기업(체인지그라운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사실 이 순간에도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매일 그런 대화를 나눈다. 보상금을 주면서 지인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면 이전의 순수한 동기는 사라진다.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가는 전적으로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대가가 지불되면, 얼마를 받느냐에 따라 홍보 횟수와 그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 소셜 화폐 같은 사회적 보상이 훨씬 효과적이며, 물질적 보상은 오히려 마케팅 효과를 저해한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넷 백과에도 다음과 같이 기재가 되어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회적 문제를 알리는(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들을 알리는) 적정콘텐츠 기업으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로크미디어와 관련한 서평마케팅 및 체인지그라운드 관련법인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2) 계기의 법칙      


특정 아이디어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가 중요하다. 어떤 실험에서 두 가지 슬로건 중 어떤 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더 영향을 끼치는가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다. 한 그룹에는 ‘하루에 5가지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 건강한 삶을 누리세요’를 보여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교내식당에 갈 때마다 식판에 5가지 채소와 과일을 담으세요’를 보여주었다. 두 슬로건 모두 과일 및 채소를 많이 먹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 슬로건에 식판이라는 단어를 슬쩍 넣어서 학생들에게 행동의 계기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았다.     


후자의 슬로건이 진부해서 별 효과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험 결과는 ‘식판’슬로건을 보여준 학생들이 교내식당에서 더 많은 행동 변화를 보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식판을 보는 순간 슬로건을 떠올렸고 과일 및 채소를 이전보다 25퍼센트나 더 먹기 시작했다. ‘식판’슬로건이 계기로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 분명했다.

싱큐베이션도 단순히 ‘좋은 글쓰기’라고 하지 않고, ‘잘 팔리는 글쓰기’라고 함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서평을 써야할 것인가의 기준을 제시한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사고팔기 때문에, 편의점에 가는 순간에도 ‘잘 팔리는 글쓰기’가 떠오르면서 싱큐베이션이 연상된다. ‘조회수’를 많이 강조하는 것도 인터넷 사용자에게 ‘계기’로서 작용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 씩은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므로 ‘조회수’라는 단어에 민감해진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글의 ‘조회수’가 계기가 되어 ‘싱큐베이션’이 연상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2. 싱큐베이션의 한계    


이때 ‘계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해비탯’이다. 장소가 다르면 계기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종교와 관련된 형상이 즐비한 교회에 들어서면 절로 기독교 교리가 떠오른다. 학교에서 사물함, 책상, 칠판을 보면 자녀를 떠올리거나 학창시절의 추억에 잠기기 쉽다. 해비탯이란 메시지나 아이디어와 연결된 계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놓인 환경을 뜻한다. 싱큐베이션의 환경(해비탯)은 인터넷 공간이다. 커뮤니티의 멤버들은 인터넷에 자신의 서평을 올리고, 인터넷 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검색어(키워드) 노출 분석’ ‘조회수 올리는 법’ 등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환경(해비탯)은 생성되는 콘텐츠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해비탯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도 변화시킨다. 인터넷 공간은 인터넷 공간만의 특성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클릭 한번으로 자신의 글을 볼 수 있고, 개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밀이 없는 인터넷의 특징은 모든 것이 투명한 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를 제약하고, 그 시선이 내면화 되어 스스로를 규제하는 규칙이 된다. 그 결과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 생각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이러한 생각은 한병철의 <투명사회>에 잘 드러나 있다.     

“오늘날 세계 전체가 하나의 파놉티콘으로 발전한다. 파놉티콘의 외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의 공간을 자처하는 구글과 소셜 네트워크는 파놉티콘적 형태를 취해간다. 오늘날 감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파놉티콘적 시선에 자기를 내맡긴다. 사람들은 자기를 노출하고 전시함으로써 열렬히 디지털 파놉티콘 건설에 동참한다. 자유는 곧 통제가 된다.”(<투명사회>)    


파놉티콘은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이다. 원근법적으로 설계된 파놉티콘의 한가운데나 꼭대기에 감시자가 눈을 부라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죄수들은 감시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규칙에 따른다. 그러나 나중에는 감시자의 시선이 내면화되어서 감시탑에 아무도 없다고 할지라도, 규칙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한병철은 자신의 책에서 디지털 공간이 이러한 파놉티콘과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파놉티콘 체계를 완성하는 것은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사적인 이익과 즐거움에서 출발한 자발적인 참여다. 예컨대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감시’로 바꾸어놓는다. 로빈 터지의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이후)는 빅브라더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빅브라더 흉내를 낸다고 꼬집으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청소년들에게 했다는 충고를 인용해놓았다. “지금은 유튜브 세상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지요. 하지만 한번 유튜브에 올라간 글이나 영상은 두고두고 여러분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젊을수록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기 마련이고 실수도 많이 하기 마련이니 글을 올릴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올리세요.”    


적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악의 없이 올린 짤막한 글이나 사진 때문에 영원히 잊히지 않고 조롱거리가 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예가 무수하다. 캐나다의 IBM 지사에서 근무했던 나탈리 블랑샤르는 우울증 때문에 장기간 병가를 냈으나, 그녀의 페이스북을 뒤져 행복하게 웃는 사진을 찾아낸 보험사가 근무에 지장이 없다면서 보험 급여를 중단했다.    


‘아랍의 봄’이나 각국에서 벌어진 점거운동 사례가 보여주듯이 최신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연대를 결속해줄 것이라고 믿는 예찬자도 생겨났다. <친애하는 빅브라더>와 <투명사회>의 지은이들은 그런 희망적 사고를 거부한다. 바우만은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네트워크이지 ‘공동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동체가 복종해야 할 규범을 갖고 있으면서 어려울 때도 곤경을 함께 나누는 친구로 이루어져 있다면, 하루 만에 수천 명을 친구로 만들 수도 있는 페이스북의 친구는 당신의 일상을 구경하면서 관음증을 즐기는 부류다.    


SBS 텔레비전의 <짝>은 녹화 중에 출연자가 자살을 하는 불상사로 막을 내렸다. 이 시대의 취향인 리얼리티 쇼는 디지털 파놉티콘의 수감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일 뿐 아니라, 자기 착취에 나선 ‘나르시시즘적 주체’라는 한병철의 말을 수긍하게 해준다.     


이런 문제들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어쩌란 것인가? 애초에 이 책은 마케팅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공간이라는 해비탯은 마케팅적으로도 해가 된다. 왜냐하면, 인터넷 공간의 투명한 특성 때문에 비슷한 생각과 양식을 담은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무수하게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보고 있다는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규제하고, 선뜻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쉽지 않게 한다.소통이 투명하고 매끄럽게만(균질하게만)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이 누구나 다 받아들일만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고, 상식만을 이야기하며, 복잡한 말(생각)보다는 쉬운말(생각)을 선호하며 지배적인 관념만을 이야기하고 이질적인 생각과 진정한 의미의 차이는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콘텐츠들은 평범해질 것이다. 3기, 4기, 5기로 갈수록 평범해질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카테고리(여기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브 블로그 등 모든 디지털 매체)가 발전할수록 카테고리 전문가들마저도 콘텐츠들간의 차이를 구별해 내는 것이 힘들어진다. 초기 유튜브에서는 ‘먹방’이 신선했지만, 요새는 먹방 콘텐츠가 너무 넘쳐나서 어떤 먹방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유튜버가 저 유튜버 같고, 둘 간의 차이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이는 싱큐베이션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싱큐베이션의 서평’과 ‘다른 커뮤니티의 글’을 구별 지어주는 특징이 있을까? 사실 이는 노트북 카테고리에도 적용될 수 있고,(요새는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모든 제품들이 비슷비슷하게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 언어학자라고 해서 유사어들간의 차이를 언제나 명확하게 집어낼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갉아먹는다. 여기서 기업의 경쟁력이란 차별화를 의미한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차별화하거나, 아님 죽거나”라는 격언이 있다. 카테고리(블로그, 유튜브 등등)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제품(콘텐츠)들 간 차이를 인식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이는 곧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콘텐츠가 모두 비슷비슷해지고, 그리고 이에 따라 콘텐츠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순간, 그 카테고리는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이다.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갖는 의미가 사라진다. 자기계발서가 너무 많아져 이 책이 저 책 같고, 저 책이 이 책 같다고 느껴진다면(마찬가지로 이 글이 저 글 같고, 저 글이 이 글 같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글들만 양산한다면), 그 카테고리 속의 기업들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싱큐베이션이나 트레바리나 비슷한 글들을 만들어낸다면, 과연 싱큐베이션이 ‘체인지그라운드’라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여줄지 의문이다.    


(1)감정


위와 같은 투명사회로서 디지털 매체가 갖는 특성은 콘텐츠가 담고 있는 감성, 콘텐츠가 유발시키는 감정도 획일화시킨다. <컨테이져스>는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공유욕구를 더 자극하는 것도 아니며,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공유욕구를 덜 자극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콘텐츠 소비자를 각성시키는 감정이라면(여기에는 분노, 불안이 해당), 사람들의 공유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투명사회”는 매끈하고 균질한 소통을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시키는 콘텐츠를 용납하지 않는다.     

분노나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각성시켜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에서 분노라든지 불안을 촉발하는 콘텐츠는 배척될 수도 있다.

2009년 한 연예인은 인터넷에 쓴 글로 물의를 빚었다. 젊은 나이의 한국계 미국인 가수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중, 연습생이던 열여덟 살 때 미국의 웹사이트에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을 올렸던 게 밝혀지면서 가수 생활을 잠시 접어야 했다.    


절대 이 가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노라든지,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하는 콘텐츠는 인터넷 환경의 특성상 쉽게 지탄과 매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의사표현을 소극적이고 균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디지털 환경의 자발적 복종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는  내적 비범성을 전달하겠다는 싱큐베이션의 소셜화폐라는 특징과 인터넷이라는 싱큐베이션의 해비탯이 충돌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싱큐베이션의 해비탯-디지털 환경은 각성효과가 낮은 글들만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각성효과가 낮은 감정은 공유욕구를 꺾어버리고 굳이 누군가에게 이 주제로 대화를 청하거나 주변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지 않을까?    


(2) 대중성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싱큐베이션’이 택한 것이 대중성이라고 보인다. 읽는 책의 목록만 살펴보아도, 알라딘 세일즈포인트가 기본 5000은 넘는 (현재 출판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베스트셀러들이다. 또한 대체로 스타 작가들이 썼거나 대형 출판사들이 출간한 책들을 읽음으로서 대중성을 확보한다.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때면 타인을 관찰해 모방한다. ‘저 책이 저렇게 잘 팔리고, 저 작가가 저렇게 성공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내가 모르는 것을 저 책이 알려줄지 몰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어떤 책을 재밌게 읽고 있으면, 그 책에 호기심이 생길 대가 있다. <컨테이져스>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못을 박는다. “존 그리샴의 신작 소설을 읽는 사람이 많으면 서점에서 망설이지 않고 그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간다.” 그러면서 이를 “사회적 증거”라고 규정하고, 사회적 증거가 인간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생사를 좌우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적 증거를 활용하여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재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싱큐베이션은 활용한다. 웅이사 유튜브에서 고전 중의 고전인 삼국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3)실용적 가치의 법칙


싱큐베이션의 ‘대중성’을 보완해주는 것이 ‘실용적 가치의 법칙’이다. 책에서는 ‘탁월한 가치를 강조하라’고 주장한다. 탁월한 가치를 강조하면 콘텐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상술했듯, 비범성이 뛰어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눈길을 확 끄는 가치를 가진 콘텐츠만이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성취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탁월한 가치는 ‘성공’과 ‘성취’이다. 수많은 유튜브가 성공법칙을 다루고,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흥행이 이를 잘 반영한다는 것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겠다. 이렇게 ‘실용적 가치의 법칙’에 따라 웅이사 유튜브도 고전에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실용적 가치를 끌어내는 영상을 제작하고, 싱큐베이션에서도 경영/경제/자기계발서 또는 글쓰기 실용서를 많이 읽는 것이다. 한 독서그룹의 9권의 책 중 5권이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에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 4권은 인문학 사회과학에 걸쳐 분산되어 있다. 고영성 작가가 추천하는 3권을 로크미디어 책을 읽는다면, 더욱 실용적인 가치를 담은 책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오리지널스(경제/경영)

1만시간의 재발견(성공학)

벌거벗은 통계학(경영전략)

콘텐츠의 미래(경영전략)

친구의친구(경제경영/자기계발)    


3. 해결방안-원래의 '내적 비범성'을 되찾기

‘싱큐베이션’에 대한 대교의 후원이 중단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발돋움하지 못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위에서 봤듯이, 소셜화폐라는 가치에 강점을 두고 계기의 법칙을  잘 활용했지만 ‘싱큐베이션’  차별성을 갖는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것인가라는 의문 들게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사실 ‘싱큐베이션’과 유비적으로, (대중성과 실용적인 가치를 겸비한) 마케팅 고전 이 책도 뻔하다는 단점이 있다. (문학동네도 이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전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다양한 결론을 산출할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이 전제되지 않을 때 뻔한 전략과 결론만을 양산할 수도 있다. 싱큐베이션은 대중성과 실용적인 가치에 기반하여 계속해서 확장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내적 비범성에 기반하여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한 번쯤 각종 위기(risk)를 겪기 마련이다.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 기업의 역사는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에 응전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앞으로 싱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의 미래가 궁금하다.    



참고자료: 컨테이져스: 전략적 입소문

           시사 in 기사 "디지털 파놉티콘"

           디퍼런트, 문영미 저, 살림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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