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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빛 Aug 27. 2019

가자, 중원으로!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리뷰

몽골의 한자어는 몽고, 아둔한 옛것이라는 뜻이다. 안 그래도 우리에게 생소한 몽골인을, 그것도 과거의 역사를 왜 나는 읽게 되었는가. 그것은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어떨까 하는 의문에서 나왔다. 우리는 5000년의 민족사를 자랑하며 고유의 것을 지키는 데 충실했지만 새로운 곳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유목민의 일상은 생소하다. 옆 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항상 고생하고 우리나라에도 지진의 위협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만약 우리 민족이 우리 땅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생계를 유지하면 어떨까하는 말도 안되는 의문이 들었을 시점에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유목민의 삶은 우리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하루종일 꼼짝 없이 앉아 있으면서도 전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는 프랑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는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저녁에는 외국 바이어를 만나는 돈 많은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충분히 세계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칭기스칸과 그들 유목민의 삶은 이러한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우리도 이들을 본받을 수 있을까?    


몽골인의 힘은 그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면서 스스로 익힌 삶의 철학에서 나온다. 그들은 영혼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순환하는데, 살아있는 동안은 영혼이 단지 몸 속에 머무는 것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죽고 나면 이 영혼이 그들이 갖고 다니는 깃발에 담겨 말을 타고 다니는 광대한 공간에서 나부낀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그들에게 물질적인 부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것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순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몽골인의 믿음에 따르면 죽은 자의 몸은 평화롭게 놓아두면 그만이었으며 굳이 기념비를 세울 필요가 없었다. 영혼이 이미 몸을 떠났기 때문이다. 영혼은 영기에 머물며 살게 된다.”    


그들에게는 부 뿐만 아니라 승리도 한 장소나 개인에게 고정되어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쟁취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설명이 모든 몽골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칭기스칸과 초기 몽골인들에게는 그랬다. 칭기스칸은 항상 검소한 생활을 했고 죽을 때마저 정주문명의 여타 다른 권력자들이 했듯이 자신의 무덤을 사치스럽게 만드는 것을 거부했다. 다만 자신의 삶이 위치할 영역이 오래 보존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정주문명은 농경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러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한 곳에 머물게 되고 타 문명에 대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게 된다. 그들은 한 곳에 머물며 자연스레 위(하늘)과 아래(땅)만을 보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문명은 수직적 구조에 따른 질서를 선호하게 되고 관료주의적 위계질서를 따르게 된다. 이러한 관료주의적인 사회는 스스로 정화작용을 잃어버릴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부정과 폐해를 낳게 된다.    


유목민족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 환경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과는 다른 것을 계속해서 끌어들어야 하는 수평적인 구조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면서 닫힌 사회가 아니라 순환 속에서 외부의 것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열린사회가 된다. 정주문명이라는 닫힌 사회가 유목민족이라는 열린 사회로 대체될 때 많은 충돌이 야기 되고 거기에서 자연스레 새로운 것들이 탄생한다. 두 이질적인 것의 충돌로 인해 닫힌 사회였던 정주문명이 쇄신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경우가 유럽이다. 


계속해서 이동하는 유목민들의 삶의 철학은 그들이 벌였던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기마병이라는 기동성과 함께 그러한 기동성을 뒤따라가기 위한 과학기술이 종합된 혁신적인 무기를 상황에 맞게 도입했다는 것이다. 기술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번뜩이는 생각들이었으며 어디에든 적용될 수 있는 추상적인 것으로서 때에 따라 필요한 환경에 갖다 쓰면 되는 것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체화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반 비용도 들지 않았다. 칭기스칸은 다른 정주문명을 공격할 때 기마병들로 승리를 거둔 후에 적이 성 안에 숨게 만들었다. 그 이후는 마치 몰아 넣은 가축을 사냥 하듯이 선전을 통해 적을 동요하게 만들고 과학기술을 이용한 무기들로 정주문명의 유산들을 파괴했다. 이러한 전쟁 방식은 몽골이 제국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다만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몽골인의 믿음에 따라 영혼이 계속 순환하듯, 칭기스칸의 운명도 계속되는 공격과 반격의 순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말과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는 약탈이 생계의 수단이었고 이 약탈에 대해 복수하거나 선수를 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칭기스칸은 몽골부족을 하나로 통합시켜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려고 하였다.    


그와 몽골제국은 세계를 하나로 통일했고 동과 서의 대립에서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세계를 보여줌으로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몽골인들의 기동성은 세상을 더 작고 좁은 공간으로 바꾸었다. 예전에는 절대적이던 거리가 몽골인들이 만든 연결망과 그들이 가진 기동성으로 인해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칭기스칸은 다른 부대를 빼돌려 그때까지 다른 군대는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거리-사막, 산, 초원을 가로질러 3500킬로미터에 이르렀다-를 주파하여 적의 전선 후방 깊숙한 곳에 불쑥 나타났다. 물론 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장사를 하는 캐러밴들조차 유명한 ‘붉은 사막’ 키질쿰은 가로지르지 못하고 수백 킬로미터를 우회해 갔다.”    


몽골인들은 제국이 되고 나서도 자신들의 뿌리를 버릴 수 없었다. 그들의 유목민적 삶의 특성은 물자가 계속해서 순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의 시대적 한계는 그러한 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방해했다. 군사적으로 더 이상 팽창이 불가능해짐으로서 외부에서 자원을 계속 획득할 수 없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돈 페스트에 대해 몽골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과 같은 현대 사회에서 페스트는 손쉽게 치료 가능한 질병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전염병으로 인해 무수히 죽어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교역도 차단되자 몽골 제국은 더 이상 열린 사회가 아니었다. 유목문명은 현실에 안주하고 정착 할 때 망하게 된다. 몽골 제국 또한 그렇게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칭기스칸과 당시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은 오늘날 인터넷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매우 유용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부유한 사람들은 즐기기 위해 여행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 남기 위해 이동해야 하므로 결국은 누구나 유목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들이 사이버 세계의 기마궁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이동적 삶을 감내해온 말은 이제 인터넷으로 대체되고 있다. <ceo 칭기스칸>, 김종래    


칭기스칸이 약탈을 금하고 성과에 따라 약탈품을 나눠주었던 것은 오늘날의 성과급여제, 스톡옵션과 맞먹는다. 또한 그가 보여주었던 초고속은 오늘날 인터넷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전쟁을 할 때 기술과 정보를 승리의 원천으로 적극 활용한 것은 오늘날 기업들의 ‘지식경영’을 떠올리게 한다. 몽골인들과 유목민들의 전략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21세기의 경영전략을 이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칭기스칸의 제국 경영을 현대식으로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구성원 전체의 평등한 분배    

칭기스칸은 막무가내로 약탈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복이 끝난 뒤에 전리품을 전쟁에서의 공에 따라 분배했다. 이것은 기업들의 스톡옵션제에 버금갈 수 있다.    


-속도가 중요하다. 업무 효율 극대화, 빠른 의사결정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 우리보다 더 빠르게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몽골인과 칭기스칸이다. 몽골군은 갑옷을 경량화시키고 말을 탐으로서 속도를 하나의 전략으로 적극 활용했다.    


-아웃소싱(핵심 역량 외 전산등 주변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경영전략)해서 고정비를 줄이고 기업의 몸 사이즈를 줄인다. A가 하는 일을 B도 할 수 있는 호환성을 갖춘다.    

몽골군은 피정복지를 점령하고 피정복자들이 잘하는 일에 한해서는 그들에게 맡겼다. 그러면서 한가지 일만 하지 않았다.     


-부서체제가 아닌 팀을 만들어라    

몽골군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독자적 판단과 협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기술을 개발하라    


-리더와 구성원 관계에서 공평함 추구.     

칭기스칸은 정복한 민족과 정복당한 민족간에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 법을 따르는 법치주의 추구.    

법치에 기반 한 윤리경영은 현대사회에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집중적 네트워크 방식이 아닌 반중앙집중적 네트워크 방식 

   

몽골제국은 역참제를 설치해서 오늘날의 반중앙집중적 네트워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역참제는 인터넷 정보전달방식인 프로토콜 방식이다. 반 중앙집중적 정보전달체제이며 릴레이 방식을 써서 최종전달자가 이동 가능한 시스템이다. 역참망을 지도에 표시한다면 세계지도가 새까맣게 될 만큼 이 시스템은 정교했다. 제1차 인터넷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을 활용해서 우리는 내부정보가 부서별 체제에 따라 한 가지 루트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루트(역참제)를 통해 전달되게끔 인터넷 통신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자기 것을 내보내고(시장으로 따지면 제품 출시) 외부의 것(신 기술)을 도입하는 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되게 한다.    

칭기스칸은 끊임 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유목이 유목민들의 핵심가치라고 생각하였다.    

21세기는 잡 노마드 사회라고 한다. ‘잡 노마드’는 직업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이란 뜻의 신조어로 과거의 직업 세계에 등을 돌린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평생 한 직장, 한 지역 그리고 한가지 업종에 매여 살지 않는다. 잡 노마드는 승진 경쟁에 뛰어들지도 않고, 회사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하지도 않는다. 직업 세계에 새로 등장한 이 신종부류는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을 위해 그것을 이용하는, 현대화를 실천하는 주인공들이다. 이러한 노마디즘을 적극 실천했던 칭기스칸과 몽골인들에게 한 수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아침 아프리카에선 가젤이 눈을 뜬다.

그는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 또한 눈을 뜬다.


그 사자는 가장 느리게 달리는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이건 가젤이건 상관 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은 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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