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증명한 ‘신뢰 경영의 힘’

SK하이닉스 ‘축적과 돌파’로 42년 만의 1위

by 이예지

10월 13일 제 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10992_12263_4553.jpg 10월 13일 제 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제 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다섯 번째 강연자로 ‘신뢰게임’ 저자이자 mySUNI 현순엽 전문교수가 강연을 펼쳤다. 현순엽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인사조직을 전공했다. SK그룹 경영기획실, SK텔레콤 마케팅 전략팀에서 실무를 익혔고,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에서 HR 임원으로서 경영 업무를 경험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기업문화 담당으로 일했다. 마케팅 임원에서 HR 임원으로 전환한 특이한 경력을 보유하여, 현재는 작가로서 저술과 강의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저서로는 ‘고성과 리더의 비밀, 원온원’(2023)이 있다.


현순엽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통해 ‘신뢰’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본질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신뢰게임’은 하이닉스의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 과정을 ‘신뢰의 축적과 돌파’로 설명한다. 책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기 때문이 아닌 “이 내용이 진짜인가?”라는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현실의 기업 문화 속에서는 ‘정치 게임’이 더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게임’에서는 실전 사례를 중심으로 신뢰가 어떻게 문화와 역량의 딥 체인지(Deep Change)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경영진의 리더십 변화, 조직문화 혁신, 협업 시스템 구축이라는 세 축을 통해 신뢰가 ‘실제 성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0992_12264_4613.jpg 10월 13일 제 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신뢰는 경영의 본질이자 성과의 원천


‘신뢰게임(Trust Game)’은 인간의 신뢰와 상호성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게임이다. 위탁자와 수탁자가 자원을 나누며 협력할수록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경제학적으로는 순전한 이기심의 균형이지만, 현실에서는 협력을 통한 공동의 이익이 더 높은 결과를 만든다. 기업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뢰가 작동하는 조직은 협업, 혁신, 문제 해결, 몰입, 브랜드 이미지 등 모든 지표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다.


‘축적과 돌파’로 42년 만의 1위


SK하이닉스는 42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불가능해 보였던 이 여정의 비밀은 ‘꾸준한 축적’에 있다. 외부에서는 한 번의 혁신적 결정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10년 이상의 축적과 돌파가 있었다.


하이닉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면 ‘행운 33%, 하이닉스 요인 34%, 경쟁사 부진 33%’로 요약된다. 특히 하이닉스 요인의 중심에는 ‘신뢰 기반의 협업문화’가 있었다. 기술력과 인재 확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기 중심의 조직 에너지가 하이닉스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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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만든 원팀(One Team) 문화


하이닉스는 ‘탑팀(Top Team)’이라는 리더십 팀을 운영한다. CEO와 각 본부장, 전략·재무·인사 담당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전사 최적화’를 위한 전략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


매주 열리는 회의와 끝장 토론, 워크숍, 원온원(1:1 미팅)을 통해 “우리 탑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됐다.

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가장 먼저 임명된 CEO가 ‘기술 CEO’였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기술적 의사결정이 중심이 되면서, 과거의 정치적 판단 구조는 자연스럽게 약화됐다. CEO의 리더십은 질문과 경청, 겸손한 리더십, 심리적 안전감 조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라는 언어가 조직 전반에 퍼졌고, 기술 중심의 원팀 문화가 정착됐다.


겸손 리더십과 스피크업 문화


하이닉스의 CEO 리더십은 피터 드러커가 말한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 치운다”는 철학을 그대로 실천했다. ‘겸손 리더십’은 구성원을 신뢰하고 집단의 지혜를 활용하는 리더십이다. 하이닉스의 경영진은 원온원 제도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상사와 독점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 제도는 상하 관계의 벽을 허물고,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스피크업(Speak up)’ 문화를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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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패턴, 그리고 실패 공유 문화


하이닉스의 혁신은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했다. 벤치마킹, 교차 기능 협업, 아웃라이어형 몰입 등이 혁신의 주요 패턴이다. 특히 실패를 숨기지 않고 ‘실패 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교훈을 공유하는 학습 시스템을 운영했다. 이는 “실패를 책임 묻지 않는다”는 신뢰의 신호이자, 구성원이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신뢰 기반 HR 혁신과 ‘각자도생’의 종식


하이닉스는 HR의 탈중앙화를 추진해 각 본부장이 직접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경영진이 현장을 신뢰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했다. 또한 ‘신상필벌식 인사’ 대신 협업 중심의 인사철학으로 전환해, 각자도생 문화에서 원팀 문화로의 전환을 완성했다.


신뢰는 전략보다 강하다


기업문화는 ‘공유된 생존 방식’이다. 강한 문화란 “공유가치대로 행동하는 것이 나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믿음이고, 약한 문화란 “내 방식으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이닉스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 중심에는 ‘신뢰’가 있었다.


결국, 신뢰는 구호가 아니라 경영진의 구체적 행동과 시스템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이닉스의 딥체인지 사례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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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현순엽 교수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4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신뢰는 기업경영의 본질이자 핵심 경쟁력이다.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경영진의 문화적·전략적·HR 노력이 만든 결과다. 기업문화의 성공은 신뢰라는 토양에서만 자란다. 협업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신뢰에 기반한다”


“하이닉스의 신뢰 경영은 결국 기업문화가 경쟁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신뢰는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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