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맛있는 감자를 더 잘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는 것”
농업회사법인 왕산종묘 권혁기 명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내 1호 감자 마이스터이자 유일한 감자 명인인 권혁기 명인은 1962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으며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의 사고로 인해 농사일을 틈틈이 돕다가 81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농사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감자 농사에 본격적으로 입문할 당시 권혁기 명인은 씨감자 및 고랭지 배추를 재배했으며 지난 2009년 강릉대학교에서 신설한 농업마이스터대학이 생기면서 씨감자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아내분과 같이 입학을 했다.
권혁기 명인은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재학 중 감자 육종학을 배우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기본은 "종자주권"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재학 중이던 지난 2011년 5월 16일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권혁기 명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감자 명인의 길을 가게 된 계기, 과정, 농사 시스템, 비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래는 권혁기 명인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명인님께서는 국내 1호 감자 마이스터이자 유일한 감자 명인이십니다. 감자 명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3년 졸업을 하던 해에 농업마이스터 자격 시험에 응모했습니다. 운 좋게 대한민국 제1호 감자 마이스터가 됐으며 부족했던 이론들은 마이스터대학에서 배우고 마이스터 입학 시 25년 차 농업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학습 효과가 높았습니다.
대관령에 있는 고랭지 농업연구소를 찾아가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으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전국의 감자 재배 농가들에게 영농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고랭지 재배는 물론 평난지 봄 재배, 가을 재배, 겨울 시설 재배 현장을 보면서 다양한 작부 체계와 재배 지역에 맞는 씨감자 품종을 고민했습니다.
당시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던 ‘아일랜드 대기근’(감자역병)의 흑역사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수미 한 품종만 고집하다 보면 우리도 대재앙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씨감자 한 우물을 파는 노력을 하다 보니 ‘단오’라는 품종을 만들게 되어 정말 감사하게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제1호)이 되었습니다.
Q.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도와 주말마다 틈틈이 농사 지은 것이 농사를 하게 된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길을 가볼걸 하는 후회는 없으십니까?
‘성공한 사람은 아픈 그림자가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왔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고향을 떠날까도 생각했습니다. 말씀해주셨다시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농사일을 도우다 보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제 주변 친구들은 대학교를 다녔는데 저는 그렇지 못해서 그때의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지만 그래도 자고 나면 손에는 삽이 들려 있고 푸르게 자라는 작물들을 보면서 고향 지킴이가 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이후 씨감자 생산에 최적지인 고랭지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고 단 한 번도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Q. 명인님께선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 45년 감자 전문가, 감자 마이스터(농림축산식품부 지정), 감자 명인(농촌진흥청 지정) 등의 수식어가 있으시며 농업계 최고의 상인 대산농촌문화상까지 받았는데 부담스럽진 않으신지 궁금하고 수식어 중에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신 훌륭한 선배님들도 계시기에 솔직히 부담은 됩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던 감사한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이런 분들께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 좌우명이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인데 제가 생산해 공급한 씨감자로 농가소득에 기여를 한다면 얼마나 큰 기쁨이겠어요.
그래서 씨감자를 생산할 때는 주변 농가들과 잘 협업을 하여 이웃 농가들을 기쁘게 해주고 우리가 공급한 씨감자로 전국의 농가들이 그 소문을 듣고 찾아와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정부와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씨감자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씨감자를 생산하는 과정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기본종, 기본식물, 원원종, 원종, 보급종 총 5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무병 씨감자를 만드는데, 왕산종묘도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씨감자를 생산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생장점 배양부터 기본식물 단계까지는 강릉원주대학교 식물생명과학과에서 현재 대학원생인 딸이 직접 유지 및 관리를 하고 있고 바이러스 검정도 함께 하고 있어서 상위 단계의 씨감자는 딸과 제가 직접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조현묵 전 고령지 농업연구소 소장님, 전 고령지 농업연구소 연구관 김관수 박사님에게 교배 등 육종기술을 몇 년에 걸쳐 배움으로써 현재 고령지 농업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정통 육종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감자 품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Q. 명인님께선 정부 보급종(5가지) 외에도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가 개발한 ‘새봉’(2기작 품종), ‘홍영’, ‘자영’ 등 총 13가지 씨감자를 생산해 농가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습니다. 또한 육종에 관심이 많았던 명인님께선 보급종 ‘수미’를 대체할 국산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고, 농민으로서 ‘단오’, ‘왕산’, ‘백작’과 같은 우수한 신품종을 만들어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며 이 종들의 각각 다른 점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품종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을 두었던 것은 1978년 수미 품종이 도입 육종되었고 1982년 대서 품종이 도입됐습니다. 1991년 두백 품종이 생산되면서 한국의 식탁은 물론 가공산업을 지배해 왔기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러한 품종에 대한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에 이런 좋은 품종들과 가장 비슷한 맛과 모양새를 가지고 있으면서 급격한 기상환경에 대비한 내재해성 품종들의 필요성이 요구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단오, 백작, 왕산 등의 신품종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단오 (강릉 대표 축제인 강릉 단오제를 통한 지역 대표 브랜드로 육성 - 수미 대체 / 연간 1,200톤 생산·판매)
백작 (기존 남작 감자에 대한 향수 - 대서 대체 / 연간 30톤 생산·판매)
왕산 (기상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나며 감자 주산지인 왕산을 홍보하기 위해 - 두백 대체 / 연간 40톤 생산·판매)
Q. 한국을 감자 강국으로 올려놓는 데 기여한 인물이신데, 향후 비전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압력으로 이슈가 된 LMO(유전자 변형) 감자의 수입은 불가피하고, 안전성에 대한 사전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수용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 감자는 맹아 억제제인 클로르프로팜이 살포 처리되어 수입되기에, 맹아 억제제 살포 처리 등에 대한 국내 감자의 안전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법으로 수비하고 싶습니다.
국외적으로는 개발도상국에는 그 나라 환경과 농가의 상황에 맞는 품종 개발과 재배 방법 등을 전하여 같은 농업인의 입장에서 더 맛있는 감자를 더 잘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퍼뜨리고 싶습니다.
Q. 인터뷰에서 씨감자 200년이 꿈이라고 말씀하신 걸 봤습니다. 명인님과 아이들이 100년을 채우고 후손들이 이어받아 200년 넘게 씨감자 농사를 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직도 그 꿈이 변함없습니까?
해외 연수를 다녀본 선진국에서는 1차 산업을 절대로 경시하지 않으며 농업을 기반으로 몇 백 년을 이어오는 가업을 통해 명인, 명장이 대를 잇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 산업이 100년이 되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농업은 종자주권을 지켜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버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저, 자녀, 손주에게까지 이어진다면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200년의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 자녀들도 저와 뜻을 함께하여 딸은 씨감자 분야에서, 아들은 씨감자로 생산한 식용감자 분야에서 열심히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손주들에게도 제 마음이 닿길 바랍니다.
Q. 브랜드뉴스 구독자분들은 경영자분들, 교수님들, 직장인들 등 각 분야 리더분들이십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뉴스 구독자분들에게 인터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보잘것없는 한 농부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글로벌화되는 이 시기에서 농업을 포함한 현재 우리 상황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겠습니까.
1차 산업인 농업은 천하지대본이며 국가를 지키는 뿌리와도 같은 산업이기에 저는 이 자리에서 꿋꿋하게 씨감자로 애국하겠습니다. 브랜드뉴스 구독자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가는 ‘애국자’가 되어 국산 감자를 사랑해주심으로써 힘차게 응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