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아홉 번째 강연자로 ‘캔터베리 이야기’ 저자이자 울산대학교 송병선 교수가 강연을 펼쳤다. 송병선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으며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옮긴 책으로 ‘픽션들’ ‘알레프’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말하는 보르헤스’ ‘썩은 잎’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모렐의 발명’ ‘천사의 게임’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염소의 축제’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족장의 가을’ ‘청부 살인자의 성모’ 등이 있으며 제 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송병선 교수는 “라틴아메리칸 소설은 21세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5년 전 라틴아메리카를 공부하면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공부하다 보니 ‘캔터베리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며 본질은 새로운 기법이 아닌 문학이다”라며 라틴아메리카 현대 소설의 서술 방식이 수백 년 전 잊혔던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의 복원이며, 그 원형 중 하나가 바로 ‘캔터베리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세 영어는 프랑스어나 라틴어 계통의 어휘가 많아 영어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고, 이것이 1980년대 이전까지 ‘캔터베리 이야기’의 제대로 된 번역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송병선 교수는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문학(특히 마술적 사실주의와 환상 소설)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을, 19세기 이후 사실주의와 낭만주의로 인해 인위적으로 변질된 소설 문체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내러티브'를 되찾은 데서 찾았다며 “어렸을 때 할머니나 외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듣다가 잠이 드는 경험처럼, 자연스러운 이야기는 논리적 시간 순서나 날짜 체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대 이후 소설은 독자에게 논리적, 시간적 이해를 강요하며 인위적인 틀에 갇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자유로운 이야기 풀이 방식은 이미 14세기에 구현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망각'되었고, 라틴아메리카 소설은 이를 '다시 발견'하여 21세기 문학의 패러다임 변환의 시조가 됐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성경 구절처럼, 현대의 혁신은 종종 과거의 망각된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초서가 '영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경에는 당시 문학계의 주류에 '반기를 든' 선택이 있었다. 14세기 중세 영국에서 지식인과 문학의 언어는 대부분 라틴어와 프랑스어였으며, 영국 문학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뒤처져 있었다. 초서는 이에 맞서 일반 대중의 언어인 중세 영어(Middle English)로 작품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단테가 라틴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로 ‘신곡’을 썼듯이 영국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단순히 경건한 종교 이야기 모음이 아닌, 중세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프레임 스토리(액자 소설)의 전형이다. 런던에서 켄터베리 대성당(토마스 베켓의 성지)으로 향하는 순례는 종교적인 목적 외에도 사회적 교류와 재정적 도움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 있었으며 순례자들의 무리는 성직자, 귀족, 농민뿐만 아니라 초서 자신처럼 신흥 부르주아(포도주 상인의 아들) 계층도 포함하고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사회자는 술집 주인이다. 이들은 경건한 교회 설교부터 저속하고 음탕한 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특히 바스의 여인 이야기는 당시 가톨릭 사회에서 굳게 믿었던 '결혼은 한 번'이라는 관념에 반박하며, 다섯 남편을 통제했던 신흥 중산층 여성의 주장을 대변한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유머러스하고 아이러니하며 풍자적인 어조를 사용하며, 사회에 순응하지 않고 불만을 가진 작가만이 생명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원칙을 보여준다. 이는 파졸리니(Pasolini)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했을 때 음탕하고 저속한 일화에 주목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끝으로 송병선 교수는 21세기 문학의 접근 방식을 '삐딱한 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문학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답이 아니며 사회 발전을 위한 비판적 사고의 원천임을 시사했다.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으므로, 문학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작' 대신 기존의 것을 재료로 삼아 새롭게 재구성하는 '생산'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는 상호 텍스트성이라는 현대 기법으로 이어지며 초서의 작품은 당시의 관습을 깨고 근대적인 서사 구조인 액자 소설을 구사하는 등, 현대에 와서야 재조명받는 기법의 원형을 제공하고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단순히 중세 영문학의 고전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며 현대의 스토리텔링 방식과 문학적 비판 정신에 깊은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을 때 시간과 논리의 틀을 벗어나 순례자들의 흥미로운 대화에 집중하여 '재미있게' 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해로 가는 길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