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혁명’ 이끈 김순원 박사

by 이예지

국가브랜드진흥원(이하 NBP)은 2025년 국가브랜드대상 인류공헌리더십상 수상자로 국제옥수수재단(ICF) 김순권 박사를 선정했다.


NBP는 “김순권 박사는 수십년 동안 기근·재난·전쟁으로 고통받는 지역에 옥수수를 통한 지속 가능한 생명 회복 모델을 제시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시상은 국가브랜드컨퍼런스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2025년 국가브랜드대상 인류공헌리더십상 수상 기념으로 국제옥수수재단 (ICF) 설립자 겸 이사장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교수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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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3개월 전 울산의 가난한 농어촌 마을에서 태어난 김순권 교수는 평생을 ‘옥수수로 가난을 물리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과학자다. 6·25 전쟁과 보리고개를 몸으로 겪은 그는 미국 정부 장학생으로 하와이대학교와 일리노이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3년 3개월 만에 마치고도, 고액 연봉을 제시한 미국 종자회사의 제안을 거절한 채 월급 48달러의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귀국했다.


이후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콘 ‘수원19호’를 개발해 농가 소득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에서 수억 명의 생명을 살린 ‘옥수수 혁명’을 이끌었다. 나이지리아와 북한, 중국을 오가며 식량 자립과 평화를 연구해온 그는 오늘도 옥수수로 통일과 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국제옥수수재단(ICF) 설립자이자 이사장,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교수를 만났다. 아래는 김순권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해방 3개월 전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옥수수 박사’ 김순권입니다. 제 인생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세상의 가난을 옥수수로 물리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7년간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미국, 한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친환경·안전·다수성·병충해에 강한 옥수수 품종을 개발해 왔습니다.


1972년 미국 정부 EWC(East-West Center) 장학생으로 유학을 떠나 아이오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단교잡 하이브리드콘(A×B)을 접했습니다. 그때 이 기술만 제대로 개발하면 대한민국의 산골 마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연구에 몰두해 하와이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3년 3개월 만에 마쳤고, 월 3,000달러를 제시한 글로벌 종자회사 파이오니어(Pioneer International)의 스카우트를 거절한 채, 월급 48달러의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1974년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수많은 반대 속에서도 한국형 하이브리드콘, 이른바 ‘K-Corn’ 개발에 도전해 1976년 성공했습니다. 통일벼에 이은 제2의 녹색혁명으로 불렸고, “옥수수는 밭의 쌀”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홍보 영화도 제작했습니다. 그 결과 1979년에는 강원도 농가 소득을 연간 400억 원 이상 증대시키는 성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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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 과정 당시, 아프리카의 심각한 기아 문제를 접하며 ‘미국에서 배운 하이브리드 옥수수 기술을 먼저 조국에 성공시키고, 그다음 아프리카를 돕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1979년 UN 산하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의 요청으로 나이지리아로 향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제 주요 업적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옥수수 재배 최대의 적이던 옥수수바이러스병(MSV)에 강한 저항성 품종을 198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둘째, 서·중부 아프리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옥수수 육종에 성공해 민간 종자회사의 탄생을 이끌었습니다. 셋째이자 가장 큰 성과는, 선진국 학자들이 100년간 풀지 못했던 ‘악마의 풀’ 스트리가(Striga) 문제를 공생 저항성 기술로 해결한 것입니다. 그 결과 나이지리아는 제가 도착했던 1979년, 옥수수 생산 100만 톤·수입 100만 톤 국가에서, 1995년에는 800만 톤을 증산하고 200만 톤을 수출하는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1995년에는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고, 식량 자립을 통해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귀국했습니다. 다섯 차례의 요청 끝에 1998년 1월 23일 첫 방북을 했고, 그곳의 현실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도 참혹했습니다. 저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단 한 명의 북한 동포라도 더 살리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북한 당국을 설득해 비료 회담을 주선하고, 남한에서 개발한 ‘수원19호’ 옥수수 종자를 지원했습니다. 이후 ‘강냉이19호’라는 이름으로 북한 전역 1,500개 협동농장에 보급되며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식량 증산을 이뤄냈습니다. 총 59차례, 370일 동안 북한에 머물며 ‘주체농업’을 ‘과학적 주체농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고, 콩 재배를 도입해 영양실조 어린이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이유로 저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이후에는 2008년 중국 동북3성에 ‘닥터콘’ 종자 회사를 설립해 북한과 중국을 위한 옥수수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평생의 꿈은 단 하나입니다. 옥수수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그 힘으로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을 이루는 것입니다.


Q. 이번 ‘2025 제10회 국가브랜드컨퍼런스 국가브랜드대상’ 수상을 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해방 80주년을 맞는 해에, 80세 옥수수 연구자로서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과분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이 상은 결코 저 개인의 공적이 아니라, 지난 세월 함께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평생 옥수수를 통해 가난과 기아를 극복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라는 국민의 뜻이자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하며 연구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옥수수 신품종 개발은 제 인생의 사명이었고, 앞으로도 그 소명을 다하는 연구자로 남고 싶습니다.


이 상을 계기로, 옥수수가 단순한 작물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이자 인류를 살리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이번에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스스로를 돌아보면, 지난 60여 년 가까운 세월을 제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인류를 위해 살아온 ‘글로벌 심부름꾼’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옥수수 연구를 통해 가난과 기아를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상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삶의 방향과 노력을 국민 여러분께서 인정해 주셨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깊이 있는 심사를 해주신 심사위원장님과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제 삶이 인류에 대한 작은 봉사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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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후 비전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합니다. 통일입니다. 그리고 그 통일에 반드시 옥수수로 기여하고자 합니다. 저는 총과 핵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씨앗이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는 높은 생산성과 영양가를 동시에 갖춘, 이른바 ‘슈퍼 옥수수’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옥수수는 사람의 식량은 물론 가축 사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식량과 축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 배고픔에 놓여 있는 우리의 반쪽, 북한을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옥수수가 한반도에 평화와 공존의 씨앗이 되도록 끝까지 연구와 실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통일을 향한 이 길이 제 삶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브랜드뉴스 구독자분들은 경영자분들, 교수님들, 직장인들 등 각 분야 리더분들이십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뉴스 구독자분들에게 인터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옥수수 연구자 김순권에게 이렇게 크고 영광스러운 국가브랜드대상을 수여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영광은 한결같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돌리고 싶습니다.

브랜드뉴스를 통해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저는 그 답이 남을 위해, 인류를 위해 공부하고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는 않지만, 가장 보람되고 기쁜 길이며, 동시에 인류를 살리는 길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과 인류를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계신 브랜드뉴스 구독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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