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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Feb 21. 2020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나보고 ‘프리다 칼로’라고?!

- 사고 후 예술을 택한 공통점이 있지만..그녀와 나는 명백히 다른 걸.

      음주운전 차량은 마치..
피에 굶주린 맹수처럼 돌진하지요.
 파란불 신호등에 길을 건너던..
저에게...

 사고는 그렇게 
숫자 8 부릅니다.
 
 - WCO 강연 (2016)        
                    

    

WCO에 초대되어 강연을 한다.

'world culture open'의 약자인

WCO는 중앙일보와 연계된 기관으로

문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다.  

             

남 앞에서 아픔을 드러내기를 

꺼리던 내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헐.

 


 나의 힘들었던 상황들은    

 숫자 '8'에 연루된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서

8m를 튕겨 나고 8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 골반.

           

8개월간 뇌손상으로

 아이 지능에 오른손 신경 마비,

시각장애가 생기고..

부서진 다리로 앞으로는

 걷지 못한다는 병원의 진단.   


                 

어찌 보면 영화 소재 같은

끔찍한 상황들이 

바로 나의 현실이었다.   

     

과거의 아픔을 밝히는 이유는 

장애를 딛고 일어난 지금의 모습을 

더 빛내주기 때문일 거다.


         

이곳에 대략 50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는데 어두운 

객석에 비해 내가 서있는 

무대의 조명이 환하다.  

        

오히려 관객석이

어둡다는 점이 맘이 편해진다.

그냥 혼자 독백하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대부분이

WCO와 연관 있는 인맥들이라  

최고의 반응이다.


내 말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힘을 더해준다. 그러던 중..  

             

나의 사고 얘기를 듣던

앞 좌석의 한 여성 관객이 손을

번쩍 들더니 나를 향해 외친다.                


어머.. 미긍 작가님,

꼭 ‘프리다 칼로’ 같아요!”  

           

엥..? 나보고 ‘프리다 칼로’라고?   

자연스레 나오는 나의 질문.  


“그 사람이

저처럼 이뻐요?ㅋㅋ”

       

솔직히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른다.

웃음으로 마무리한 후 

나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제..

마비된 오른손으로는     

 숟가락을... 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어요.

     

시각장애가 생긴 데다가 불편해진     

 다리로 늘 넘어져서.. 창피하고..     

.. 불만투성이에..

나를 이렇게 만든..      


운명을 원망하며 지냈어요.”



작은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하는 나를 

모두들 숨을 죽이며 바라본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를 무렵 우연히..      


집 근처에 있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점점 달라지기 시작하지요.                


영어 반 회원들과 이동을 하게 되면     

앞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부류가

 ‘길 안내 도우미’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길 안내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오늘도 정말 감사해요! 쥬디~"     

아.. 저의 영어 이름 ‘쥬디’입니다. ㅎ          


그곳 복지관 회원들은

혼자 밖에 나갈 수도 이동을 할 수도 없기에

시간당 얼마씩 주는 안내 도우미가 꼭 필요한데

저의 작은 도움에도 항상 감사해하는

그들을 보며 그동안 제가 '감사'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많이 반성합니다.               


그렇게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4년 동안 활동하며

 배운 것들이 참 많지요.                


아.. 아마 복지관 미술반이 없었다면..  

그림에 도전할 용기도 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사고로 시각장애와 오른손이 마비되었고...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했거든요.  


   

그곳에서 취미로 미술반 활동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이렇게 그림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생활 속에서 감사를 찾게 되었지요.

          

늘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들     


빛과 소리와 바람의 향기..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감각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사’이며 ‘축복’이었는지를 느끼지요. 힛...          


복지관에서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제가 그곳...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아주 특별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를 짧은 시와
그림으로 모두에게 소개할게요.
그녀의 이름은 ‘봄이’ 입니다.

      .                   




‘봄이’

                     미 긍    

    

봄이를 처음 만난 건     

'시각장애인복지관'의 영어 반에서.          

주인의 곁에서 언제나 그의      

‘빛’이 되어주던 봄이.


               

봄이의 유일한 휴식시간은     

 주인이 다른 안전한 보호를

받고 있다 판단될 때.



영어수업이 시작되면     

그제야 주인의 발밑에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

꿀잠을 자요.      

    

-안내 견 ‘봄이’ (2013)

              


저는 사고를 당한 

본인이 가장 불행하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 느낀 후에는 


지금처럼 모두 감사하게 되었지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빛’을 발견해보지 않을래요?


‘빛’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감사’입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긍정을 공유하는     


 ‘미긍’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람객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강연을 마쳤다. ㅎㅎ

  

그리고 강연 초반에 들었던

‘프리다 칼로’ 이름을 적어두었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그녀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류화가로

최근 국내에서도 그림 전시가

이미 있었단다. (2016)    

 

그녀의 스토리와

그림이 담긴 책을 구매해봐야겠다.


              

‘아.. 맞다! 근데..


내가 책을 볼 수 있을까?’      



성인을 대상으로 출판된 책이라


 볼 자신이 없어진다.

               

나에게 시각장애 ‘복시’가 생긴 후

      

작은 활자의 글씨를 읽는 게 가장 난감하다.



               

내가 시각장애인 복지관의


 취미 미술반을 떠나

   그림동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동화들은


대부분 활자가 크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쨌든 반신반의 고민 끝에 이끌린


프리다의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사고 전 왼쪽 시력이 ‘-’로 오른쪽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는데 좌 뇌가 손상되어

오른쪽 시력이 워낙 나빠지고 나니..

그나마 오른쪽에 비해 밝게 느껴지는

왼쪽 시력으로만 세상을 보게 된다.   


  

오른쪽의 눈을 뜨기 위한 수술 후


두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지만 오른쪽의 시선이


차단되어 뿌옇게 겹쳐 보이는 시각장애.


거기에다 시야도 무지 좁아져 답답한 상태다.     



책을 한 시간을 읽는다 해도      


3장을 못 넘긴다. 작은 활자들이 겹쳐진 채


흩어 보이는 시선은 멀미가 날 만큼 어찔하니.     


  

“쥬디.. ‘음성도서’를


들어보는 건 어때요?”   

   


예전처럼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나의 푸념에 시각장애인복지관 회원이     

‘음성도서’를 추천한다.

               

'오호~ 책을

귀로 듣는다고...?!'   

  

인터넷으로 등록해서

얼마 동안 들어보았다.

      

물론 눈이 불편한 이들에게

책을 귀로 들려준다는 건  

참 감사하고 값진 일이다.

하지만.. 주로 성경이나

오래된 서적이 전부.   


       

게다가 나처럼

중도에 눈이 불편해진 경우엔  

선천적인 시각장애처럼

소리에만 오롯이 집중하기엔 쉽지 않다.

     

아무래도 보는 기능으로

정보를 들여보내는 게 익숙하니.      


어쩔 수 없지. 눈으로 읽어야겠다.  

        

첫날은 일단 프리다 칼로를 대표하는      

그림 중심으로 보다가     

 이제 조금씩 글을 읽어보기로 한다.          

하루에 몇 장씩이지만 차곡차곡.


 ‘가즈아~!’    

    


나와 프리다 칼로는

 여성 그림 작가라는 사실 말고도..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린 모두

 ‘교통사고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프리다가 17살이 되던 해


방과 후 탔던 버스가 옆에서 달려오던


전차와 크게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버스의 철제 손잡이는 프리다의 골반을 관통했고


 쇄골과 다리, 갈비뼈 등 온몸이 골절됐단다.


아 끔찍해.ㅠ   


       

그녀가 유년시절부터 소아마비로


걷는 게 불편했다는데 그걸 이겨내고 나니


더 큰 시련에 부딪친 셈이다.


 이 사고로 평생 하반신 마비라는 고통을 안게 된다.


    

그 후 누워서 생활하던 중 그녀는


마침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프리다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천장의 벽면에 거울을 설치해서

본인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림 도구를 설치해서 침대에서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그녀가 본래 희망하던 진로가

의사였다고 하는데 사고로 진로를 포기하게 되니

이제 자신의 인체를 관찰하고


그리면서 그림 작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통해 점점

 본인의 심리상태를 담은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후에 남겨진 200여 개의 작품

대부분이 자화상이다.

 

멕시코 특유의 원색적인 색감으로

전통의상에 장신구, 무성한 눈썹과 긴 생머리.

사고 후 본인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다.



프리다 칼로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멕시코’와 ‘초현실주의’다.


그녀의 그림은

선명한 색채로 멕시코의

전통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림의 소재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비사실적이라는 점에서는

초현실주의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녀는

유럽의 모더니즘에 속하는


 초현실주의와는 분류되길 원했다한다.     


     나의 시선에서 볼 때

 개인적인 그녀의 감정이 표출된

 초현실주의 그림이라 생각된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은

사고처럼 다가온다.

     

21년 나이 차이의 당시 멕시코의

유명 벽화 화가 ‘디에고 리베라’다.

    

그녀와 결혼한 디에고는

심한 여성 편력으로 이미 알려졌는데


 프리다는

그런 남편이 즐겨먹는 음식을

첫 번째 아내에게 배울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단다.

   


처가에서는

디에고와 프리다를

 '코끼리와 비둘기'에 비유했다는데..


 내가 봐도 젊고

아름다운 프리다가 너무 아깝다.ㅠ



그와의 아이를 원했지만


 골반 기형으로 세 번의 유산을 하게 되고


자신의 그림세계로 이끈다.

    

건강악화 속에

그녀의 유일한 위로가

그림이었을 테니.     

            

결국 그녀의 친동생과도

바람을 피운 디에고.


그 사실은 알게 된

프리다와 이혼과 재결합하는

고통을 반복한다.    



‘일생동안 나는

 두 번의 사고를 당했다.


하나는

 몸을 부스러뜨린 

전차 사고,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디에고다.’  


        

프리다와 디에고는

 서로의 예술세계를 존중했고

큰 영감을 미치는 존재였다고 한다.  

            

1954년 7월 13일

그녀는 47년 아픈 삶을 마친다.

     

사후 멕시코 정부는

그녀의 모든 작품을 국보로 지정했다.  

      

그녀의 죽음 직전 그림들은

인물화가 아닌  수박과 새를 그린 정물이다.



프리다에게

다른 사랑이 있었다면

조금은 일생이 행복했을지도.   

             

(디에고는 아무리 봐도

 살찐 '코끼리';)      

     

프리다 칼로는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Q. ‘페미니즘’이란?      


‘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유래한 말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즉,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여성들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등..
 ‘성(sex, gender, Sexuality)에서 기인하는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한다고.  - ‘   - 페미니즘’ (시사상식사전)    



   

               

페미니스트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의 일대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인의 고통을 그림으로 표출해내는 것도 물론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밝은 이미지로 표출된다면 ‘해탈의 미’가


더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아픔보다는..


세상의 빛이 되는 ‘봄이’처럼


삶의 위로가 되는 가치를 담고 싶다.


               

아.. 그녀의 자화상을 계속 보다 보니...


나와 확연히 다른 점이


또 한 가지 발견된다.               




나는 그녀처럼      


시커먼 수염은 안 자란다!   


(내겐 너무 털털한 그녀ㅎㅎ;)          





88한 미긍              

                   

                          미 긍                        



8m,

 

8조각, 8개월...   

      


       

음주차량에 치여 8m 튕겨나            


8조각 난 골반, 뇌손상으로


8개월간 세 살배기 아이가 된다.  


             

이제 기쁨의 8을 찾을 차례.

                   

그림으로 모두에게  

          

아이 감성의 나를 여는 거야.  


          

             

'이제 88한 미긍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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