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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y 11.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특별한 인터뷰'

-아픈 과거를 밝히기 꺼리던 내가 변하면서 이제 다른 세상이 열린다!

뇌병변·시각장애 이겨내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로 ‘걸림돌 ‘디딤돌 디뎌 성장하기까지.
미긍 주혜작가의 희망 메시지.          

 

-그날의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2017.04.20. 조선일보)   


“뺨을 스치던 바람까지 생생해요.

그날 만난 친구는 제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집을 바로 앞에 두고 큰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 기억이.. 사라졌어요.”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던 여대생이

25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차량에 치여 8미터를 날았다.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라고 했다.


 뇌사상태였다.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한 지

26일째 되던 날,


 그녀는 깨어났다.


그리곤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 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도 나타났다.


모든 사물이 5도 기울어진 상태로 겹쳐 보였다.  

     



“처음엔 입술만 꼬물꼬물 거렸대요.

엄마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3살’이라고 답했대요.

목소리도, 지능도 전부 아기에 머물렀어요.


사람들이 절 보면서 울던 표정들이 기억나요.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다섯 번 먹었는데,

싫어도 열심히 삼켰어요.

아기는 세상을 ‘긍정’하잖아요.

약을 잘 먹으면 주변에서 손뼉 치며

칭찬해주니 마냥 좋아서 웃었다네요.


여기저기 인공뼈와 철심을 박았어요.

수차례 수술을 받고 1년 반 후 퇴원했어요.

서서히 본래 나이의 지능으로 회복되고 나니,

현실이 참 끔찍했습니다.”  




강주혜(37) 작가는

검은색 백팩에 가득 담은

작품들을 하나 둘 꺼내 들었다.


볼펜으로 그린 일러스트 속엔

14년 전 사고 당일부터, 병원을 퇴원하던 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며 꺼내 든 작품 속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모든 상이 2개로 맺히는

그녀가 달을 담은 일러스트였다.


그리고 짧은 시가 적혀있었다. “


두 개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어요.
마비된 오른손으로 단추를 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젠 그 손으로
긍정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두 개의 달을 불러줄게요.

진실하고 절실한 소원이라면 이루어지리니.

 반드시...!”    


그녀는 ‘미긍(美肯)-


아름다운 긍정’이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두 개로 겹쳐진 사물을 보이는 대로 표현하며

자신의 경험과 감성을 담은 글귀를 함께 적는다.


개성 담긴 일러스트는

SNS에서 연일 화제다.

페이스북 라이브 구독자 수가 1만 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그녀의 일러스트는 SBS 서바이벌 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 2’에 출연한

가수 황광희와 곽현주 디자이너팀이 만든

패밀리룩 옷으로 재탄생했고...


LG유플러스에서

고객 사은품으로 제작한

 ‘무한 긍정 우산’도 그녀가 직접

디자인했다.

     

-'무한긍정 우산'과 페북 내 LG u+ 홈

     

그녀는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더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녀의 삶을 바꾼 두 번의 교통사고.     


“병원 퇴원 후 몇 년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용기를 내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니게 됐어요.

그동안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선 제가 가장 어리고

앞을 전혀 못 보는 그들보다 그나마 볼 수 있더군요.

어떤 분은 햇빛을 본 기억이 없다고도 하셨어요.

 

태어날 때부터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全盲)인 분들에게 어깨를 빌려드리며

눈이 가장 밝다는 이유로 반장도 됐죠.”     


얼마 후 복지관에 그림 그리기 취미반이 생겼다.

사고 직전까지 명동·동대문에서

점포 3개를 맡아 패션 유통과 디피(디스플레이)를 맡았던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예전 꿈이 떠올라 정말 열심히 그렸다.

3년 후, 그곳의 그림수업이 없어지자

강 씨는 홍대 일러스트 학원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단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는 학원생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원장을 설득해,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자리를 잡아 앉았다.   

     



“무릎이 너무 아려서

의자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었어요.

눈이 잘 안 보이니 그림속도도 더욱 느려서

점점 다른 학원생들과 격차가 벌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그렸어요. 하지만..

이제 막 희망이 생겨나던 시점에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집니다.”  



2011년 브레이크 사고로 도로 위를

빙빙 돌던 자동차가 전봇대에 부딪친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강 씨의 성치 않은 무릎은 다시 깨졌고, 그 날의 충격으로 오른손 마비는 더욱 심해졌다. 최소 10시간 간격으로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굳어버린다고 했다.   

   

이제 막 그림에 재미를 붙이던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강 씨는 ‘양들을 부탁해’로 유명한

동화 일러스트 작가 김세진 씨(학원 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깁스 한 다리를 질질 끌면서 김 씨의 작업실이 있는

낙산공원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다리가 불편한 김 씨는 오랜 시간 그녀의 멘토 역할을 해왔다.  

         

김 강사가 “100장 그림을 채워오면

검사를 해준다.”고 했다.  

    

강 씨는 고민을 했다.

그리고 연필 대신 볼펜 드로잉을 시작,

일주일에 100장씩 숙제검사를 받게 된다.     


(나의 뒷이야기)

8개월 간 100장 드로잉 검사를 맡으며
김 작가는 단 한 번도 나의 그림을

무시한 적이 없었다.


한 점 한 점 꼼꼼하게 나의 잘못된 점들을 짚어주던

김 작가의 세심함에 너무 감사하다.   

  

그렇게 100장 숙제는 그림과 함께

나의 생각을 더 탄탄히 다져주었고

훗날 작가로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때부터 그림들마다

짧은 글들이 삽입하게 되었고

당시에도 대두되었던 '위안부 할머니'신문 기사를 보며 그림숙제를 담아냈다.          

-위안부 할머니 기사를 숙제로. (2012)


처음엔 재활을 목적으로,

그다음엔 눈에 들어오는

사물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된

드로잉이 하나 둘 작품이 됐다.   


“그때 나온 작품이 바로

‘목발에 핀 복숭아’에요.

복숭아꽃의 꽃말을 아세요?

용서, 희망, 매력이에요.

두 번의 사고 없이 전처럼 편안하게만 살았다면 이렇게 절실히 매달리며

노력할 수 있었을까요?

 미긍이란 필명도 이때 만들었죠.

‘아름다운 긍정’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중도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발달장애센터에서 그녀의 작품이

오픈 행사에 쓰이면서 그녀의 그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개성과 희망을 담은 강 씨의 일러스트는

입소문을 탔고, 곧 작품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2013년 말엔 개인전도 열었다.

사람들이 불편한 자신을 보면 동정의 손가락질하던 경험을 ‘광대 시리즈’로 녹여냈다.   


“여자 혼자 다리를 절거나

두리번거리면 이상한 사람이

툭툭 어깨를 치며 말을 걸어와요.

약장수, 의료기기 판매원,

사이비 종교 전도사 등 다양해요.


지하철을 혼자 타는 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어요.


계단에서 절룩거리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남들보다 잘하기보단

 어제보다 잘하면 된다!’는 걸요.


나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아

광대 시리즈를 그렸고,

그때부터 그린 그림을

 책으로 펴냈어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필요로 하는 곳에

꾸준히 재능기부를 해왔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복지관과 척수장애협회 등에도

미긍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얼마 전엔 국내 최초 어린이 재활병원

푸르메재단에서도 그녀의 작품 원본을 구매해갔다.


그녀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전시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중도장애인이 된 여학생에겐

 멘토를 자처해 진로 상담도 한다.


 매주 화요일엔 페이스북 라이브

 ‘미긍 TV’를 방송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회에서 만난 분들이 참 많이 우셨어요.

‘나도 계단 내려갈 때 이렇게 힘들고,

사람들 손가락질에 상처를 받았다’면서 요.      


26살에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여성은

제가 했던 sns 방송으로 위로가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얼마 전엔 장애인 전문 잡지

e미지에 작품 3점이 쓰였어요.

이 그림 좀 보시겠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기다리는 장애인의 모습이 보이죠?

과거 저도 휠체어를 타며 불편함을 느껴보았거든요.


이제 시로 담습니다.



13분 째.     

                -미 긍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어요.

13분 째.  

        

열 번도 넘게

엘리베이터가 지나갔어요.    

또 만원이네요.     

13분 째.     


화장실도 가고 싶고     

약속시간도 늦었는데 어쩌나?

13분 째.  

      

엘리베이터,     

약자를 위해주세요.  

   

바쁜 사람들, 장애인도     

함께 가요.

         

드디어 성공!     

15분 째.  

   



"사고 전까진

병원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주 건강했습니다.


누구도 죽기 전까지

장애를 입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요.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며 따뜻한 동행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그림을 그립니다.”

 

-녹십초병원 재능기부 전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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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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