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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y 21.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어둠에서 찾은 ‘보석’-1

-내 안에 살던 어린아이를 그림으로 잠시 부른다.(출판서바이벌 당선 17

  “너무 깜깜해요. 보석 좀 박아주세요. 저기요~”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감긴 눈을 가리키며 말한다. 보석 박아달라고. -출판 서바이벌 당선(2017)    


       그거 봐요. 내가 그랬잖아.
다 잘 될 거라고.
- 출판 서바이벌 당선작 (2017)


“작가님, 혹시..

 그림이 노출되는 곳 있나요?”

     

조선일보의 정 기자가 묻는다.


 ‘시각장애 아티스트’로 소개된 기사가 네이버

 ‘해피 빈'과 연동되면서 나의 책을 신청자들에게 판매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피 빈에 노출되는 몇 개월 동안


 나의 그림들을 올리는 사이트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 네이버 해피빈 노출 (2017.04~10)


사실 그동안 그림 올리는 사이트를 몰라서 올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몇 번 그림들을 올려본 경험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대중들의 냉랭한 반응에 점점 그림 올리는 게 시들해졌다. 정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럼 저의 페이스북을 노출시키면 안 되나요?

그쪽에 그림도 꽤 자주 올리는데..”   

 

  

당시 몰입하던 sns 페이스북은 소통하는 친구(페친)들마다 뜨거운 반응에 힘내서 그림을 꾸준히 올렸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건 개인의 sns 공간이 아니기에 외부 노출이 어렵단다.      

‘이 기회에 나도 '그라폴리오'에 진출해봐?’     

 

9000여 명의 작가들과 월평균 80만 명의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네이버에 포함된 그라폴리오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은 웹툰이나 웹소설보다
상대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낮고
 작품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웹 일러스트’의 특징 덕분이라고 한다.     

 

그라폴리오에 그림을 올리다가 유명해진

 ‘퍼엉’(Puuung)' 작가는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 올리며 라이브 드로잉 방송으로

세계 각국의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의 일러스트 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책이 출판되었단다.


그림의 소재 대부분 세계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사랑의 순간들'이기에 언어의 장벽은 그리 문제없다고.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평범한 남녀의 캐릭터에

 

배경으로 세밀한 건물들과 거리의 묘사가 추가된다.


이런 현실적인 주변 배경 표현도 실제 건물 자료들을


 미리 준비해서 그린다고 하니.


 요즘엔 준비 없는 ‘천재’는 없는 거구나.




 퍼엉 작가는 1992년생인데

능숙한 sns 활용이 너무 부럽다.   

   

이런 멋진 활동을 보다 보면 왠지 위축되어


그림 올릴 맛이 안 생긴다. 쯥;;




어쨌든 이번에 ‘해피 빈’에 소개되는 기회에

 나의 그림들과 스토리를 그라폴리오에 올려야 했기에

대중들의 무반응에도 꿋꿋이 대표작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나의 이야기 ‘미긍 세상’을 열게 된 것.  

    

사실 글을 함께 담는 건 작가의 평가에는 그다지 포함되지 않지만


 나의 경우 ‘두 개의 세상’을 바라보게 된 사연이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기억의 초반으로 더듬더듬 올라가게 된다.


 그저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사고로 어린아이 지능으로 돌아가

느끼게 되는 세상을.

          


‘파란 하늘이
   내 마음에 들어와요!’
          
                -미긍
                                 
“반짝반짝 보석 박아주세요.
여긴 너무 깜깜해요.
보석 좀 박아줘요. 저.. 저기요..”
   
 빡빡 밀은 머리가 듬성듬성 자라 올라올 무렵
 아이는 누구라도 붙잡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떠지지 않는 눈을 가리키며 보석 박아달라고.                        

독한 약기운이 떨어지면
여지없이 밀려오던 끔찍한 통증.   

몇 번씩이고 깨어나
몸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기억.   

병원 냄새, 푸르스름한 환자실 조명이
언뜻언뜻 여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여자는 병원에서
놀랄 만큼의 기록을 세우며 점점 깨어난다.
(2003.05~ )            


이제 내 안에 살던 어린아이를

 그림으로 잠시 부른다. 그러면 순수하고 거짓 없는 감성이 나의 그림을 깨어나게 한다.   

   

‘저 파란 하늘이 나의 마음으로 들어와요!’(2012)

        


이렇게 ‘미긍 세상’을 열기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

무심코 메일을 확인하는데 낯선 메일이 와있다.


 '엥? 대뜸

 ‘당선을 축하한다.’고??'  

    

메일의 첫머리만 보고 스팸 메일인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휴지통에 보내려는 순간,

 '어? 그라폴리오에 올린 작품이 당선됐다고..?!'


 그림 공모전에 응모하는 방법도 모른 채

 그냥 내 얘기를 담아내기 시작한 건데

그걸 출판사에서 뽑은 거다.      


헐. 대박! 상금 수령을 위해 계좌번호를 보내란다.


다시 자세히 알아보니 ‘2017 출판 서바이벌’에 당선된 것이다.      


20개의 출판사가 각각 5명씩 작가들을 선정해서 상금을 주고 끝에 남은 작가의 책을 출판하는 기획이다. 그때 받은 상금 50만 원은 모두 엄마 아빠에게 기분 좋게 쐈다.   

   

그동안 나의 그림을 ‘재능기부’해달라는

요청에 곤란했는데 이건 9000여 명의 작가들과

작품으로 경쟁해서 얻은 뜻깊은 성과다.


그 후로 매주 올리는 숙제로 고민을 하며 작가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이 곳에서 나는 단지 ‘장애인 작가’가 아닌

두 개의 세상을 느끼는 ‘특별한 작가’다.


눈에 보석을 박아 다시 밝은 세상을 보게 된 건 아니어도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세상을 찾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너무 값진 ‘보석’인걸.          


‘미긍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까 눈물이 나네요.
하늘을 향해 뻗은 두 손 가득 하늘에 품고
 건강하게 미긍을 전해주세요!’    

       

‘파란 하늘이 들어와
아름다운 긍정으로 자리했나 봐요!
응원합니다! ^ ^'   

   

이제 그림 아래 응원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늘 이렇게 기분 좋은 댓글만 달리는 건 아니었다.

         

‘그림이 이게 뭐임?!
 다른 작가들 작품들 대박 빵빵한데     
어째서 이런 수준 미달까지
 당선되는 거지?’      


그때 달린 댓글은 누군가의 신고로


삭제됐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이런 악플에 네가 너무 상심할까
 그게 걱정돼. 물론 이 정도면 약과겠지.
 앞으로 진짜 인기가 많아지면 악플도
 점점 강도가 심해질 테고. 흠~”

     


하긴, 아빠의 염려도 이해는 간다.


최근 스포트라이트 받던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며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하는 뉴스를 종종 보는데

 

아빤 혹시나 내가 그런 악플에

상처 받을까봐 마음이 쓰이나 보다.

      

하지만 오히려

난 기분이 썩 괜찮다.     

 

-곧 출시될 '미긍 마우스' 이모티콘


그동안 평범해지려고 얼마나 마음 써왔던가?


 ‘악플'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야


발생되는 거니까 뭐.   

  

작가들도 연예인들처럼 악플들에

시달리는 거구나.   


             




그건 그렇고..


내가 만약 대중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 썼다면  

연예인들처럼 날씬했을까?   

       

역시 그래서 내가 평생

통통 몸매를 유지하는 거구나-ㅎ;

         

그래도 좋다.


건강만 하자 굿~!   

        

-최다 클릭 수 기록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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