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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y 04.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두 개의 달’을 불러줄게요!

-시각장애, 마비되는 오른손으로 절실한 긍정을 담기까지.

"환자는 앞으로도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합니다."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말했다. 그때부터 나의 ‘삶’은 도전이다!(2003~)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과거에는 이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릴 뿐 그 의미를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그 일로 잇몸도 아닌 코에 연결된 호스로 영양분을 공급받기 전까지는.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8m를 튕겨나갔고 결국 골반이 산산이 부서져서 다시 앉는 데만도 참 오랜 시일이 걸렸다고 한다.(의식 잃고 들은 이야기) 게다가 앞을 제대로 못 보는 시각장애가 왔고 오른손은 지금도 뻣뻣하게 굳어온다. 머리가 깨지면서 좌 뇌에 피가 차서 오른쪽 신경에 마비가 왔다나? 그래도 시각장애가 생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니면서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까.(2007~10)  

         

“어머, 미친 거 아냐? 이제 정식으로 그림 작가가 되겠다고?ㅋ~" 황당해하는 친구의 반응도 이해는 간다. 내상태가 힘들어졌다는 걸 그녀도 이미 잘 알기에. ‘그래. 지금은 맘껏 비웃어라. 이제 제대로 미쳐보기로 하지.’ 결국 미치도록 아름다운 긍정 ‘미긍(美肯)’ 그림 작가로 일어서게 되었다.   



두 개의 달     

                -미긍                   

두 개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어.  

        

마비된 오른손으로

단추를 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젠 그 손으로

긍정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두 개의 달을 불러줄게.

       

진실하고 절실한 소원은

이루어지리니..

              

반드시!   

   

-두 개의 달 (2017)
   -'두 개의 달' 일러스트는
의뢰받은 향초 포장 디자인으로
원래는 이렇게 뚜렷이 두 개로 볼 수 없다.
(겹친 뿌연 시선이 더 많이 깨져 보이는 ‘복시’)


내가 도전한 ‘일러스트’는 순수미술처럼 정확한 비율이 아니어도 작가만의 특별한 세상을 담을 수 있다. 손과 시력이 이렇게 불편해진 나에게는 더없이 안성맞춤.   

       

“내 이름을 불러봐~ 모든 문제가 다 해결돼~” 누군가는 공중부양에 축지법까지 쓴다며 언론에서 본인을 홍보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 공중부양을 한다 해도 그게 전혀 부럽지 않다.   

   

'나도 이제 공중에서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가 뜨기 전의 하늘은 아직 어둑하다. 5월~10월까지는 대부분 해가 일찍 뜨기에 서둘러야 한다. 빛이 강해지면 눈이 아프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선캡에 운동화를 신고 집에서 나와 20분가량을 빠르게 걷는다. 사실 작년에 앞을 잘 못 보는데 서두르다가 그만 넘어져서 고생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조심조심. 그리고 공원의 걷기 트랙(한 바퀴에 880m)에 도착한다. 이어서 이제 걷기다. 적게는 5바퀴에서 많게는 12바퀴까지 돌 거다.  

    

“아가씨, 이거 한 번 해봐요~ 많이 도움이 될 테니.” 트랙 돌기를 마치고 운동기구가 있는 쪽에서 몸을 푸는데 같은 시간대에 나오는 중년 여성이 운동기구 쪽으로 나를 이끈다. 그녀는 나의 걸음이 걷기 운동으로 점점 나아지는 걸 지켜보며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본인도 운동으로 불편한 질환이 많이 호전됐다고. 하지만 그녀가 권하는 기구는 내가 좀처럼 할 수 없다.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약간 높은 발판에 두 발을 디뎌 걷는 전신 유산소 운동 ‘공중 걷기’(air walking)다. 나의 경우 오른쪽 다리가 짧아져서 그 밸런스가 맞지 않아 왼쪽의 다리 걸음에 맞출 수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도전을 했지만 결국 못하고 내려오기를 반복, 드디어 최근 나만의 ‘꿀 팁’을 발견하게 된다! 불편한 오른쪽 다리 뒤꿈치를 왼쪽보다 살짝 높이 딛고 나니 공중 걷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계속해온 트랙 걷기로 오른 다리에도 디딜 힘이 생긴 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거 오래 앉으면 몸이 뒤틀어져서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뼈 교정과 물리치료, 침을 맞아야 했는데 이제 오래 앉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정말 기적!   

  

과거 나를 돌아보면 수많은 도전들이 꼭 성공으로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래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승패에 관계없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에도 공중에서 걸었다.


이제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 차례.

      

‘두 개의 달’을 부르면 소원이 이루어지니

      

또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요?♬~


    

- 곧 출시될 '미긍 마우스' 이모티콘(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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