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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Nov 13. 2018

특별한 '그림 작가' 만들기 (장애이해교육)

아이들과 긍정을 공유하는 값진 시간-

이번에 이천 안흥초교 강연을 하는데 교실에 마이크 설치가 안 된다.

결국 수동으로 각 반마다 장치를 옮겨 다니며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처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버벅대는데.. 어떤 남교사가 무거운 장비를 교실마다 옮기며 설치해주었다. 장비를 옮기는 그를 보니..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아이돌 몸매! ㅋ )

 30대 초반 깨끗한 하얀 피부-

내가 잘 안 보이기는 해도 잘~ 생긴 청년인 건 확실했다!

"장비가 꽤 무거운데 반마다 옮겨주시고...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선생님-!"

내가 인사를 꾸뻑하며 

고개를 드는데.. 순간 너무 깜짝 놀랐다!


헙...!!

그의 왼쪽 손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왼손이 잘린 듯.. 손목 아래로 뭉툭하게 보인다. 물론 손이 왜 이렇게 됐냐고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이렇게 한 손으로 수업시간마다 무거운 장비를 옮겨준 게 너무 미안했다 ㅜ자신의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그의 모습을 보며 '장애 인식 개선', '장애이해교육'의

굴레가 잡히기 시작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내 어린 시절 기억에 '장애'가 있다고 하면 특별한 사람, 약한 사람만 장애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건강했던 내가 막상 '중도 장애'를 입고 몸이 불편해지고 나니

정말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신체적인 장애보다 나를 '동정'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장애인들의 89%가

0000입니다!

0000은 무얼까요?


아이들에게 퀴즈를 낸다.

정답은 '중도 장애'다.

'중도 장애' 비율이 89%라고...

 

아이들이 나중에 장애인들을 보면

편견 없는 시선으로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가장 힘든 장애?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못 해!'

'난 안 될 거야.!'

어려움을 만나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포기 장애'다! 

4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얘기하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에 시간은 늘 빠듯하다.

그래도 아이들의 작품이 잘 나오는 걸 보면 신난다! ㅎ

만약 아이들이 '중도장애'와 같은 어려움이 와도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길.


다시 학교를 찾았다.

지난주 했던 수업을 함께 하던 5학년 담임교사가 나를 반긴다.


'미긍 작가님 덕분에 '포기 장애' 얘기를 써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미긍 작가님이 포기하지 말랬지?" 

이러면..

 "아 맞다! ‘포기 장애’ 안 되지, 다시 할게요!" 한답니다! 


'우아! 

진짜 너무너무 기분 좋다!'


자신의 그림에 집중하던 아이들의 맑은 눈빛이 떠오른다. 

나무 아래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 장애인과 '차별 없는 아이들'을 그린 예쁜 4학년 여학생 작가,

1급 장애로 말을 못 하는 자신의 오빠에게 '장애인이어도 뭐 어때, 좋은 생각만 하자-!' 하던 너무 해맑은 5학년 여학생 작가-


휠체어를 처음 그려보는데

앞으로는 장애인들을 보면 돕겠다는 3학년 남학생 작가, 횡단보도에서 장애인 비장애인 '다같이 끝까지'를 그린 뒷자리에 앉아 조용히 그림에 열중하던 3학년 여학생 작가


-그림들마다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또 아이들은 나에게도 긍정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계단 아래에 있는미긍 작가를 그렸다며

진지한 얼굴로 나를 응원한다는 4학년 남학생 모습도 생각난다.


아이들 모두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작품들-

짧은 시간에 완성 못한 아이들은 개인 시간을 쪼개서 

작품을 마무리했다!

'북핵 문제'를 다룬 3학년 남학생 작가 발견-!! 

북한의 핵 공격에도'내 집은 내가 지킨다'라는 작품에

보는 나도 든든하고 힘이 솟았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자.'는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했던 말들이 아이들의 작품으로 나오는 

참 뿌듯한 경험이다-

어두운 지하 계단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상에 오르는 모습,

힘든 이들에 게 먼저 내미는 자신의 손-

(나는 잡힌 손을 더 힘겹게 장애가 있는 손으로 

표현하길 조언했다.)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를 끌어주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모습-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마지막 수업에서

내 마음에 제일 남는 작품은...3학년 남학생인데 지구를 여러 사람들 손으로 

감싸는 그림이다.(초반에는 손을 두 개만 그렸길래

여러 개의 손을 조언했다.)

포스터 같기도 하고 그림에 손을 여러 개 담으니

더욱 강조되고 정돈된다.

그림에 어울리는 짧은 생각들로 

작품들이 완성됐다. 글들도 그림만큼이나 참 신선하다!


장애인 비장애인

함께 가요-


나의 아픔이 

아이들에게 장애인들의 현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그림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말로 하는 강요가 아닌 '장애 이해 교육',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3학년 담임은 아이들의 작품들을 교실에 걸어

미니 전시회를 진행했다.

아이들의 작품에 너무 기뻐하는 담임교사 모습애

 나도 참 흐뭇했다!


이번 강연을 하며 

좋은 소식들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장애 이해 교육' 강연 제의가 또 들어왔다!이번엔 좀 멀리 나간다.

전북 부안으로... 혼자 이동이 어려워서 아마도 엄마 아빠와 동행하는

가족 여행이 될 듯.. 한 반에 30명 이하 인원으로 2교시를 연속으로 진행하기로..

더 특별한 수업이 될 거 같다-


또 한 가지

나만의 '소 확 행' 소식!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제 드디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강연할 수 있게 되었다! ㅎㅎ

목소리도 작아지고 어눌해진 발음 탓에 알아듣기 힘들고..


강연할 때마다 숨이 차서 마이크 없이 말하기는 참 쉽지 않았다.

근데 이제 아이들 앞에서 말하기가 좀 편해진다.(아직 목소리는 크게 안 나오지만..;)

수업 전 아이들에게 내 사정을 솔직히 얘기하면 내 말에 더 집중하고 조용해진다는 사실도 체험을 통해 깨닫는다.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이

막 쏟아진다-! �� 


앞으로 그림으로 하는 그림 심리치료를

더 공부해보고 싶다. 다시 빽빽한 글자를 보는 게 가능할지 자신은 없지만

 도전해보련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니까-

아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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