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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Oct 24. 2020

#장애이해 ‘코로나’에도 울 엄만 ‘원더우먼’(2)

-중증장애 자녀의 ‘원더우먼’ 엄마들을 응원합니다.(‘이음 한 컷'수록)

 

“혹시나 혼자서 밖에 나갈까 봐
24시간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휴~”      
              
요즘 들어 아이엄마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8시 뉴스 동영상속 10대 후반의 발달장애 딸은 엄마와 함께 길을 걷다가도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에 뛰어들거나 맨발로 이웃집에 들어가는 등의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보인단다.     

        

코로나 19 집단감염 우려로 복지기관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는데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불편한 행동으로 표출한다고. 게다가 모녀가 거주하는 지역 내의 중증장애인 ‘24시간 돌봄 지원’ 시간도 단축된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중증장애 자녀의 엄마라면 더욱 그러리라.’    

  

평소에 장애와 연관된 소식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 들어 더욱 그렇다. 장애예술 웹진 ‘이음’에 장애와 연관된 내용으로 글과 그림을 연재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이른 점심을 먹은 후 '장애인 작가'로 등록을 하기 위해 혜화 '이음센터'를 찾았다.


센터 입구에서 3층으로 안내되었는데 그곳 내부에는 책상 몇 개와 접수요원들이 있고 이미 많은 인파로 긴 줄을 이루었다. 등록을 하려면 한참이나 차례를 기다려야 할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행렬에는 휠체어들이 꽤나 많았다.  

                   

‘우아.. 장애인 예술가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줄의 맨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갖춰온 서류들을 꺼내보는데

누군가 나를 향해 손을 크게 흔들었다.       

       

“어머~ 주혜 작가님?! 아.. 너무 반가워요!”             

‘어라..?! 내 필명인 '미긍'도 아니고
 본명을 부르는데.. 누구지?’


그 모습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 높이 올려 묶은 까만 머리에 익숙한 낮은 음성의 그녀. 이게 대체 얼마만이지?! 내가 더 반가웠다.    

         

“와.. 정말 몇 년 만이에요?!

이제 아드님도 많이 컸겠어요!”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하는 대답.


“호호.. 네~ 아들도 씩씩하게 잘 있어요.

작가님 소식은 언론에서 종종 봤어요.

정말 잘 됐어요~”

            

그녀는 전시기획 건으로 이 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은 벌써 초등학생인데 시각장애인 전문 교육기관에 입학을 했고 잘 웃고 활달한 장난꾸러기로 성장했다고. 내가 아들 그림을 그렸을 때가 돌 무렵이었는데 세월 참 빠르다.

          

그녀에게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난 후
 한동안 아이와의 행복한 일상들을 sns에 자주 올렸다. 그러다가 얼마 후 사진을 올리는 일상이 중단되었다.

아들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응원의 선물이라며 불편한 아이 모습을 그대로 그림으로 담았으니..


그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고서 누가 섣불리 그 아픔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그런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과거 휠체어를 타게 되고
외눈박이로 보게 된 불편해진 일상보다
나의 장애를 대하는 낯선 이들의 시선이 더 괴로웠다.

그들의 힘내라는 응원조차
 ‘값싼 동정’이라고만 느껴졌으니까.
그걸 알면서 내가 그녀에게 비슷한 상처를 주다니.  
그래도 이제 한결 밝아 보이는 아이 엄마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이어서 그녀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요즘 저의 대부분의 활동이 아들에게 맞춰져 있어요. 이제 제 전공인

전시기획 일을 다시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더욱 감사해요. 호호”   

         

그녀가 기획하는 전시들 대부분이
아들과 관련된 복지기관을 이용한다고 했다.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는 이제 씩씩하고 멋진 ‘원더우먼 엄마’다.               

세상엔 그들의 자녀를 지키는
많은 원더우먼 엄마들이 있지.  

          

"지금은 오빠 스스로
일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
엄마는.. 당신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빠 걱정에 눈을 편히
감지 못하셨지요.."    

         

중앙일보에 실렸던 나의 기사를 보고 두 번째 개인전을 찾았다가 가까워진 미애 님이 했던 말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그녀의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었단다.


고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 걱정에 눈을 편히 감지 못하셨다는 사연.    

 

사실 24시간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지원이 그들의 경제형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부유층이라면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 없을 테지만 생활비에 추가되는 돌봄 비용이 평범한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일까?   

  

이제야 ‘이음 한 컷’에

올리고 싶은 소재가 떠올랐다.

중중 자녀와 일상을 함께 하는

원더우먼 엄마들을 그림으로 응원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구체적인 그림 도안을 구상해보았다.   

 주인공의 외모는 안경을 낀 평범한 인상에

원더우먼이 입는 무늬의 티셔츠에

‘별 머리띠’를 해야겠다.

 

- 원더우먼 엄마 캐릭터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하며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발달장애가 있는 큰 아이의 복지기관이 문을 닫아 아이들을 맡길 곳 없이 난감한 상황.


두 자녀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이 엄마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은 마스크를 씌워야지. 일러스트는 현실을 반영해야 하니까.  

            

일단 발달장애에 대해 알아보고자 요즘 발달장애를 다룬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책 내용에서 보니 외부에 위치한 시설에 보내지는 저소득 중증장애인 대부분이 시설이 정해놓은 규율에 따라야하는데 인력부족을 이유로 그들의 이상행동을 약물로 억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경제력이 뒤처지는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그들의 가치가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림 속 ‘발달장애’라는 상황을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지 또 고민이다.


어쩌면 그들의 증상들을 너무 세밀하게 담는 것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 모르니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하는 그들의 어려움을 단지 희망적이고 경쾌하게만 표현하는 것도 적절치 않겠지.  

          

'아.. 누군가의 장애를
그림으로 담는 게 이렇게나
 불편한 거였구나.'            


오랜 고민 끝에 ‘발달장애’가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만큼만 표현하기로 한다. 기관에 작품을 보낸 후에도 그림과 글의 수정은 계속되었다.       

장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도 다른 이들의 아픔까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애의 종류도 많을뿐더러 그걸 겪게 되는 시기에 따라 어려운 상황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앞으로 장애에 대한 그림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 장애에 관련해서 먼저 공부해볼 생각이다.

     

장애인 가족들이 단지

 ‘동정’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하길 바라며.            


코로나 19에도

꿋꿋한 원더우먼 엄마들.                              

모두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 '이음 한 컷'에 올린 그림 원본은

그쪽에서만 공개됩니다. 함께 해주세요~

((무료보기))

http://ieumzine.kr/archives/7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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