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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Oct 08. 2020

#장애이해 ‘코로나’에도 울 엄만 ‘원더우먼’-(1)

-'그림 제발 내려 주세.흑' 헉! 울음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에휴~ 내가 갈만 한
 반이 없네. 어쩌지?’  

          

개설된 반 대부분이

점자 반’이나 ‘안마 반’이다.


연초가 되면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반 편성표를 공지하는데 이제는 주로 그림을 그리는 문화생활보다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에 실용적인 과목들만 올라온다.

사실 나에게 시각장애가 생겼다고 해도

일상에 ‘점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불편해진 손으로 안마를

 배워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안 되겠다. 다른 복지관을
 찾아보자!’               


그렇게 찾게 된 곳이 ‘강남장애인복지관’인데

그곳에서 나와 동갑인 그녀를 소개받았다.

           

“저도 공예를 전공했거든요.

만나서 반가워요! 호호”


외 꺼풀 눈에 앞머리 없는 까만 단발머리.

화장기 없는 선한 눈매가 맘에 든다.


그날의 만남 후로 한동안

복지관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관에 서류를 제출해서 전시 지원금을 신청하는 방법을 그녀를 통해 배우게 된다.  

                  

“휴.. 이제 겨우 서류 자료 다 올렸네요. 담부턴 주혜 작가님 스스로 해야 해요~”


그녀 덕분에 수령한 전시 지원금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하게 되었다.

                       

- 첫 번째 개인전 '광대의 꿈 (13)


다음 해에 그녀는 결혼을 했고

사내아이를 낳았다. 사진으로 공개된 아이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그리고 sns에 연거푸 올라오는

아이와의 모습들이 너무 좋아보였다.


하지만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가 보는 시선이 편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언젠가 아이의 안부를 묻는 내게 그녀가 울먹이며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장애인들이랑

자주 접하다 보니 아이까지

장애를 갖게 된 걸까요?”


그녀의 옆자리 동료도

 얼마 전 태어난 발달장애 자녀로 꽤나 힘든 상황이라고 하니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녀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그래.. 아들을 그려서 선물하자!'   

                                

당시에 볼펜드로잉으로

 아이들 모습을 자주 그렸다.

- 볼펜 드로잉 (2011~)  

    

이제 며칠 동안

아들 사진을 보며 연구를 했다.


포토샵으로 컬러링까지 마치니

드디어 완성.


아이 엄마에게 보내기 전 자주 하던

sns에 그림을 올리니 나와 소통하던 친구들의 반응이 무척이나 뜨겁다.


당연히 아이 엄마도

내 그림을 맘에 들어 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이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미긍 작가님,

sns에서 아이 그림.. 제발 내려 주세.. 흐흑..”


울음으로 말을 맺지 못하는 그녀에게 너무 놀랐다.


그리고 곧... 그림의 문제점을 알게 된다.

이유는 아이의 상황을 너무

사실적으로 드러내서였다.

    

초점이 맞지 않는 아이의 눈빛까지도.   

  

엄마에게 아들의 시선은

커다란 상처였다. 나는 재빨리

sns에서 그림을 내리고 폐기했다.     

      



“어머?! 깜짝야.

아가씨눈이.. 이상하네?!

한쪽이 안 감겨요?


걷는 것도

힘들어 뵈던데 소아마빈가?

나이도 젊은데 넘 안 됐네. 쯧쯧~”

 

-감기는 왼쪽 눈이 정상   

  

불편해진 나의 눈을

손가락질해대는 낯선 이들의 동정에

그동안 얼마나 울컥했던가?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며

커다란 상처가 된다는 걸

내가 직접 경험하고서도

이런 몹쓸 실수를 한다.


얼마 지나 아쉽게도 그녀가 복지관을 그만둔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이를 키우는 데만 전념하겠다고.   

   

그리고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아픔을

 감히 그림으로 담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괜스레 아픔을 들춰내어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코로나에도 울엄만 원더우먼'-1 마침)
     2편으로 계속...

요즘 바쁜 일정 탓에
자주 열지 못하네요.

모두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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