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려요? A: 대답 전 먼저 묻는다.
그림이 본인에게
얼마나 절실한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땐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20대 중반
교통사고로 여러 가지 장애가 생긴 거다.
그중 하나가 상이 여러 겹 겹쳐 보이는
시각장애 ‘복시(複視)’다.
게다가 좌뇌 손상 ‘뇌병변 장애’로
오른손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사고 충격으로 외상도 생겼는데
골반과 다리가 부서지면서 한자리에
오래 앉기가 힘들어졌다. 그야말로
그림을 그리기에 ‘악조건’을 갖춘 셈.
사고 이후 찾은
나의 길이 그림 작가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몸이 편할 때 갖추지 못한
조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걸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절실함’이다.
2021년 새해는 ‘흰 소’의 해.
모든 일에 절실함으로 도전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라며
중증장애인 부모의
극단적 선택을 뉴스로 보았다.
문득 내가 몇 년 전까지 활동했던
장애인복지관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자폐 청년 작가들과 그림 전시를
기획하게 되어 자주 만났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고함이나 숨소리만 들었을 뿐)
그래도 곁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들의 엄마였다.
중증장애인 케어도 쉽지 않은데
코로나19까지 겹쳐 대면 돌봄 서비스가
어려워졌다. 코로나 사태로 다들 힘들지만
중증장애인 부모에 대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아이들의 방문을 반기는
유일한 곳. 그곳은 바로
동네 마트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로
큰아이가 다니는 복지기관과
작은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이들 육아와 살림, 재택근무까지…
‘원더우먼’ 엄마다.
‘슈퍼맨’ 아빠가 어서
빨리 퇴근하길 기다리며
: 변함없이 아름다운 당신은
나만의 달콤한 캔디다.
-어느 노인 요양 병원에서.
“자녀들이랑 간병인이 있는데도
할아버지가 직접 물수건을 깨끗이 빨아서
할머니의 등이랑 몸을 싹싹 닦아주셨지.
그것도 매일..”
내가 물었다.
“할머니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
그러자 마왕이 답하길. “지금은 의사 표현이
전혀 안 되고 눈을 떠도 의식이 없으시지.
근데 할아버지는 할머니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셔~”
마왕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왜 예쁘다고 칭찬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할머니는 이미 여러 질환으로
몸이 많이 부어있는 상태여서 건강했을 시절의
예쁜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건 아마 그럴 거다.
환자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만 있으면 많이 붓는다. 게다가
욕창이 생기기 십상이라 환자의 몸을
계속 돌려가며 눕혀야 한다.
과거 나도 많이 부은 채
주변에서 힘겹게 돌려봐서 알지.
할머니가 입원한 지도 1년을 훌쩍 넘겼다.
열정적으로 병원을 찾던 할아버지의 방문이
끊기게 된 건 역시나 코로나 19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왕의 일거리가 하나 늘었으니
매일 병실마다 돌며 보호자와 환자를 영상통화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니까
어서 예쁜 얼굴 보여 주세요~”
할머니 침상에서 핸드폰을 내밀며
그 말을 건네면 의식 없이 누워만 계시던
할머니가 조금씩 달라진다. 먼저 표정이
미세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발그레한 웃음까지 살짝 감도는 거다.
바로 옆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을 땐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으신가 보다 했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표정은 할아버지와 영상으로
마주할 때마다 반복된다는 걸 느낀다.
물론 할머니가 그 어떤 말과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동영상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
핑크빛 생기로 물든다. 그제야 마왕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단다.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의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의 눈이 띄어있다는 걸.
달콤한 캔디처럼.
여러 개로 보이는
이상한 세상을 느린 손으로
마음을 다해 신나게 그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