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xmas79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긍 Dec 11. 2019

미술 심리치료 ‘광대의 꿈'

-관중들은 광대를 동정하며 손가락질한다.

  ** 미술치료 [art therapy] :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느낌, 생각들을

 미술활동을 통해 심리적인 

어려움과 마음의 문제를 표현하며 

감정의 완화와 내면의 

자아성장을 촉진시키는 치료법.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기까지 (2012~ )     

“어머.. 어디 많이 아프세요..?!
안색이 너무.. 창백해요!”        


요새 내가 자주 듣는 말.                 

그동안 약을 많이 복용해서인지      

얼굴이 파르 레 한 게 핏기가 하나도 없다.  

        

핑크빛 볼터치를 하면

 안색이 밝아 보이지 않을까?           

왼손으로 해야 하는 화장은

아직도 많이 서툴다.     


꼼꼼히 단장을 마치고 이제 혼자서 외출이다.         

모처럼 치마를 갖춰 입고 이번에 새로 장만한          

말끔한 가죽부츠를 쇼윈도에 비쳐보았다.               


반짝반짝. 겉모습을 화려하게 단장하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하나씩      

개수를 헤아리기 시작한다.                    


솔직히 계단마다

개수를 기억해낼 재간은 없지만     

홀수인지 짝수인지 미리 알아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갈 때를 위해

그거라도 기억해두면      

약간은 안심이 되는 걸.   

       

몸이 이렇게 되면서 계단은 늘 긴장이다.     

불편한 다리로 휘청이며 계단을 내려가는 나.        

여러 개의 뿌연 세상이 다가올 때마다     


읍, 멀미 난다. 휘청휘청..

              

내려가는 계단들은

특히 더 긴장이 된다.         

게다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탈골된 오른쪽 다리의 쩌릿쩌릿함.     

내려갈 때는 다리 통증이 더하다.                   


오늘도 계단 앞에서

나는 서커스 줄타기에      

처음 도전하는 ‘어릿광대’가 된다.                


광대를 쳐다보며 귓속말,

손가락질하는 그들은      

서커스를 관람하는 관중들이다.           


‘왜 거기 올라갔느냐고.
과연 네가 혼자서
할 수는 있겠냐고..’     


쑤군대는 서커스 관객들의

귓속말들과 손가락질이

광대의 얼굴을 간지럽게 한다.                 


그동안은 전혀 못 느끼고 살았다.

               

아무 말 없는 시선과

자기들끼리 지껄이는 귓속말 만으로도      

나에게 아픔으로 되돌아온다는 걸.   

         

제대로 못 보면서

왜 이런 시선은

귀신같이 느껴지는지. 젠장.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지하철역의 동선들은 모두 외우고 있다.

 갈아타는 구간의 발걸음 수까지 계산해뒀으니.


하지만 미리 예상 못한

장애물들이 너무 많이 생긴다.

                   

오른쪽 시선이 차단된 시각장애 탓에     

상대편에서 오는 인파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부딪쳐 넘어지고 만다.    

                 

지하철 역사의

딱딱한 지면에 넘어지는 아릿한 아픔,          

날 쳐다보는 시선 따위의 창피함보다...      

더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게 있다.   

             

새로 장만한

가죽부츠가 긁혔을까

이리저리 살핀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의 꿈속에서      

외줄 타기에 도전하는 ‘어릿광대’를 부른다.                          

100장을 채워내는 숙제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려낼 소재도 떨어지고 고민하다가 이제      

마음 깊이 감춰둔 나의 아픔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계단 앞에서 외줄을 타 듯

위태롭게 내려가는 내 안의 광대를

그림으로 끌어냈다.    

                

서커스 광대는

겉으로는 불편한 내색은

 절대 해선 안 돼!   

 

광대와 함께 복받치는 감정에 울기도 하고     

손가락질은 광대를 향한 것만은

아닐거라 위로도 하고..     

여러 상황들을 그림으로 상상하며

신기한 일이 생긴다.     

어느새 

내가 그림으로 

위로를 받고 있는 거다.


줄 위에 선 광대는

내 모습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나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실직을 한

평범한 가장이 될 수도 있고     

출근길에 사고로 장애를 입어

다른 일에 도전하게 된 여성 직장 준비생,   

  

혹은 나처럼 중도 시각장애로

달리 보게 된 세상에

 나가야 하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줄 위에 서게 된 광대는 먼저...     

관객들의 손가락질과

귓속말에 당당해야 한다.  

        

그걸 버틸 줄 알아야

 또 다른 세상이 열리니까.

                    

-관객들의 손가락질은 어쩌면.. 광대를 향한 게 아닐지도.(2013)

'광대의 꿈'으로

나의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2013)     


전시된 그림에

공감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힘을 받게 되었다.                   


수많은 도전 속에
  위에서 떨어지고 아파하고..
그래도 버틸 만은 한가보다.

 광대가 계속 
꿈을 꾸는  보면.


-첫 개인전 ‘광대의 꿈’ (2013)


***구독신청 하시면...
모두에게 '미긍세상'이 열립니다!.
공유도 감사하고.. 함께해요! ^ ^****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이해 누구나 ‘볼펜 드로잉’ 작가 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