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드.#4. 성균관 스캔들

내 기억 속의 드라마

by 율시

네 번째, 성균관 스캔들(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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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다들 제자리에 앉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의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반에서는 이런 소리가 울러퍼졌다.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떠서 교실 앞쪽을 서성이면 다른 학생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자습 때문에? 반 회의 중이라? 아니,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때문이다. 재방송을 하던 수요일 점심이면 모두가 마치 수업을 듣듯 제 자리에 앉아 스크린에 집중했다. 가랑 이선준, 대물 김윤희, 걸오 문재신, 여림 구용하. 몇 년이 지나도 이름까지 생생히 기억나는 네 인물이 벌이는 청춘의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서.


드라마보다 먼저 유행한 건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었다. 읽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소설이다. 정은궐 작가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해를 품은 달'은 모두 전무후무하게 히트를 쳤고, '해를 품은 달' 역시 김수현, 한가인 주연의 동명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찰지고 완성도 높은 대사들, 문장들에 매혹되어 일기장에다 몇 장면을 필사해두기도 했고, 가상캐스팅을 매일 찾아보며 네 인물에 누가 가장 어울릴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 금손이 가상캐스팅 영상을 만든 것이 퍼지기도 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잘 맞았기에 아직도 그 캐스팅이 소설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캐스팅일 것 같긴 하다. 선준 역에 임주환, 윤희 역에 김규리, 재신 역에 김남길, 용하 역에 김무열이다.


실제 드라마 캐스팅은 선준 역에 박유천, 윤희 역에 박민영, 재신 역에 유아인, 용하 역에 송중기다. 소설 가상 캐스팅보다 한층 더 영(young)해졌고, 더 하이틴스러워졌다. 캐릭터 성격부터 극 구성, 결말까지 소설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둘 다 사람들을 열광케 할 만큼의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령 드라마 버전의 재신은 '자꾸하면 습관 된다' 등의 유행어를 낳았고, 책 속에서는 언제나 한 발자국 물러나있어 속을 알 수 없었던 용하는 성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한 수많은 2차 패러디 영상 또한 또다른 재미가 되었으니, 패러디 영상 계의 거장(?) 카포달이 제작한 '애별리고'는 내 mp3에서 적어도 200번은 반복 재생되었을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를 바꿔놓는데에 일조하기도 했다. 당시 화장실은 정말 열악의 끝을 달려서, 누군가 비뚤어진 문 탓에 화장실에 갇히기도 할 정도였다. 드라마 속에서 사회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붉은 벽서를 붙이는 '홍벽서' 문재신을 보고 힘을 얻은 나와 친구는 누런 종이에 조선시대 문체로 화장실 수리를 촉구하는 벽서를 써서 야쟈시간에 몰래 벽에 붙였다. '황벽서'의 탄생은 다소 유니크한 형태의 대자보였고, 모든 학년에서 벽보를 보러 몰려올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 리모델링이 결정되는 결과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던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OST도 빼먹을 수 없다. 꽃보다 남자 Paradise의 뒤를 잇는 중독성 갑 노래방 오프닝 곡인 <찾았다>를 비롯해, <너에겐 이별 나에겐 기다림>, <Too love> 등 다양한 명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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