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식빵을 만나다

아주 짧은 그림소설 #02

by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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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식빵이 먹고 싶어 졌다. 왜 갑자기 식빵을 떠올리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퇴근 시간이었고 해는 빌딩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저녁으로 특별한 식빵이 내게는 필요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새로 이사한 동네 빵집을 검색했다. 회사 앞 길가에 서서 30분이라는 시간을 소요했야만 했다. 블로그 리뷰란 것은 모두 맛있다고 떠들어 댔기 때문에 진정한 맛집 찾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노력 끝에 끌리는 빵집을 찾아냈다. 그 빵집은 40년 전통의 빵집이다. 40년 동안 그다지 유명해지지 않고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유명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다. 하지만 긴 세월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단골들이 있다는 것이다. ‘알려주기 싫지만 꼭 가보세요.’라고 블로거는 말했다. 나는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설레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15분가량으로 지하철 타고 가면 되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는 오늘도 사람이 많았지만 맛있는 식빵을 생각하니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집 앞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곧장 빵집으로 갔다. 작은 골목길을 지나 큰 언덕을 하나 넘어야 했다. 나는 인내심이 많은 도둑고양이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빵집 앞에 도착했다. 가게는 2층 가정집 위에 있었다. 간판도 없었다. 그저 나무로 된 판자에 빵집이라고 적혀있을 뿐이다.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올라갔다. 철로 된 계단은 걸을 때마다 탕탕탕 소리를 냈다. 2층에 도착해서 유리창으로 빵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가 빵을 진열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본 뒤 빵들을 보았다. 빵들은 모두 갓 나온 듯 생기가 돌았다. 빵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 종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빵을 진열하는 사람이 뒤돌아 나를 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의 머리가 고양이의 머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쓴 게 아니다. 분명 그의 얼굴이다. 하지만 고양이 얼굴이다.

“어서 오세요.” 그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는 대답했다.

놀라움을 감추고 빵을 구경했다. 빵 모양이 모두 생선 모양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다시 힐끔 보았다. 고양이 머리를 한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빵을 진열하고 있다. 나는 다시 빵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빵 맛있어요”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얼굴이 고양이라서 나이를 짐작할 수는 없었다.

“아…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 빵을 집었다. 생선모양의 단팥빵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빵들을 천천히 보았다. 그러다 다시 고양이 사람을 보았다. 그는 어느새 계산대에서 나를 쳐다보고 웃고 있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놓이게 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미소처럼.

“저기... 식빵은 없나요?” 내가 물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 왼편에 비슷한 것이 있지요.”

나는 왼쪽 편에서 통조림 모양의 빵을 보았다. 모양은 통조림 모양이었지만 분명히 식빵이었다.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집었다. 두 개의 빵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계산하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은 더욱 놀라웠다. 매끈한 털이 얼굴을 촘촘히 감싸고 있다. 나는 카드를 그에게 건넸다. 나의 카드를 건네받고(그녀의 손은 사람의 손이었다.) 계산을 한 뒤 다시 카드와 영수증을 건넸다. 그는 빵을 비닐봉지에 정성껏 담아주었다.

“정말 맛있는 걸 고르셨네요” 그가 말했다.

“그런가요? 또 오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집에 오는 내내 고양이 얼굴의 직원을 생각했다. 자취방 안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빵을 꺼내보았다. 생선 모양의 빵과 통조림 모양의 식빵이 놓여있다. 빵을 먹어볼까 했지만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져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거울 속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거울에는 피곤하고 초라한 고양이의 사내가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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