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da Bear

아주 짧은 그림소설 #04

by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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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동물원에서 탈출한 판다 한 마리가 3일째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3일 동안 수색을 이어가고 있는 경찰은 그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태이며 판다가 어떻게 동물원을 탈출하게 된 것이지 조차 아직까지 원인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TV에는 또 판다 뉴스가 나왔다. 나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그리고 소주를 머그컵에 마시고 있었다. 토요일은 이렇게 먹고 TV나 보는 게 최고다. 나는 판다가 도시를 뛰어다니는 상상을 하며 도시락의 어묵볶음을 집어 먹었다. 어묵은 죽은 오징어처럼 흐믈흐믈 거렸다. 그리고 빈 컵에 남은 소주를 모두 부어버렸다. 소주병에 붙어있는 라벨에 대나무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판다는 대나무를 먹는다. 탈출한 판다는 도시 속에서 무엇을 먹고 있을까? 판다는 하루에 많은 양의 대나무를 씹어 먹는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대나무를 포기하고 탈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하게 판다 생각을 해서인지 정말 소주에 대나무 향이 나는 듯했다. 꿀꺽!

소주 한 병을 먹었지만 이상하게 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강력하게 나의 몸은 술을 더 원하고 있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나는 바닥에 뒹구는 티셔츠를 입고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 기분이 좋은 주말 밤이다. 가을이 오는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편의점에서 소주한 병과 과자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하고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골목에 무언가가 보였다. 바로 아까 TV에서 본 판다였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폰 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걸.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이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판다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놀라셨나요?” 묵직한 사람의 목소리 었다. 이상하게 그 목소리는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놀라지 마세요. 저는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저 저는 당신의 목소리에 이끌려 왔을 뿐입니다.” 판다는 말했다.

“내 목소리요?” 나는 말했다.

“그래요. 당신이 나를 간절하게 생각해내지 않았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고 있던 소주 한 병과 과자가 담긴 비닐봉지를 든 손에 땀이 났다.

“저는 지금 너무 배가 고픕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어요. 죄송하지만 당신이 먹을 것을 주셨으면 합니다. 대신 저는 다른 무언가를 드리고 가죠.” 판다는 말했다.

“대나무는 저에게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대나무라고 하셨나요? 하하하 그것 맛있겠네요. 군침이 도네요. 하지만 전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제가 동물원을 탈출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판다와는 다릅니다.”

“그럼 무엇을 드릴까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은 아무도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당신 손에 든 소주와 과자를 저에게 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저도 소주를 먹고 싶어요. 대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아아, 절대 뺏는 것이 아닙니다.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당신의 마음입니다.” 그는 말하며 입 맛을 다졌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꺼내 뚜껑을 따서 그의 앞에 놓았다. 과자도 까서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 뒷걸음쳐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부탁을 뭐든 들어드리죠. 뭐든지 말하세요.” 판다는 말했다. 그리고 판다는 소주병을 집어 원샷으로 마셔버렸다. 그리고 맛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광고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과자를 비닐채 한 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음... 생각보다 맛있군요. 기분도 좋아졌어요! 어서 말하세요. 저는 이제 곧 자리를 떠야 합니다.” 판다는 말했다.

“당신은 왜 동물원에서 탈출한 거죠?” 그게 너무 궁금합니다.

“그게 부탁입니까? 그 대답이면 됩니까? 후후”

“네” 그거면 됩니다. 정말 그랬다. 그것이 너무 궁금해서 나는 판다를 여기까지 불러들이게 된 거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난 판다 생각을 하게 될 거고 그는 또 나의 소주를 빼앗으려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나의 소중한 주말도.

“이유는 간단합니다. 후후 혼자 있고 싶었어요.”

“혼자?”

“네. 대나무보다도 동물원 친구들 보다도 친절한 사육사들 보다도 가장 내가 원하는 건 ‘혼자’입니다. 그게 바로 동물원을 탈출한 이유였어요. 후후후. 당신은 혼자 살고 있나요?” 판다는 물었다.

“네.. 3년째 혼자 살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저의 마음을 이해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저도 혼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안녕히.”그는 손을 흔들고는 몸을 일으켜 벽을 넘어 사라졌다. 서커스 곰처럼 가볍게 벽을 넘었다. 저렇게 큰 몸을 어떻게 숨기고 다니는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빈 소주병과 과장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깊은 피로감이 내 정신과 몸을 집어삼켰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잠에 빠져버렸다. 깊은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깊고 어두운 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역시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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