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노트 #14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아마도 20대 때 지겹도록 많이 먹은 탓일 것이다.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먹었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먹었고, 여행 가서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에도 먹었다. 자취를 처음 할 때는 요리를 하지 못했으니 일주일에 4번 이상은 라면을 먹을 것 같기도 하다. 맛은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 요즘은 안 먹으려고 한다.
근데 라면의 유혹을 심하게 받을 때가 있다. 밤늦게 일을 끝내고 출출함이 느낄 때다. 밥을 먹기에는 그렇고 간단하게 컵라면 하나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밤에 라면 생각이 났다면 쉽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이다. (역시 라면은 무서워)
다음날 퉁퉁 부은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어제의 나를 자책한다. ‘주노군, 어른인데 자제력이 없다니 한심하군...’ 하지만 라면 맛은 내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종 스트레스로 지친 나의 방심한 뇌를 라면이 지배해 버리는 것이다.
그나저나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라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아버지가 끓여주신 라면이다. 아버지는 라면에는 자신이 있으셨다. 그래서 어머니가 없거나 어버지와 야외로 놀러나가면 라면을 끓여주셨다. 가끔은 비싼 음식보다 아버지가 끓여주시는 라면이 그릴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