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네 컷 에세이 #08
부모님 집은 고구마가 특산물인 지역에 사신다.
그래서 고구마 수확철인 가을에는, 고구마 한 박스가 집에 도착한다.
혼자 사는 나로서는 많은 양이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함께 먹어주면 좋겠지만,
고양이는 고구마 냄새만 맡아도 도망을 쳐버린다.
집에 누군가 오면 쪄주기도 하고,
이웃들에게도 나눠줘 보지만 고구마는 여전히 많이 남아버린다.
결국 고구마가 썩어 버린 적도 있다.
고구마를 버리면서 생각했다.
‘난 역시 인간관계가 부족한 걸까?’,
‘어쩌면 난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은지도 몰라.'
‘고구마 귀신이 날 괴롭히러 올지도 몰라.’
‘부모님… 고구마를 썩어버리게 한 절 용서하세요.’
올해는 고구마를 열심히 먹고,
나눠줘 보겠다고 다짐해 보았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