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집 #11
한 달 전부터였다.
매일 우리 집 현관문에 누군가가 피자 전단지를 붙이고 간다.
난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떼어낸다.
어느 날은 문 손잡이에 붙여 놓았다.
나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그날 회사에서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다고 화가 난 게 아니다.
문을 열려면 전단지를 꼭 떼어내야 한다.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은 그것을 계산하고 붙여놓은 것이다.
난 그의 상상력에 화가 났다.
내 차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본 기분이다.
좋아. 그의 상상력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붙여놓은 전단지를 문에 그대로 둔다.
그러면 다시는 오지 않겠지.
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고 갔다.
그는 매우 성실한 사람인 것이다.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전단지를 모두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현관문에는 피자 전단지가 가득 붙어 있다.
내 현관문은 커다란 죽은 나무 같았다.
썩은 종이 냄새가 풍겨오는 듯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늘 밤 10시, 미친 듯이 피자가 먹고 싶어졌다.
드라큘라가 피 냄새를 맡은 듯.
나는 침대에 누워 피자만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매일 나를 쳐다보던 전단지들 때문일 것이다.
결국 참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손만 빼내어 전단지 하나를 떼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맛도 좋고 영양도 많은 스마일 피자~! 룰루랄라”
잠시 뒤 남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네~ 스마일 피자입니다.”
“페페로니 피자 라지 사이즈로 가져다주세요.”
“네,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주소를 말한 뒤 나는 충고했다.
“더 이상 우리 집 앞에 전단지를 붙이지 마세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배달이 밀려있어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내 충고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화가 났지만 그보다 피자가 빨리 먹고 싶었다.
나는 눈을 감고 피자를 떠올렸다. 침이 고였다.
30분 뒤 집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젊은 여자가 서있었다.
팔에는 문신이 가득 있었고,
껌을 씹으며 검은색 나이키 모자를 쓰고 있었다.
눈빛이 이상하게 차갑다.
모자로 삐져나온 머리는 보라색이었다.
그녀는 내가 문을 열자 아무 말 없이 뜨거운 피자 박스를 건넨다.
나는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녀는 발로 현관문을 고정시키고 계산을 했다.
“더 이상 현관문에 전단지를 붙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내가 말했다.
“네?”
“여기 이 전단지들이요. 더 이상 붙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요즘 시대에 누가 전단지를 돌립니까?”
“후후훗!” 그녀가 웃었다.
제가 이겼네요. 그렇죠?” 그녀가 말했다.
“이 전단지를 붙인 자가 당신?”
“네네. 저예요. 재미있지 않나요? 크큭. 결국 시켜 먹을 줄 알았어요.
미안한 마음에 사장님 몰래 큰 콜라를 가져왔어요. 자, 받아요.”
그녀는 코카콜라를 내게 내밀었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난 그 콜라를 받아 들며 말했다.
더 이상 어떤 말을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큰 콜라가 은근히 좋았고 피자 냄새가 내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그저 빨리 피자를 먹고 싶었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나비처럼 사라졌다.
나는 현관문을 닫고 피자 박스를 열었다.
눈을 감고 피자 냄새를 내 몸속으로 들이켰다.
그리고 한 조각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피자를 입에 대는 순간 가을하늘 뭉게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삶의 희망 같은 걸 알려주는 듯한 맛있는 피자였다.
나는 왜 이 맛을 그토록 원했던 걸까.
피자 한 판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녀가 가져다준 큰 콜라도 물론 마셨다.
그리고 소화를 시킬 겸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가
현관문에 붙은 전단지를 하나하나 떼어냈다.
전단지 테이프 자국이 문에 희미하게 남았다.
- 매주 월, 목요일 저녁 8:30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