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집 #13
도담이’는 힘이 쎄다.
수업시간에 그림재료를 같이
나눠쓰면서 친해졌다.
그녀는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림재료를 들고 다니기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늘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저 내가 편하다는게 이유다.
도담이에 비해 얼굴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남자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나에게 말을 건 남자들 모두,
어느날 고백을 해온다.
“너 도담이랑 친해?”
나는 그 과정을 좋아했다.
도담이는 어느날 내게 질문을 했다.
“은수야, 넌 컴플렉스가 있어?”
“그림 실력 말고 다 컴플렉스인 것 같은데...” 나는 말했다.
일러스트 수업시간이었다.
오늘도 교수는 잠깐 들어와
출석만 부르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도망을 갔거나
야외 벤치로 나갔다.
도담이와 난 강의실 구석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개만 말해봐.
어느날 요정이 나타나서,
너의 콤플렉스 하나 만
해결해준다고 말하면 뭘 말할거야?”
도담이는 꽤나 진지하게 물어보고있다.
그녀는 파마머리를 묶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묶은 머리로 인해 들어난 작은 귀가
햇빛을 머금고 반짝거렸다.
“그 요정은 우리보다 고달픈 삶을 살고있구나.
누군가의 컴플렉스를 해결해주고 다니고.” 내가 말했다.
“빨리 말이나 해.”
“작은 키가 더 커지면 좋겠다. 옷빨이라도 잘 받게.”
“시시해.” 도담이가 웃으며 말했다.
“넌? 콤플렉스 뭘 말할건데?” 내가 다시 스케치를 하며 물었다.
“음...난 힘이 너무쎄. 그게 컴플렉스야.
가끔이 조절이 안돼.
그래서 잡고 있던 연필을 자주 부러트리기도 하고,
게임하다 책상을 내리쳐서 책상을 부순적도 있어.
힘을 좀 없애고 싶어”
“그건 장점아니야? 힘이 쎄면 좋은 점이 더 많을것 같은데.”
“아니야. 부모님이 여자가 힘이 쎄다고 늘 걱정이셔.
그래서 늘 조심하고 있지.”
“농담이지? 그 정도라고? 좀 보여줘봐. 얼마나 힘이 쎈지.”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럽게 그녀를 보며 물어보았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일어나 앞쪽으로 향했다.
가느다란 다리가 짧은 치마 아래 들어났다.
그녀는 커다란 6인용 책상 앞에 섰다.
도담이는 나를 보며 웃으며 한손으로 그 책상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운동하듯이 위아래로 흔들었다.
난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 광경을 다른 사람 볼 까봐 두려웠다.
도담의 컴플렉스니까. 지켜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학생들은 모두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도담이는 조용히 책상을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로 도담이가 나를 들어서
반으로 부러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녀는 늘 긴 파마머리를 하고
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팔목을 들어내고 다녔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씩 노력해서
지하철에서 휘청거리는 연기를 하고는 했다.
- 매주 월, 목요일 저녁 8:30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