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집 #17
손님이라고는 담배를 사러 오는 사람들뿐이었다.
나는 사진관을 하고 있지만, 담배도 팔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건 동네 단골들 뿐이다.
단골 할아버지들은 담배를 사면서 임종 사진을 부탁하시기도 한다.
어린 손주의 사진을 휴대전화를 꺼내 내게 보여주시기도 한다.
나는 관심 있다는 듯이 잠시 보고 담배를 드린다.
문제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종일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일찍 가게 문을 닫을까 생각했을 때,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렸다.
“어서 오세요”
검은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상하게 눈이 없다.
누군가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그는 소리 없이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여권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얼마죠?”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차분했다.
나는 손을 뻗어 가격이 붙어있는 곳을 가르쳤다.
남자는 내 손을 따라 가격이 붙어 있는 쪽을 봤다.
봤다기보다 고개가 내 손 끝을 향해 움직였다.
“얼마나 걸리나요?”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략 20분 정도 걸립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를 의자로 안내했다.
내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옆에 거울이 있습니다.”
내가 카메라를 챙기며 말했다.
그는 거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그의 얼굴? 거울 그 자체 일지도 모른다.
“그럼, 찍겠습니다. 턱을 아래로 좀 내려주시고 카메라 렌즈를 봐주세요.”
오늘따라 카메라가 무겁게 느껴졌다.
카메라 끈을 손에 두 번 감아서 떨어지지 않게 했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두 번 더 찍겠습니다.”
나는 손이 떨리고 있었기에 여러 번 그를 카메라에 담는다.
심장 뛰는 소리가 희미하게 귀까지 울렸다.
“됐습니다. 사진 나오는 동안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내 말에 그는 조용히 일어나 가게 입구 쪽 의자로 가서 앉았다.
카메라 메모리 칩을 빼서 컴퓨터에 꽂았다.
그리고 방금 찍은 사진을 그의 사진을 포토샵에서 열었다.
화면에는 여전히 눈이 없다.
나는 사진의 크기를 조절하고 보정을 조금 했다.
어쩌면 눈이 없는 그의 얼굴에 눈을 합성해서 넣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다.
나의 역할은 있는 그대로 그의 얼굴을
여권 사이즈에 맞게 출력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작업을 빠르게 끝내고 출력 버튼을 눌렀다.
프린터기가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사진을 사진 봉투에 담에 그에게 건네고 돈을 받았다.
그가 돌아간 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기분이 더 가게에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싶었다.
겨드랑이에 땀이 차올라 있었다.
나는 컴퓨터로 가서 전원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의 사진을 다시 화면에 띄어보았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그의 사진에는 선명하게 눈이 생겨나 있었다.
그 눈은 깊고 컸다.
나는 멍하니 그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도둑고양이처럼 슬픈 눈이라고 생각했다.
- 매주 월, 목요일 저녁 8:30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