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버리기

by 탕진남

40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한 경혐을 통해 배운 건, 짐은 소소익선이라는 거다. 많은 것을 쌓아둘 수 있는 집과 다르게, 항상 그것들과 함께 해야하는 여행에서는 짐은 없을 수록 좋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떠날 때도 짐을 최소한으로 챙겼다. 대략 일주일 치 정도 입을 수 있는 옷만 챙겨 세탁하면서 지내고, 필요한 건 현지에서 사는 작전이다.


막상 와보니 그럼에도 너무 많이 챙겼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노트북 거치대, 마우스, 키보드, 삼각대, 마이크가 가장 큰 짐이다. 들고 있으면 언젠간 쓸 일은 있겠다만,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다. 이것들은 가격도 꽤나 나가기에 옷처럼 어딘가에 홀랑 던져주기도 골치 아프다.


이것을 통해 배운 건 없으면 안 되는 것 말고는 굳이 애써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거다. 너무 필요 이상의 편리함을 좇으면 짐이 많아지고, 그것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때론 주어지는 대로 사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충 살기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보통은 땀 흘리면 찝찝해서 자지도 못하는데 어제는 씻지도 않고 잤으며, 오늘 숙소를 옮기고 나서야 섬 끝에 지어진 목조 주택 야외 샤워실에서 씼었다. 수건도 없길래 휴지로 대충 닦고, 선풍기 바람 쐬면서 말렸다. 에어컨이이 고장난 것 같아서 그냥 더운 대로 자버려고 한다.


또한 집이 아니기 때문에 어딘가가 항상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모기도 많고 벌레도 많은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간지러우면 간지러울 대도, 찝찝하면 찝찝한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저 묵묵하게 지내보려고 한다. 사실 그것말고 특별한 선택지가 없으며, 이 또한 나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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