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4일차, 야채랑 과일이 먹고 싶다.

by 탕진남



천둥 소리와 비 소리에 눈을 떴고, 배가 아파서 잠을 깼다. 그러자 옆 불교 사원에서는 새벽 4시에 동네가 떠나가라 방송을 하고 있다. 시끄럽게 배도 지나가고 있으며, 번개는 그만 자라며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아, 지붕에서 새가 지저귀는 것은 덤이다. 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합이다. 그런 김에 여행 4일차 기록을 남겨보자.


숙소 주인 분께서 요리를 참 잘하신다. 기름진 맛과 매운 맛, 또 시큼한 맛까지 적절하게 조화해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주신다. 과거에 일본에서 요리사로 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는 내 평소 식단과 너무 다르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늦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대변 활동을 하는데, 여기오고 나서는 4일차가 되었음에도 시원한 배변활동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플렉시테리언(Flexiterian)이다. 말 그대로 평소에는 야채와 과일 위주 음식을 자연 상태 그대로 먹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기름지고 육식 위주인 이곳 식사가 먹을 때는 맛있으나, 가끔은 거부감을 느끼고 먹고 나서 소화가 힘들 때도 있다. 뉴욕처럼 시스템이 더 잘 되어있고 오래 머문다면 나름대로 야채를 준비할 수도 있겠다면, 방콕 온 4일 동안 섬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쉽지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든 점도 많다. 때론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과 자유가 엄청나게 크지만, 그속에 따라오는 깔끔하지 못함과 벌레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야생성이 큰 사람이지만, 깔끔한 도시에 더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당연하다.습하고 더운 날씨에서 오는 동남아 매력도 재밌지만, 방콕에 도착한 4일 내내 비만 오니 습함에 지치기도 한다. 씼어도 금방 찝찝해져서, 씻기를 포기했다. (?)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가고 싶냐고? 그렇지 않다.


19살 때 가족들과 미국 횡단여행을 하면서 배운 건, 여행도 일상이 되는 순간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잘못되거나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닌 낯섦에서 오는 좋음이 있기에, 당연히 불편함과 어려움도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힘듦 속에서 나를 단련시키고 살아남고 싶어서 왔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혼자서 힘듬을 겪오 심리적으로 성잘하 기회 자체가 없는데, 이런 환경은 나를 성장시키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쓴 건 인생에서 완벽한 천국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도망치는 자에게는 낙원이 없다라는 말처럼, 결국 인생의 좋다고 부르는 일과 나쁘다고 부리는 일들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내 여행이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꽤나 존재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대부분은 그것의 일부만 인생은 ~하다라고 판단하지만, 사실은 인생은 그런 것들의 연속이 함께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아무리 비싸고 좋고 아름다운 곳에 가서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는 피허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것은 삶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맞이하고, 이속에서 반항하고 거부하는 게 아니라 이런 변칙적인 환경 속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울 땐 두려워도 보고, 힘들 땐 힘들어도 보며, 신날 땐 웃어도 보는 그런 삶을 살아보는 거다.


ps. 내일은 차를 렌트해서 아주 깔끔한 숙소로 가는데, 좋은 공간과 교통수단이 좋아졌기에 더운 나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과일을 미친 듯이 먹어보려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것도 알지만, 12시간 뒤에 맛볼 달콤함에 대한 기대는 멈추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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