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으로 이사 갈까?

by 탕진남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죽는다. 이동수단과 다른 인프라가 발달되지 않은 과거에는 그것이 당연했으며, 많은 것이 발달한 지금조차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거창하게 생각해 봐야 같은 나라 안에서 이동이 전부일뿐, 나라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 또한 그랬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가끔씩 여행 다니다, 한국에서 죽을 생각이었다. 또한 한국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긴 해도, 한국은 세계 최고 도시 뉴욕에 비교해도 크게 꿇릴 게 없을 정도로 좋은 도시이기는 하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거주지를 완전히 바꿀만한 큰 니즈가 없었던 거다.


그러나 약 1년 전부터 그것에 대한 균열이 생겼다. 춤을 추면서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하며, sns 발달로 외국 문화(인간관계, 사업, 마인드 등)를 쉽게 경험하며, 점점 더 커지는 영향력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여행을 다니며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돈만 있다면 요즘 같이 편하게 이동해서 살 수 있는 시대에서 한국에서 살 필요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특히 서울에서 평생을 살았던 나로서는 서울은 더 이상 나에게 큰 발전과 흥분을 주는 장소가 아니며, 오히려 곳곳에 녹아 있는 틀에 박힌 마인드로 나의 생활이 억눌림만 받았다.


그래서 뉴욕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그래서 뉴욕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럼 이곳의 장점을 이야기해 보자.


1. 타인에 대한 존중이 높다. 남자끼리 손을 잡고 다녀도, 남자가 원피스를 입고 다녀도, 걷다가 더워서 옷을 벗고 다녀도, 여자가 브라를 안 해도, 특이한 외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외국인이어도, 지하철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도, 지하철 역에서 공연을 해도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간단한 예시로 어제는 장 보러 가다가 팬티가 다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대생이 있었다. 심지어 옆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개성을 존중하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 있고 한국이라고 해서 다들 꽉 막힌 건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2. 그래서 눈치를 보지 않는다. 본인의 의견을 공격적이라고 보일만큼 직설적으로 말한다. 공황에서 있던 일인데 손님에게 안내를 강한 어조로 하더라. 화난 줄 알았는데 그냥 의사 표현이었다. 그러고서는 또 호탕하게 웃고 대화도 하더라.


이는 식당 서비스에도 반영되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상외로 손님에게 음식이나 빌지를 줄 대 툭툭 던지듯 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불친절한 건 아니다. 친절한데 그렇게 한다. 길거리에서 차가워 보이는 사람도 인사 한 마디만 해주면 엄청나게 친절하게 변한다. 험상 궂은 아저씨도 인사 한 마디면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아저씨가 된다.


보면 타인의 존중이 강한 나라다 보니, 사람들 마인드 자체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그런 배경이 이런 눈치 안 보는 문화를 만든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이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자유로운 영혼이 나에게는 굉장히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3. 수평문화. 버스에서 있던 일이다. 50대 아줌마 A는 앉아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는 70대 할머니 B가 앉아있었다. A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 위해 하차벨을 눌러야 했는데 전화하느라 매우 바빴고, 하차벨은 B 바로 옆에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A가 귀찮더라도 일어나서 하차벨을 눌렀을 텐데, 여기서는 A가 B에게 어깨를 툭툭 치면서 하차벨을 눌러달라고 요청했다. B도 흔쾌히 눌러줬다. 한국식 유교 마인드. 즉 나이 많은 사람을 무조건 신격화하는 한국 마인드를 가진 나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국식 마인드가 강한 사람은 예의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하차벨 눌러달라고 하는 게 사실 그리 큰 부탁이 아니다. 또한 나이가 많은 게 벼슬이 아니기에 그렇게 과한 배려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런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이 사건은 아주 행복한 충격이었다.


4. 장애인 문화. 내가 장애인인적이 없어서 100%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한국인은 장애인 참 살기 팍팍한 곳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장애인 시설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미국 와서 느낀 건 정말 장애인 배려를 잘했다는 거다. 특히 버스를 탈 때 그걸 느낄 수 있었는데, 버스의 좌석 절반은 언제든지 접을 수 있는 의자로 만들어져 있었다. 휠체어를 위해서 말이다. 심지어 이런 배려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구석진 전시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5. 살기가 좋다. 미국 특히 뉴욕은 돈이 흐르는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핵심 주식시장인 나스닥이 움직이는 곳이 뉴욕이다. 모든 게 최고라 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것이 최고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인다. 관광객, 인재 등 잘난 모두가 모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든, 어떤 제품이든 다 이곳에 먼저 오픈한다.


그러한 사례로 오늘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를 봤는데, 한국에서는 2주 뒤에 개봉이더라. 미국 테슬라와 한국 테슬라는 같은 차여도 법규 등의 문제로 성능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건 음식을 찾기 힘든데, 여기는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서비스를 가장 먼저 경험하며 남들보다 인생을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거다.


이것은 반대로 말해 이 뉴욕을 잘 이해한다면, 더 수준 높고 소비력 높은 사람에게 내 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앞서나가는 소비 경험을 통해 트렌드를 가장 빨리 캐치할 수 있기에, 투자 아이디어도 쉽게 발굴이 가능하다.


총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는데 할렘이나 구석진 곳 아니면 12시에 돌아다녀도 한국이랑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시간 상관 없이 곳곳에 nypd(미국 경찰)이 상주해 있어서 안심도 되고, 그래서 그런지 미국 현지인 여자들도 혼자서 밤거리를 돌아디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6. 땅이 커서 그런지 무엇이든 스케일이 크다. 어제는 마트에서 케일을 사왔는데, 내 얼굴보다 큰 케일은 처음 봤다. 뭐 마트 주차장도 그렇고, 가게 평수도 그렇고. 여러모로 모든 부분에 스케일이 크다. 굉장히 가성비 적은 높은 만족감을 준다.


7. 눈이 즐겁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에 비해 골격과 신체 조건이 압도적으로 다르더라. 나보다 어깨 넓은 여자들이 아주 많을 정도다. 또한 뉴욕은 최고 관광지이기도 하기에 여행온 사람도 많아 전 세계에 예쁜 사람들이 다 모인 느낌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결국 이곳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배운 건 '존중감'이었다. 다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 말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눈치 보느라 이것저것 남의 시선에 맞춰서 꾸밀 때도 많았는데, 이것에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말해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태국에서 10일 동안 지냈을 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 부로 뉴욕에서 11일 지내니 여기가 너무 좋다. 태국은 쉬기 좋은 도시라면, 여기는 돈 내서라도 살고 싶은 도시다. 다른 도시로 가기 싫을 정도 좋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무너트리는 게 아니라, 존중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이곳 말이다.


물론 깊게 따지고 보면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 또한 이런저런 문제가 많을 거다. 그래서 더 살아보고 싶고, 더 알아보고 싶다. 내일은 뉴욕에서 태어나 맨해튼에서 홀로 살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와 밥을 먹기로 했는데, 많이 질문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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