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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리비안.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을 만나다

by 탕진남

어제는 자동차 투어를 했다. 굳이 뉴욕까지 와서 자동차를 왜 하냐 싶겠지만, 평상 시의 취미로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요즘 나오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투자에도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안할 수가 없었다. 특히 미국은 돈과 사람이 흐르는 곳이라 한국보다 신제품이 빨리 나오며, 새로운 스타트업도 미국에 먼저 런칭한다. 따라서 볼 게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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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리비안이라는 전기차회사다. 이 회사는 다른 전기차 회사와 다르게 대형차들을 만드는 게 특징이고, 가장 핫한 모델은 왼쪽에 있는 전기차 픽억트럭이다. 아직까지는 픽업트럭이 전기차로 나온 적이 없었으니,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오른쪽 suv는 개인적이 그저 그랬다. 관심이 없어서)


기능적 특징은 압도적인 수납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은 트렁크와 서브로 존재하는 사이드 공간(뒷바퀴 위쪽 공간 큰 골프백 하나가 가로로 들어갈 사이즈의 공간이 있다.) , 프렁크(전기차이기에 본넷이라고 부르는 부분에도 수납이 가능하다.)까지 아주 넓은 수납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 외에도 캠핑과 짐을 실기 최적화 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장난감을 보는 것처럼 재밌었다.


동시에 편안한 의자와 어렵지 않은 디스플레이, 약 600km 정도의 주행 거리 등 여러모로 좋아보였다. 특히 crab walk라고 불리는 바퀴 4개 전체가 조향이 되는 기능도 있는데, 여러모로 재밌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면 시승을 해봤어야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제대로 맛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에 뉴욕으로 이사오면 해보는 걸로 한다.


그럼에도 총평을 남기자면, 그닥이다. 이번에 나오는 테슬라 사이버 트럭에 비하면, 덜 혁신적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테슬라 트럭보다는 이 트럭이 더 저렴하고 더 대중적일 것 같기는 하다만, 대중성을 감당할 생산 라인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기존 내연기관 차에 몇 가지 기능만 더 얹어서 전기차 형식으로 만든 느낌이라, 이런 건 다른 내연기관 차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의 퀄리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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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루시드다. 본인들 말에 의하면 테슬라는 가성비를 지향하고, 자신은 럭셔리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과거의 포드가 그랬듯 저렴한 전기차를 많은 사람에게 보급한다는 목적이 있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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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우주선처럼 생겼다. 테슬라보다 매끈해보이기에, 사람에 따라서 고급져보인다는 생각이들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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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는 pure, touring(정확하지 않음), grand touring 3가지 트림으로 나눠져있다. 한화 기준으로 제일 낝은 트림이 약 1억, 제일 비싼 게 1억 5천 정도 한다. 테슬라에 비해 최소 시작 가격이 높지만, 테슬라도 상위트림의 옵션을 포함할 경우 1억 후반 대까지 가격대는 비슷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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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한 가지는 넓은 공간감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앞자리는 물론 뒷자리까지 가로 세로가 다 넓어서, 좁은 지 몰랐던 테슬라를 좁게 만들어버린다.


나머지 장점은 없어보인다. 테슬라를 따라한 것 같은 디스플레이에 그렇지 못한 투박한 소프트웨어. 본인들말로는 최고의 기술력이라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고급진 것도 마찬가지다. 고급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벤츠의 eqs, BMW의 i7이 훨씬 더 고급지다.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와 더불어 자율주행을 생각하고 있는 회사이기에 이 친구의 포지션은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럭셔리를 추구한다지만 럭셔리 하지도 않고,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어딘가가 화끈하지 못하고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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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리뷰는 여기서 마치고, 신생 업체들에 대한 매장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곳에 방문하기 전 롤스로이스, 페라리, 에스터마틴, 람보르기니, 닷지, 부가티, 포르쉐, 벤츠 등 다양한 브랜드를 다녀왔었다. 모든 브랜드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벤츠는 제외다. 나머지는 매장에 가도 관심이 없거나, 굉장히 딱딱히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진짜 살 사람이 아닌 경우, 딜러들은 굳이 힘을 빼지 않는다. 그들이 잠재고객이 될 수도 있음에도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럭셔리 브랜드니까 자신의 브랜드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것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루시드, 테슬라, 리비안은 어떨까? 상대적으로 자동차의 업계의 신생 업체들이라 고객 홍보에 집중을 다하는 때라 그런지 분위기도 밝고, 설명도 적극적으로 해준다. 시승도 매우 자유롭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라고 볼 수는 없다.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원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고 생각한다. 항상 친절한 게 답이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항상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답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의 회사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기업가라면 내 매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해봤다. 모두에게 친절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딱딱한 분위기는 연출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경험시키면서, 보여지는 분위기가 아닌 진짜 경험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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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다. 이것들은 한국에서는 못 봐도, 유튜브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유튜브는 유튜브고, 현실은 현실이다. 아무리 유튜브가 발전해도 현실에서 직접 느끼는 건 따라올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이런 매장들을 직접 경험해보며, 자동차 트렌드를 맛 본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동시에 돈과 사람이 흐르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다시 한 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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