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의 뉴욕 생활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보스턴으로 떠난다. 왜 떠나냐? 뉴욕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한국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익숙해져서 많이 편해졌는데도 말이다. 너무 편해져서 떠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편안함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며 나의 한계를 부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의 나의 철칙은 "익숙해지면, 떠나라."이다.
이런 유목민 같은 생활에는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 일상생활을 마음 편하게 하기가 힘들다. 자주 이동해야 하기에 빨래를 편하게 하거나, 음식을 대량을 구매할 수가 없다. 짐 풀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매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여행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일까? 이런 불편함에서 오는 낯섬이다. 낯섬은 익숙한 것과 멀어질 때와 새로운 것을 만날 때 경험할 수 있다. 지금 언급하는 낯섬은 익숙한 것과 멀어지는데서 오는 낯섬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한국은 내 평생을 살았기에 매우 익숙하지만, 해외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그쪽 생활이 낯설 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때의 장점은 너무 익숙해서 다른 점을 발견하거나, 의심해 보지 못헀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거다. 그 대상이 여러 개 있지만, 오늘 이야기할 건 '투자'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투자에 대한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그 계기는 여행 중 소비에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속 편하게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맞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돈 걱정을 하고 있다. 투자를 위해 감당하고 있는 이자금과 여행비는 점점 늘어나는데,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한국에서도 경험했던 거라 딱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상황의 핵심을 알아냈다.
바로 '자산'의 부족이 아니라, '현금 흐름'의 부족이라는 거다.
나는 그동안 투자를 해서 자산이 많아지면 무조건 좋다고만 생각했다. 기존의 생각은 1억을 투자해서 10억을 벌고, 10억의 일부를 쓰면서 재투자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렇게 현금만 늘릴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다. 상식적 이게도 현금 그 자체를 쌓아두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현금이 있으면 당장은 괜찮다는 안정감에 그렇게 믿었으나, 말이다.
실제로 그것을 그대로 두면 인플레이션 상황에 맞춰 그것의 가치 자체는 점점 떨어진다. 예전에는 500원이면 짜장면을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마이쮸도 사 먹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수익 없이 쓰기만 하니, 자산은 항상 사라지기만 할 거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1억을 10억으로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니 논 외로 하고, 더 중요한 건 '시간'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펼쳐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1년을 예상했어도 1개월 만에 될 수도 있고, 10년을 예상했어도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피와 같다. 있을 땐 당연하고 그 힘이 얼나마 강력한 줄 모르지만, 없어지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온몸으로 배우게 된다.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다면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죽을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가가 아주 높은 뉴욕에 오니, 그 현실에 강하게 제감 된다. 물도 못 먹겠더라.
결국 중요한 건, 현금 흐름이다. 현재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배당주(최상의 시나리오 기준으로)로 바꿨다면, 지금 감당하고 있는 이자를 내도 월 200만 원은 들어온다. 뉴욕에서 월 200만 원은 택도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지 않는가. 만약 이 돈을 이용해 더 많은 현금 흐름을 만드는데 투자한다면, 나는 평생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나의 방법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이것 또한 돈을 일하는 게 좋은 방법 중에 하나고, 현금이 남아돈다면 해볼 만 좋은 전략이다. 큰 틀에서는 좋은 자산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좋지 맞지 않는 방식이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건 현금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고(내가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탄탄한(안정적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흐름(돈이 들어오는 돈줄)을 가지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든다. 과거의 도전이 있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 후회는 되지 않지만, 더 잘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든다. 사업을 통한 현금흐름이라는 추가적인 옵션이 있기에 아무런 문제가 아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들뿐이다.
결국 이런 아쉬움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새로움을 통해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과정이 나의 여행만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ps. 사실 이 아이디어는 친한 형이 보내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리뷰 글을 보고, 떠오른 거다. 4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이 책을 읽었는데, 4년 만에 이 책의 진짜 핵심을 이해한 듯하다. 과거에는 배당금에 투자하는 부자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역시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