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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시간 사기 vs 시간으로 돈 사기

by 탕진남

인생은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재밌는 관점 중 하나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과 ‘시간으로 돈을 사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은 돈으로 시간을 사서 더 많은 돈을 벌고, 한 사람은 돈을 아끼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기에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지출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돈으로 시간을 사는 편이다.


현재까지 나는 많지 않은 여행비로 가장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지내왔다. 맨날 말로만 비싸다 하니 감이 안 잡힐 테니, 예시를 주려고 한다.


자, 이건 비건 라멘이다. 오늘 점심에 보스턴 열차를 기다리면서 먹었다. 퀄리티는 나쁘지 않지만, 보이는 것처럼 양은 얼마 없다. 이 친구는 과연, 얼마일까?


한국 돈으로 26,000원이다. 미국의 경우 메뉴판에 적힌 금액이 전부가 아니다. 영수증처럼 세금과 팁이 추가로 붙기에, 금액이 상상 이상으로 뻥튀기된다.


이 정도로 물가가 비싸다. 최근에는 평범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샐러드에 한 개, 이탈리안 메뉴 2개, 와인 2잔을 시켰는데 20만 원이 나왔다. 정말이지 어마무시한 나라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여행 자금은 상상 이상으로 바닥치고 있다. 게다가 나는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를 예약했어야 했다.


선택지는 2개다. 시간은 동일하나 40$ 정도 되는 버스와 80$ 정도 하는 기차가 있다.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지만 버스에서는 불편한 승차감에 테이블도 없을 것이고, 기차는 나쁘지 않은 승차감에 테이블 위에서 작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차를 탔다.


빈약한 통장을 위해 돈을 절약해야 하기에, 단순히 이동수단을 고르는 게 아니라 기차라는 업무용 사무실을 80$에 구매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다. 새로운 경험과 함께 이곳에서 편안하게 일도 했으니 말이다. 이제 보스턴에 다 와가는데, 벌써 돈값 다 했다. 엄청난 아이디어를 생산해 냈다.


또 다른 예시로는 로밍이 있다.


흔히 로밍 비용이 비싸기에 대부분은 해외 유심을 사서 다닌다. 이 경우 혹시 모르는 변수 유심이 작동 안 해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리스크와 한국과 전화를 못 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것들은 조금의 귀찮음을 감수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지만, 무엇보다도 핫스팟이 제한된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하루 몇 gb로 제한되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하루 15,000원짜리 로밍도 하고 있다. 덕분에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도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현지 혹은 한국에 전화할

때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열심히 검색해 보면 나은 방법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돈을 쓰고 그 시간과 경험을 통해 돈을 더 벌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돈은 아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태도가 항상 성장하는 나를 만들었고, 이번 여행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돈을 써야 한다면, 기꺼이 쓰고 그 경험치로 돈을 더 많이 벌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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