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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마음 가는 대로

by 탕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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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Boston Common이라는 곳 벤치에 앉아있다. 보스턴은 물론이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고 한다. 느낌은 규모가 작은 한국의 올림픽 공원 느낌인데, 서양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오늘은 Freedom trail을 따라서 보스턴 역사를 관광했다. 집으로 가기 전 공원이 너무 예뻐서 또 너무 피곤해서 벤치에 앉아있다. 방금까지는 졸려서 잠도 자고, 에어팟을 꼽고 노래도 들었다. 몰아치는 바람에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은 "난 어떻게 6년 동안 멈추지 않고 꾸준히 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단 한 번도 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의 창작활동이자 예술활동인 '즐거운 놀이'로 여겼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쓴 적도 없었고, 쓰고 싶은데 참은 적도 없었다. 살다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그것을 썼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귀찮다거나 쓰기 싫을 때 주저 없이 노트북을 덮고, 다른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게 내가 글을 오랫동안 쓸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는 방식은 나의 솔직함을 전하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만들어내는 좋은 글을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굳이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자동으로 온 거다.


만약 인생을 이렇게 살아보면 어떻게 될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면서 인생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겨보는 거다.


대부분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하지 않는다. 혹은 이런저런 핑계로 하고 싶은 것을 나중으로 미룬다. 결국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거다. 자신의 계획과 벗어난 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으니 최악을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거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위험한 것이 아닌, 꽤나 아름다운 곳이라는 거다.


그동안 적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부르는 직감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많은 부분을 직감에 의존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내가 가고자 하면 그곳이 나의 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패도 할 거다. 그러나 실패는 어느 길로 가도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로 고생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무언가라도 배울 테 그 길 또한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라는 게임의 고수가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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