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는 인간

by 김영중

무엇이든 계산해보기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또래들보다 셈이 빠른 정도였는데, 성인이 되면서는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음식점에 가면, 대략적인 손님의 수, 음식의 가격, 테이블 수, 테이블 회전율 등을 관찰하고 어림짐작으로 식당의 매출과 이익률을 계산했다. 마사지샵에 가면, 마시지를 받는 동안 마사지 서비스의 가격과 시간 그리고 대략적인 건물의 임대료를 시뮬레이션했다. 이런 생각들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이 습관은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에 적용되었는데, 한번은 회사에서 주는 고과의 시간적, 금전적 가치까지 계산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상위 30% 인원까지 높은 고과를 줄 수 있었고, 평가는 반기별로 이루어졌다. 높은 고과는 성과급을 일정 비율로 더 받는 구조였는데, 반기 기준으로 평균 고과 대비 높은 고과가 주는 금전적 가치는 대략 400만 원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노력을 쏟아야 높은 고과를 받을 수 있었을까? 마침, 몸담고 있는 팀이 딱 10명이었다. 즉, 높은 고과는 3명만 받을 수 있었다. 팀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는 3명을 떠올렸다. 그들은 평균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가량 나보다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한 달 영업일은 대략 20일이므로, 하루 1시간 30분 더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달에 30시간 정도 더 일해야 하며, 그것을 6개월간 지속한다면 약 180시간을 더 일해야 했다. 높은 고과의 가치는 약 400만 원이고, 이를 위한 노력의 시간은 약 180시간으로 시급은 대략 2만 2천 원가량이었다. 하지만 고과는 열심히 일한다고 꼭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과를 주는 상사와의 좋은 관계 유지해야 하고, 많은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는 점 등 무형의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을 시급에 반영한다면, 약 20% 정도 시급의 가치를 할인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시급 18,000원 선이 적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순간, 나는 무리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만 열중하기로 했다.

호기심에서 유발된 계산하는 습관은 삶에 실리적인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 인간을 만들었다. 호기심 자체는 순수했으나, 호기심의 결과로 습득한 손익계산서는 많은 부분에서 열정을 잃게 만들었다. 도전 의식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동시에 손익을 떠나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더 분명해졌다. 좋은 점과 싫은 점은 언제나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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