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어요?] <나의 특별한 형제> 리뷰
<방가?방가!>와 <강철대오>의 육상효 감독이 명필름과 함께 제작한 작품 <나의 특별한 형제>를 선보였습니다. <방가?방가!>를 워낙 재밌게 봤었고 믿고 보는 명필름 작품이라 부랴부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엔드게임이 워낙 지난 2주간 극장을 틀어쥐고 있는 탓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잘 버텨주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박 신부(권해효 분)가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서 세하(신하균 분)와 동구(이광수 분)는 처음 만납니다. 같은 부모로부터 나온 친형제는 아니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동구와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는 서로의 빈공간을 채워주죠. 그렇게 가족처럼 시설 식구들과 살아가던 중 위기가 찾아옵니다. 당장 시설에 밀린 월세와 지자체 지원마저 끊기면서 시설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세하와 동구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죠. 이상하리만큼 수영을 좋아하는 동구를 보고 세하는 체육센터 알바인 미현(이솜 분)을 코치로 꼬드겨 수영대회에 나갈 준비를 시작합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분명 관객 입장에서 흔한 소재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우정이나 우애를 다루는 수많은 영화들은 의도적으로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만들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극을 굴러가게 합니다. 최근의 영화 <그린북>에서도 그렇고 더 오래전에는 <언터쳐블 : 1퍼센트의 우정>이나 <레인맨> 같은 영화에서 보이듯이 말이죠. 거기에 장애라는 뚜렷한 특징을 부여한 영화는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이 좋은 '구름'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의 호연과 수영선생님 미현, 노안의 7급 공무원 송주사(박철민 분) 등 조연들이 적절한 윤활유 역할을 하며 보는 내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기를 채워냅니다.
그러나 좋은 배치와 배우들의 호연만으로 <나의 특별한 형제>를 평가하는 것은 장애를 보는 시선과 마찬가지로 편견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아는 이야기를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친숙하면서도 적확하게, 충분한 호흡을 주면서도 촘촘하게 엮어내는 것은 아주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떤 작품의 구조를 그저 따라하기보단 자신의 탑을 공들여 쌓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무난한 동구의 수영 성공 스토리로 이어질 것 같은 전반부는 후반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며 꾸역꾸역 한 칸씩 작품의 자리를 높여갑니다.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는 장애로서의 삶이 비장애로서의 삶과 큰 결에서 다르지 않고, 서로의 모자름을 진심을 다해 채워나가는 그 관계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려주려 안간힘을 씁니다. 결국 키가 작거나 얼굴이 크거나 성격이 모났거나와 같은 우리가 가진 그 '모자람'에 대한 고민,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장애인의 '다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죠. 한국의 상업영화에서 장애를 '도와야 하는 존재'로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작품의 가장 잘한 점입니다. 이 작품에 특급칭찬을 주어야 한다면 저는 이 지점을 목놓아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 지점을 최선을 다해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런 작품의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악역의 부재'입니다. 주인공 두 명이 모두 장애를 가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우리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동구와 놀던 어린아이를 표독스런 부모가 데리고 간다든지, 단지 장애만으로 이런저런 사회적 차별을 받는다던지 하는 마치 규칙과 같은 장면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못난 인간들이 채워낼 시간을 영화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 공무원 송주사와 값싼 통조림으로 배울 채울 만큼 가난하지만 두 사람에게 진심을 쏟는 미현, 둘을 거둬 키운 박 신부와 같은 무시무시한(?) 인간들만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이런 설정을 비현실적이라 비판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나의 특별한 형제>가 자신이 바라는 시선을 그대로 작품에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을, 그저 대책 없이 따스한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을 영화 속 배경으로 삼는 것. 마치 관객들에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세하와 동구의 이야기를 마음껏 그려낼 수 있도록 배경에 하얀 백지를 채워 넣듯이 말이죠. 완벽한 작품이다.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진 몰라도 어떤 이야기의 재료를 도구화 하지 않는 작품이다,라는 쉼표는 적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추신 하나. 이솜 배우는 화장기 덜한(?) 얼굴로 연기하는데 운신의 폭이 적은 역할인데도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박철민 배우나 권해효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 연기가 정말 빛이 나더군요
추신 둘.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최고의 첫씬이자 최고의 마지막 씬이라고 봅니다. 뻔한 맞춤이지만 작품의 매듭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