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우리 모두 조금씩은 이상하니까 <괜찮아 사랑이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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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를 목표로 정신과 전임의로 커리어를 쌓는 정신과 의사 해수(공효진 분)은 방송국 피디인 남자친구 최호(도상우 분)의 부탁으로 생방송 토크프로그램에 나가게 된다. 해수는 그곳에서 끔찍한 살인을 다루는 소설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로서 의견을 내는데 그 소설의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이 사사껀껀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닌가. 재열을 여자나 밝히는 바람둥이로 확신한 해수는 한껏 열이 올라 재열에게 쏘아붙이고, 다시는 재열을 볼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날, 생각지도 못하게 의사 선배 동민(성동일 분)과 뚜렛증후군을 치료중인 동생 수광(이광수 분)이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에 재열이 찾아오고, 둘은 묘한 인연으로 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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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누군가 한국의 드라마가 왜 필요하느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여전히 '노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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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질환에 관한 작품이자 로맨틱 코미디이다. 전체 화 구성을 보면 이 작품의 특별함은 배가 되는데 초반 1화~8화까지 완벽하게 연인관계로서의 해수와 재열에 집중한다. 물론 재열의 병에 관한 서브플롯이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곁가지일 뿐. 전체 구성의 반절인 8화 이후 조현병에 관한 어두운 플롯이 메인으로 올라선다. 이는 약간의 어긋남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시청자에게 언뜻 배반으로 느껴질 소지가 넘친다. 그리고 확실히 초반 6회차와 비교했을 때 반복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호흡이 늘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전반부 보고 기대했던 그 '괜사'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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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격을 부순다는 뜻의 '파격'이 시청자에게 배반이 아닌 메세지로 다가서려면 극중 인물들에 대한 충실함이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극의 재미를 위한 첨가료로써의 정신질환은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소재이다. 상대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내적갈등을 환시나 환청, 과장된 표현을 쓰기 수월하고 반전을 주기도 손쉽다. '사실은 조현병 때문이다'로 뒤집을 수 있는 건 '아 xx 꿈' 만큼이나 다양하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이러한 정신질환들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으려 온 힘을 다했다. 가정폭력이나 자해, 살인 같은 극단적인 요소들은 생각보다 사람의 호감을 사기 쉽지 않다. 게다가 12화 이후부터 단 한 번도 한국드라마에서 보여준 적 없는 정신과 치료의 어렵고 어두운 부분들을 착실하게도 비춘다. 환자를 묶어둔 침대나 전기치료, 주사와 약, 자살을 막기 위한 병실 시스템들. 어떤 디테일은 필요에 의해 채워지지만 또 어떤 디테일은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참 보기 힘겨웠던 <괜찮아 사랑이야>의 후반부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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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대표적 로맨스 <월e>가 '인간다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랑을 들고나왔듯,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음의 병'을 통해 착실하게 사랑에 집중한 작품이다. 결국 우리 모두 마음을 써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받는다. 그 마음이 아픈 이유도 때론 사랑이고, 그 아픈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사랑이며, 그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 것도 사랑이란 걸, 그 흔한 문장을 <괜찮아 사랑이야>는 참 충실히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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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비롯한 OTT플랫폼들을 통해 무수히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몇몇 한국 작품들은 K자를 붙여가며 좋은 결과를 내고 있고, 이는 명확히 좋은 흐름이다. 이런 바람을 응원함과 동시에 한가지 바람을 더 가질 수 있다면, 정말로 좋은 작품이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우리가 드라마 앞에 '인생'이란 단어를 붙이려면 인간에 대한 애착을 놓치 않아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랜 시간 우리의 시간을 빼곡히 채웠던 그 작품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