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는 원래 이렇지 않았다.

난 답을 이미 정해져 두었던 상태.

by 이 영

아무것도 몰랐던 그 나이.

외로웠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의지 할 가족이 없었고 대학 생활의 자유나 학점보다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바쁜 나날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바로 취직을 해서 나에게 여유를 느낄 틈도 휴식을 가질 틈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때는 기댈 사람이,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가 필요했었다. 그러던 중 일하는 곳에서 신랑을 만났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걱정을 했었지만 연애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나이라는 벽에 부딪혀 본 적도 없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도 그 벽은 더더욱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때는 나의 노숙함과 신랑의 철없는 생각으로 쿵작이 잘 맞다는 건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신랑에게 빠져 있었다.

연애를 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신랑이 결혼 적령기가 지나갈 때라 마음이 급해진 시댁에서 먼저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내가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이미 나는 시댁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마음을 정했던 것 같다. 5남매 중 막내라고 해도 중요하지가 않았고 시누이가 3명이라고 해도 그때 내가 무얼 알았겠는가.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내 삶이 너무 외로웠고 나의 외로움과 힘듦을 누군가에게는 위로받고 싶었었다. 그것들이 가족이라는 걸로 채워지지 않았던 것이라 내가 스스로 가족을 만들어 내 삶이 채워지길 바랬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커서였을까 그때 그 모든 현실을 피하고자 내 마음에서 결혼이라는 걸 덥석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의논할 정상적인 부모님이 없었기에 나의 결정으로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친구들이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나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놀라움과 동시에 반대보다는 찬성을 하고 그것이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이였다. 솔직히 그 나이에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을까? 그거는 나 또한 그랬다.


인생을 조금이나마 살아 본 지인들은 극구 반대하며 말렸었지만 가족이 생긴다는 부푼 마음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는 듣질 않았고 심지어 사주 궁합을 보러 간 곳에서 내 고생길이 열렸다는데도 모르는 척하였다.


그렇게 난 결혼이라는 함정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었다. 신랑의 집에서는 나이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른들한테 싹싹까지 한 여자가 며느리로, 올케로 들어오는 거에 적극 찬성을 하였고 시부모님께서 유명한 곳에서 보고 온 좋은 사주팔자로 더 조급해하시며 하루빨리 결혼을 밀어붙이셨다. 나의 최고 흠인 가정환경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았다. 속전속결로 성대하게 결혼식은 치렀고 그렇게 백지같이 하얀 나의 23살은 막을 내렸다.


여자의 인생은 둘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결혼 전과 결혼 후로!

그걸 정말 확실하게 보여주는 나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때 환하게 웃던 나는 왜 몰랐을까?

결혼이라는 것이 더없이 외롭고 그 외로움들은 이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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