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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Sep 04. 2017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6)

모든 것엔 시작과 끝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추억과 미련이 있다

 

 벌써 5일 차다.

 매번 오버페이스에다 운도 좀 좋았기 때문에 예정했던 기간보다 

 훨씬 빨리 고지에 다가왔다.


 첫날 충주까지 가버리고,

 둘째 날은 기분 좋은 탓에 야간 라이딩까지.

 셋째 날도 맛있는 밥에 이끌려 대구까지 가버리고,

 어제는 운이 너무 좋은? 탓에 지름길들을 이용하고. 



 그래서일까 

창녕 함안보에서 텐트를 치고 푹잔거 같은데도 뭔가 서둘거나 하지 않았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뭐든지 너무 빨라도 혹은 너무 많아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늘은 출발하기 전 많은 식량들을 주위 분들에게 대부분 나누어 주었다.

 우리처럼 무전여행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고마워하셨다.

 이번 여행에서 받은 만큼 우리도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 같은 기분에 아깝기보다는 홀가분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부산이 코앞이라는 생각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

1. 무더운 날씨와 아름다운 강산 2. 무더운 날씨와 파도같은 구름 3. 무더운 날씨와 더워 미치기 직전의 우리


 식량을 나눠주니 점심때 먹을 게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근처에 식당을 살펴보던 중 엄청난 곳을 발견해 버렸다.


손짜장 궁궐

 

 ".. 이렇게 큰 곳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

 "그건 둘째치고 우리가 할 일이 있을까?"


 큰 식당이라 의외로 박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너무도 친절한 호의를 베풀어 주셨다.

 짜장면의 양 또한 장난 아니었고 덤으로 밥도 비벼먹으라고 챙겨주셨다.


정말 엄청 많이 주셨지만 남길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가 설거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됐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셔서 이 날 또한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지금 들어 생각해보니 우리가 우선적으로 도움을 드린 후에 얻어먹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1. 영화 한편 찍고 시원한 물 얻었다 2. 길 가던 분에게 시원한 물과 아이스크림 얻었다 3. 시원한 물 얻은 에보니아 가구점


 벌써 끝이 나버리려고 하는 여정이 아쉽기도 하지만 얼른 가서 놀고 싶은 마음도 크다.


부산이 코앞이다!


마침내,

점심을 먹고 김해를 지나니 곧 부산이 나타났다.






tip


+ 김해 용궁 손짜장

- 이미 규모로 보아 알 수 있듯이 김해에서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일하시는 분들이 너무도 친절한 것을 제외하고도 너무 맛있고 깨끗하고 감히 이런 곳에서 무전취식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이렇게 장사 잘되고 유명한 집을 더 이상 홍보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끝으로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여정의 마지막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의 선물 이였지 않을까 싶다.



+ 김해 봉하 마을

- 이번 여행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이 부분이다.

 특히나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내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때 가서 뭐 느끼는 게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 계획을 알차게 짜고 가는 것도 방법

- 우리는 7일을 잡고 여행을 떠났는데 이틀 빨리 도착하였다. 물론 뒤이어 각자 일정들도 있었고 부산에서 신나게 놀았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우리가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면 구석구석 가볼 곳을 미리 정해 놓고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물론 봉하마을을 못 가서 하는 푸념이기도 하다.


+ 자전거 반납

- 우리의 원래 계획은 우리가 자전거를 마련하여 올 때도 자전거를 기차에 싫고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전거를 빌리게 되었고 또한 반납은 화물택배로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더 편하게 되었다고 우리 둘은 좋아하였는데

 아뿔싸. 우리가 도착한 14,15일이 빨간 날이었던 것이다.(임시공휴일과, 광복절이었다)

 우리는 전화로 거의 부산에 있는 모든 택배회사에 전화를 돌렸는데 거의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마침 들렸던 해운대 찜질방의 자전거 거치대에 자물쇠를 걸어 놓고 놀았다.

 그리고 다 놀고 집에 갈 때쯤,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어떻게 휴일날도 하는 택배회사와 연락이 되어 직접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었다.

 한 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휴일 날 하는 택배회사를 찾기 위해 쎄가 빠지게 고생했다는 점이다.

 꼭 확인하고 가길 바란다.







-에필로그-



 군 시절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 또한 군 시절 경험에서 인생의 축소판 혹은 짧은 기승전결을 다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번 여행에서 또한 인생이 기승전결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위기도 있으면 기회도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 정들도 다시 한번 느끼고

 정말 많은 것들을 되새김질하는 그런 경험이었다.


 여행이란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해도 되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냥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쐐 보라.

 분명 모든 것에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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