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추운 달에 최고로 추운 곳에서 최고로 멋진 것을 보는 최고의 기회
어느새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오늘은 휘황찬란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걱정은 뒤로한 채
만들어온 음식들이 많이 남아 오늘은 양껏 먹는다.
소화도 시킬 겸 다 같이 옐로나이프를 눈에 담아 두기 위해 구경을 나섰다.
한참을 구경하고 눈밭에서 레이스? 도 펼친 후
오늘의 마지막 결전지를 얼음 호수 위로 선정했다.
과연 도착한 얼음호수는 고요하게 꽁꽁 얼어 있었고
그 큰 호수 한가운데에 덜렁 우리만 전세를 내고 아름다운 별들을 보며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호사를 누린다.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이때쯤의 화두였던 정치 이야기에 접어들 무렵,
"똑똑똑"
아무도 없다고 느낀 호수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모두가 일제히 정지되고 상황 파악에 들어간다.
안 그래도 이 장소는 조금 깊숙이 들어와야 있는 곳이었거니와 오는 길에 원주민 구역이라는 경고 문구도 보았던 기억이 괜스레 스쳐 지나갔다.
가장 우려가 되는 건 총이었기 때문에 문을 바로 열지 않고 창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차 한 대가 어느새 캠핑카 뒤에 바짝 붙어 라이트를 끈 상태로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혹시나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조용히 역할을 정해준 뒤, 바깥 분과 대화를 시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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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나가는 일본 관광객이었고(ㅋ) 여기서 오로라가 잘 보이냐는 등에 질문을 하기 위해 멈춘 거라고 했다.
우리는 간담을 쓸어내리며 한시름 놓고 잠시 바람을 쐬는데 이번엔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캠핑카의 히터 실외기가 바닥면으로 향하고 있어서 얼음에 구멍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호수 전체가 꽁꽁 얼어 끄떡은 없었지만 실외기 쪽 구멍이 밤새 더 커질 거란 불안감에 장소를 옮겼다.
옮긴 장소에서도 이날 꽤 많은 관광객들을 만난다.
한 겨울 오로라 헌팅을 위해선 현지 가이드를 포함한 단체 예약, 추위를 대비한 두꺼운 잠바와 여러 군데로 이동 가능한 벤이 필요한데, 우리처럼 가이드도 없이 안방에서 놀며 구경하는 사람들을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더욱이 몇 가이드들이 오늘 본 오로라를 보고 관광객들에게 흥분하여 설명하는 모습이 과장돼 보이기도 했다.
너무나 보일랑 말랑 하는 오로라들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 분들이 이런 식으로 말한 거 보면 우리가 이때까지 보았던(특히 어제 보았던) 오로라들이 꽤 대단한(?)것들이었구나 라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옐로나이프에서의 마지막 밤인 이 날도 새벽까지 몇 번을 이동했지만
휘황찬란한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결국 늦은 잠을 청한다.
tip
+ Northern lights
- 우리가 흔히 오로라 Aurora라고 부르는 말은 또 다른 말로 Northern lights라고도 불리며 이 광경을 보러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잡아서 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 오로라를 아예 못 보고 가는 분들도 태반이라고 한다.
+ 장보기
- 우리는 대부분의 음식을 미리 만들어 갔다. 장도 우리는 에드먼턴에서 다 보고 갔는데 옐로나이프에도 월마트라던지 큰 마트들과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가물가물한데 가격 차이가 조금 나지 않아서 미리 사간 것이 아닐까 싶다.
+ 경찰
- 여행 중 경찰과의 조우가 딱 한번 있었다.
수영장을 향하던 중 사방이 하얗던 곳이 햇빛에 반사되어 운전하던 나의 시야를 가렸다. 우회전 코너만 보고 천천히 우회전을 했는데 그전에 빨간 불이 있어서 멈췄어야 했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경찰이 따라붙었고 "옐로 나이프에서 딱지를 얻는 경험을 하겠구나" 싶은 그 순간 편하게 누워있던 동료들을 모두 착석과 더불어 안전벨트까지 시킨 후 경찰과 맞이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운전 중에는 캠핑카라도 탑승자 전원이 안전벨트가 달린 시트에 앉아 있는 게 관련 법률이라는 것!)
그런데 한 번 봐줬다. 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