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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un 26. 2024

나에 대하여 쓰기 #6.1

사스카툰 여행 이야기(2) 벌레와 골퍼



(1)


20살이 되었을 무렵,

날이 어둑어둑 해지는 어는 날,

친구 정민이와 나는 나머지 친구들이 있는 술집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이때에 20살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기나긴 첫 번째 레이스였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라는 시설에서의 해방감,

그리고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는 착각에

어른들의 전유물로 상징되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찾아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시절이었다


정민이가 나에게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어떤 질문을 한다

왜냐면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그의 질문에 대답했기 때문이다


이때가 처음이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그에게 내뱉었다




(2)


5년이 흘렀다


이때도 떠나지 못했구나


몇 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20살의 나는 해야 될 게 또 많았다


더욱이 놀기도 해야 했다




(3)


하지만 이번엔 진짜 떠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 자전거 무전여행을 떠나 본다


영원히 기억될 나의 그 첫 번째 모험


나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던 그 모험 중

대구를 지날 때였다


대구의 여름은 더웠다

모든 게 녹아내릴 듯 더웠다

태닝도 할 겸 웃통을 벗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끝이 없이 펼쳐진 낙동강 강변은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외에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소음도 보이고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나와 내 친구의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소리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없어지고 둘만 남은 외딴 사막 한가운데에서

모든 풍경이 서글프다


그리고 희한한 관경을 발견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쳇바퀴 속으로 풀 속의 벌레들이 뛰어드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그 광경을 보면서 달린다

그들은 계속해서 내 바퀴 속으로 뛰어든다


지금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들은 남은 시간을 아무도 없는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자전거로 달리는 우리 둘을 지켜만 봐야만 할 것이다


나도 지루하게 여름을 쳐다만 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왠지 모르게 벌레들이 이해가 갔다



(3)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사스카추원 주로 향하고 있다


끝이 없는 도로는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으로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캐나다 평야에는

골퍼라고 하는 조그마한 미어캣 같이 생긴 포유류가 있다


그리고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미어캣처럼 서서 확인하고 조심하는 애들이 있는 반면


멀리서 차가 오는 것을 보고  자동차 바퀴로 달려오는 그들을 보았다



또 한 번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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