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카춘 여행 이야기(3) 샤워
(1)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는 너무나 넓었다
넓다?
그렇다면 달려봐야겠다
차도 있다
시간도 있다
안 가본 곳도 있다
한국에서 재민이를 불렀다
로드트립이 계획되었다
(2)
재민이와 건우가 캐나다에 왔다
오면서 핸드폰을 잊어 먹고
공항에서 영어가 안되어 2시간이 흘러야 겨우 빠져나오는 그들이지만
나를 보는 그들은 눈빛에서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나도 3개월 밖에 안 됐어
(3)
우리는 달렸다
끝이 없는 동쪽으로 달렸다
24시간이 걸리는 시애틀을 하루 만에 갔다
우리는 쉬지 않고 달렸다
씻을 틈도 없었다
(4)
어느덧 씻지 않은 시간이 꽤 경과했다
뉴욕에서 재민이의 로망이었다
경건하게 씻고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씻을 곳을 찾지 못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
결국 씻었다
뉴욕의 가장 큰 GAP 매장에서 씻었다
나라 망신감이었다
정말 씻는 내내 남의 눈치가 보였다
한국인이라는 게 죄송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제대로 씻지도 않았는데도
정말 개운해졌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샤워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이때만큼 깨달은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처질 때
가장 먼저 하는
첫 번째는 샤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