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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ul 12. 2024

나에 대하여 쓰기 #6.4

사스카춘 이야기(4) : 모카이야기(2)


(1)


이 꼬질꼬질한 유기묘를 만나러

캘거리의 NE 지역으로 향한다


우범지대라 명해도 될 만큼, 캘거리와는 꽤 낯설지만, 나에겐 익숙한 풍경의 거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곧 한 원주민의 가정에서 내 손바닥보다 작은 친구를 만난다



애기 고양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건 처음인 거 같다


순간 스르르 무언가 내 안에서 녹는다




역시나 캘거리가 아닌 구역에서 발견하고 데리고 왔다고 한다

지체 없이 우리는 이 유기묘를 데려온다



(2)


집에 왔다


사랑이와 탄이가 경계를 했다


따로 이 친구와 나는 거실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첫날부터 그는 나의 목에서 잠을 잤다



(3)


찹찹찹 소리를 내며 우유를 먹는다


조그만 게 겁도 없이 사랑이와 탄이에게 다가간다


장난감들에 집중하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장차 큰일을 할 것 같다



(4)


이제 그의 밥 먹는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고질라 소리가 들린다


엄청 큰 캣타워도 날다람쥐 마냥 탐험한다

물론 우리의 반찬을 물고 도망칠 때 가장 민첩하긴 하다


우리는 그를 모카라고 부르기로 한다



(5)


모카는 겁이 없다


소문난 개냥이인 사랑이와 탄이도

처음에는 경계를 한다


헌데 모카는 경계심이 없다


집에 사람들이 놀러 오면

얼른 냄새를 맡고 얼굴을 핥아본다


집을 수리하러 오는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들에게도

얼른 다가와 인사를 한 뒤 바로 그의 묵직한 장비들 위로 올라가 탐험을 한다


물론 병원도 겁을 안 낸다

사람보다 낫다


(6)


이제 모카는


J를 바래다주거나 데리러 가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현관으로 나와 대기한다


곧 우리는 산책까지 같이 하는 사이가 된다


그의 천진난만한 하루를 들여다보기 위해 고양이용 카메라도 산다



(7)


기대한 것 이상으로 모카는 탐험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다


사랑이와 탄이와 같이 놀기를 기대했지만

사랑이와 탄이는 모카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퍽 힘이 들어 종종 모카에게 하악질을 했다


물론 모카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지만 말이다



(8)


모카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새로 사귄 친구는 달고나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다


새끼인 달고나를 모카는 옆에서 계속 기다렸다

어느새 하악질을 멈추고 달고나가 마음을 열었다

둘은 절친이 된다



둘의 쫓고 쫓기는 잡기놀이와 한밤중의 주짓수는

도통 끝이 나질 않는다


거실에는 수북이 빠진 털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하지만 곧 달고나의 태생이 의심될 만큼 달고나는 커진다

이미 사랑이와 탄이의 사이즈를 압도했고

그가 걸을 때는 다그닥 하고 발말굽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주짓수를 하면 모카가 이긴다


역시 내 새끼



(7)


여우에게 홀린 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잠깐


모카는 고양이인데


헌데 가만 보면 여우같이 생기기도 했어



(8)


새끼 때부터 그는 항상 내 목에서 잠을 잤다

새끼 티를 벗자 그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잔다

낮잠을 잘 때면 어김없이 모카가 나타나 내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한다


그의 까끌까끌한 혀 때문에 뽀뽀를 거부하자

어느 순간 그는 핥는 강도를 안 아프게 조절했다



그런 그가 요 며칠 침대 밑에서 잘 안 나온다


뭔가 삐진 일이 있나

.

.

모카가 중성화 수술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고 걱정이 된다


마스크의 끈이 계속 없어지는 것도 걱정이 된다

.

.

이제는 밥도 먹지 않는다


눈폭풍을 뚫고

병원으로 향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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